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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냥이 Apr 20. 2021

반쪽짜리 우연

그거 알아요?

해질녘 통학버스를 타고

서울까지 오는 1시간 반.


당신 옆자리에 앉던 나.

내 옆자리에 앉던 당신 .


그 순간만은 누구보다 가까이서

당신을 보고, 당신을 들으며

집에 갈 수 있었던 그 시간이

내게 얼마나 소중했는지. 


가끔씩 잠에 취해 내게 기댈 때.

내가 얼마나 어깨를 내어줄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당신은 그 때마다 

우연히 마주쳤던거라 생각했겠지만

사실, 그건 반쪽짜리 우연이었어요.

내가 당신을 만날 때를 기다린거니까요.


나 한 사람의 기다림 없이는 없었을 일들.

당신이 오길 기다리며 탈 수 있는 버스를 먼저 보내고

다음 버스에 당신을 볼 수 있길 바라며 기다렸었죠. 


매주 한번.

당신이 하는 교양수업.


일주일에 한번 만나는데 그 때마다

강의가 끝나고 어떤 약속도 없이

교실에서 헤어진 두 사람이 

랜덤하게 출발하는 통학 버스를 타는

우연같은 상황이 학기 내내 

반복될 리 없잖아요. 


가끔씩 궁금해져요. 

우리가 함께 한  순간이 

당신에게도 우연이 아니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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