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흠, 잘지내니?
거의 20년이 가까이 지나서
이제와 그 때의 진심을 글로 써보는게 무슨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겠지만
혹시 너가 우연히라도 이 글을 보게 된다면 ....
자신이 언젠가 한 소년의 첫사랑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한번쯤 미소지을 수 있다면 좋겠어.
그 뿐인 글이야.
다른 욕심은 없으니 재미있게 읽어주길 바라 ㅋ
중학교 1학년.
같은 초등학교, 같은 학원을 다녔던
장난기 있고, 예쁘고, 도도하고
그런데 속마음은 어딘가 여린 면이 있는 것 같은
너와 옆자리가 걸렸을 때.
난 속으로 이렇게 외쳤던 것 같아.
럭-키!!
그 나이 쯤의 철없는 남자애들이 대개 그렇듯이..
아니, 사실 그런거 감안해도 당시 교실에서 가장 시끄럽고
장난꾸러기였던 나였지만.
너의 앞에만서면 약해지는 내 태도를 보며
너는 내가 널 좋아하는거 아니냐고
이따금씩 나에게 당돌하게 물어봤었지.
어, 그게… 사실 너를 진짜 좋아하긴 좋아했는데
그 때마다 난 수줍은 마음에 대답을 미뤄왔어.
젠장. 불공평해. 넌 그렇게 내 생각을 물어보면서
너가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려준 적은 없었잖아.
나도 좀 물어볼걸 그랬나?
물어봤다면 너는 어떤 대답을 했을까?
두 번 정도 아쉬운 기억이 있어.
언젠가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하교길.
그리고 같은 학원 버스에서 내릴 때.
집에 가는 방향이 같아서
단둘이 있을 때.
내가 너를 집에 데려다 줄 수 있었던 기회가 두 번인가 있었는데...
한번은 내가 과하게 수줍었는지, 미쳤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안되는게
뭐 급한 일도 없으면서
나란히 잘 걷고 있다가 돌연 너를 앞질러서
급한 일 있다고 먼저 집으로 뛰어가면서
내 복을 걷어찼고.
한번은 비가 오던 날이었을거야.
같은 동네 사는 너와 학원버스에서 같이 내릴려고 했던 그 때.
그 땐 진짜 너랑 단둘이 걸을 수 있겠다 싶었는데
이번엔 내가 우산 안 챙겼다고
엄마가 학원 버스 내리는 곳에 우산들고 찾아와
날 마중 나오는 바람에 망쳤지.
…
그 때 타이밍 그지같다 생각했어 진짜.
그래도 수련회 때.
억지로 타잔 로프 줄타기 같은 거 하게 되었을 때.
너한테 장갑을 건네받았던 거...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꽤 좋은 추억이었어.
가만 생각해보면 은근 너가 날 챙겨주는 순간이 많았던 거 같아.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난 어느 날의 쉬는 시간.
너를 포함한 친구 넷이서 진실게임을 하던 그 때
내게 좋아하는 사람 없냐는 질문에
대답을 미루다 결국 게임의 룰을 핑계 대며
내 진심을 말했어.
널 좋아한다고... 너의 눈을 보며 말했지.
지금 생각해도 참 멋없는 고백이었던거 같아
그 때 그 고백 아닌 고백을 하고나서 수업종이 울렸고
내 마음만 전한 채로 일상은 흘러갔어
그 때 이후로 너가 날 다르게 봤을까? 모르겠다.
그 뒤의 상황은 한마디로 흐지부지 흘러갔던거 같네.
나도 뭐... 그냥 친구들이랑 생각없이 놀고, 재밋게
학창시절을 지내는데 바빠서 시간은 흘러갔고
학년은 바뀌고, 너와 난 다른 반이 되었고
중학생의 시간은 빠르게, 빠르게 흘러갔지.
그러던 어느날 학교 앞 운동장에서
너와 마주쳤을 때.
너는 갑자기 한마디 말도 없이
서운하다는 표정으로 날 한 대 아프게 때리고 지나갔어.
그건 무슨 의미였을까?
그냥 꼴보기 싫어서 때린거야?
아님... 혹시 너도 날 좋아했던거야?
고백까지 한 마당에
내가 무엇을 더 했어야했을까?
내가 어떻게 더 다가갔어야했을까?
지금와서 떠올려봐도 어떻게 하는게 정답이었나 알쏭달쏭해.
날 때렸던 그 한방이 너에겐 나름의 이별의 행동이었을까?
너가 그렇게 떠났어도,
당시에 난 그게 마지막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던거 같아.
졸업을 하고나서, 졸업앨범에서
너의 흔적을 찾을 수 없더라고.
전학을 간건지, 어떻게 된건지. 모르겠어.
영영 소식을 알 수 없게 되었지.
이젠 사진도, 주소도, 전화번호도...
어떤 기록도 찾을 수 없는 너는 그렇게 내 기억 속에서만 남아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