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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냥이 May 22. 2021

뒷북


어...흠, 잘지내니?


거의 20년이 가까이 지나서

이제와 그 때의 진심을 글로 써보는게 무슨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겠지만

혹시 너가 우연히라도 이 글을 보게 된다면 ....


자신이 언젠가 한 소년의 첫사랑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한번쯤 미소지을 수 있다면 좋겠어.


그 뿐인 글이야.

다른 욕심은 없으니 재미있게 읽어주길 바라 ㅋ






중학교 1학년.

같은 초등학교, 같은 학원을 다녔던

장난기 있고, 예쁘고, 도도하고

그런데 속마음은 어딘가 여린 면이 있는 것 같은

너와 옆자리가 걸렸을 때.

난 속으로 이렇게 외쳤던 것 같아.


럭-키!!


그 나이 쯤의 철없는 남자애들이 대개 그렇듯이..

아니, 사실 그런거 감안해도 당시 교실에서 가장 시끄럽고

장난꾸러기였던 나였지만.

너의 앞에만서면 약해지는 내 태도를 보며

너는 내가 널 좋아하는거 아니냐고

이따금씩 나에게 당돌하게 물어봤었지.


어, 그게… 사실 너를 진짜 좋아하긴 좋아했는데

그 때마다 난 수줍은 마음에 대답을 미뤄왔어.


젠장. 불공평해. 넌 그렇게 내 생각을 물어보면서

너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려준 적은 없었잖아.

나도 좀 물어볼걸 그랬나?

물어봤다면 너는 어떤 대답을 했을까?


두 번 정도 아쉬운 기억이 있어.

언젠가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하교길.

그리고 같은 학원 버스에서 내릴 때.

집에 가는 방향이 같아서

단둘이 있을 때.

내가 너를 집에 데려다 줄 수 있었던 기회가 두 번인가 있었는데...


한번은 내가 과하게 수줍었는지, 미쳤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안되는게

뭐 급한 일도 없으면서

나란히 잘 걷고 있다가 돌연 너를 앞질러서

급한 일 있다고 먼저 집으로 뛰어가면서

내 복을 걷어찼고.


한번은 비가 오던 날이었을거야.

같은 동네 사는 너와 학원버스에서 같이 내릴려고 했던 그 때.

그 땐 진짜 너랑 단둘이 걸을 수 있겠다 싶었는데

이번엔 내가 우산 안 챙겼다고

엄마가 학원 버스 내리는 곳에 우산들고 찾아와

날 마중 나오는 바람에 망쳤지.



그 때 타이밍 그지같다 생각했어 진짜.


그래도 수련회 때.

억지로 타잔 로프 줄타기 같은 거 하게 되었을 때.

너한테 장갑을 건네받았던 거...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꽤 좋은 추억이었어.

가만 생각해보면 은근 너가 날 챙겨주는 순간이 많았던 거 같아.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난 어느 날의 쉬는 시간.

너를 포함한 친구 넷이서 진실게임을 하던 그 때

내게 좋아하는 사람 없냐는 질문에

대답을 미루다 결국 게임의 룰을 핑계 대며

내 진심을 말했어.


널 좋아한다고... 너의 눈을 보며 말했지.


지금 생각해도 참 멋없는 고백이었던거 같아

그 때 그 고백 아닌 고백을 하고나서 수업종이 울렸고

내 마음만 전한 채로 일상은 흘러갔어

그 때 이후로 너가 날 다르게 봤을까? 모르겠다.


그 뒤의 상황은 한마디로 흐지부지 흘러갔던거 같네.


나도 뭐... 그냥 친구들이랑 생각없이 놀고, 재밋게

학창시절을 지내는데 바빠서 시간은 흘러갔고

학년은 바뀌고, 너와 난 다른 반이 되었고

중학생의 시간은 빠르게, 빠르게 흘러갔지.


그러던 어느날 학교 앞 운동장에서

너와 마주쳤을 때.

너는 갑자기 한마디 말도 없이

서운하다는 표정으로 날 한 대 아프게 때리고 지나갔어.


그건 무슨 의미였을까?

그냥 꼴보기 싫어서 때린거야?

아님... 혹시 너도 날 좋아했던거야?

고백까지 한 마당에

내가 무엇을 더 했어야했을까?

내가 어떻게 더 다가갔어야했을까?

지금와서 떠올려봐도 어떻게 하는게 정답이었나 알쏭달쏭해.


날 때렸던 그 한방이 너에겐 나름의 이별의 행동이었을까?

너가 그렇게 떠났어도,

당시에 난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던거 같아.


졸업을 하고나서, 졸업앨범에서

너의 흔적을 찾을 수 없더라고.

전학을 간건지, 어떻게 된건지. 모르겠어.

영영 소식을 알 수 없게 되었지.


이젠 사진도, 주소도, 전화번호도...

어떤 기록도 찾을 수 없는 너는 그렇게 내 기억 속에서만 남아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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