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알아요?
해질녘 통학버스를 타고
서울까지 오는 1시간 반.
당신 옆자리에 앉던 나.
내 옆자리에 앉던 당신 .
그 순간만은 누구보다 가까이서
당신을 보고, 당신을 들으며
집에 갈 수 있었던 그 시간이
내게 얼마나 소중했는지.
가끔씩 잠에 취해 내게 기댈 때.
내가 얼마나 어깨를 내어줄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당신은 그 때마다
우연히 마주쳤던거라 생각했겠지만
사실, 그건 반쪽짜리 우연이었어요.
내가 당신을 만날 때를 기다린거니까요.
나 한 사람의 기다림 없이는 없었을 일들.
당신이 오길 기다리며 탈 수 있는 버스를 먼저 보내고
다음 버스에 당신을 볼 수 있길 바라며 기다렸었죠.
매주 한번.
당신이 하는 교양수업.
일주일에 한번 만나는데 그 때마다
강의가 끝나고 어떤 약속도 없이
교실에서 헤어진 두 사람이
랜덤하게 출발하는 통학 버스를 타는
우연같은 상황이 학기 내내
반복될 리 없잖아요.
가끔씩 궁금해져요.
우리가 함께 한 순간이
당신에게도 우연이 아니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