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냥이 Apr 19. 2021

나의 쓸모

그래, 당신의 아둔하고 편협한 시각으로 볼 때 

그렇게 느낄 수 있어. 

당신은 그의 위대한 계획을 모를테니 말이야. 


어떻게 보면 지금으로선 틀린 말은 아니야. 

우리들은 하나하나 따로 놓고 보면 

다른 장난감보다 다루기도, 관리하기도 까다롭고 

그저 조그맣고, 딱딱하고, 각져있고 ..

게다가 어쩌다 방에서 밟기라도 하면

사람들에게 엄청난 고통과 짜증을 유발하는 민폐에다가  

별 의미없어보이는 블록들에 불과할 수 도 있어.

하지만 우리 각자가 이렇게 생겨먹은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자, 잔뜩 쌓여있는 블럭을 보고 한숨부터 쉬지말고 

일단 거기 상자에서 아직 안 꺼낸 메뉴얼을 펼쳐봐.

동기 부여를 위해 맨 뒤에 완성되있는 멋진 모습을 보라고! 

이제 알겠지? 


우린 당신이 생각하는 단순한 블록조각 이상의 것이 될 수 있어. 


왜 있는지 모르는 조각, 왜 하는지 모르는 동작 조차도.

1번 부터 수 백번까지. 모두 그의 계획 안에 있어.

우리가 허투루 쓰이는 곳은 한 군데도 없지. 


당신이 해야할 것은 그저 올바른 위치에 올바른 블록들을 

순서대로 배분해서 끼워 맞춰주는 것 뿐이야. 


슬슬 할 마음이 들었어? 그럼 이제 신나는 조립을 시작하자고. 

그리고 완성된 우리를 전시해줘. 세상이 볼 수 있도록 말야. 







오오오오오오오만한 레고 같으니라고 ! 


이 짧은 글을 쓰며 순간 "레고가 부럽다.." 라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가치를 아는 건 무엇보다 값지다는 것.


레고에게는 자신이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를 설명해 줄 

조립메뉴얼이 분명히 존재하며 

거기서 차지하는 자신만의 역활이 확실하기 때문에


남에게 무시를 받거나 조롱을 당한다해도 

풀이죽거나 당황하지 않는다. 

자신이 어딘가 쓸모 있다는 뚜렷한 자기 확신이 있으니까. 


레고와는 달리, 사람의 쓸모는 정해져있지 않다.

사람의 역활과 쓸모 같은건 

매 순간 있다가도 없어지고, 없다가도 생긴다. 


삶의 고난 앞에서 

내가 하찮아지는 순간, 내가 민폐가 되는 순간. 

거기에 흔들리는 사람들, 사람들.

자신의 쓸모에 대한 자기 확신란게 

있을 땐 괜찮은데, 없으면 불안해진다.


그럴 때 자신을 속이기도, 타인을 속이기도 하며 

흔들리지 않으려 용기를 내보지만

결국엔 "척" 에서 그치고만다. 


너무 힘이 들때면 그러면 안된다는걸 알면서도 

때때로 내가 치루고 있는 고난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알려주는 

메뉴얼이란게 있다면, 인생의 스포일러를 감수하고서라도 

그 큰 그림을 감상해보고 싶다.


힘든 이 순간이 내 삶 어디에 필요한지, 어떻게 기능할지. 

이 고난의 존재 이유에 대해, 내 삶의 완성된 모습을.


하지만 그런건 존재하지 않는다는걸 알기에. 

우린 그저 스스로에게 물을 뿐.

이 고난은 무슨 쓸모가 있을까? 


내가 흔들리지 않을 수 있도록 지탱해주는

나의 쓸모는 무엇일까? 




매거진의 이전글 장난감 졸업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