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귀의 기호 식품. 그저 음악이다.
언젠가 음악이 인생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 못 한다는걸 알아버린 순간부터…
누군가 나에게 인생에 남는 베스트 한 곡을 소개해 달라고하면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게 되었다.
인생에 남는 음악이라니…
음악의 가능성, 역할은 높게 쳐줘야
내가 어떤 상황들에서 느끼는 순간의 감정을
좀 더 폭넓게 느끼고, 즐길 수 있게 돕는 촉매제 역할… 거기까지다.
그 감정의 원천은 음악 같은 외부적 요소가 아니라
언제나 내 삶, 내 안에 존재하는 것이었다.
스물 초반 무렵의 내 모습을 상상해본다.
티를 내고 다니지는 않았지만
당시 난 소위 힙스터들이 걸린다는 홍대병 같은 것을 앓고 있었다.
그 시점까지 내 작은 세계안에서 음악의 존재감은 거대했었다.
그 때 난 상대적으로 남들이 모르는 국내 인디밴드 음악들에 심취해서
이 아티스트, 이 감성, 이 예술성….. 그런 것들에 대해 진지하게 파고들며
그것들을 이 세상에서 나만 알고 느낄 수 있는 것 같은…
이상한 자부심에 심취해있었다.
피곤한 세상 속에서 음악은 국가가 나에게 허락한 유일한 마약.
그런 생각을 했었던 것도 같다.
언젠가 어떤 사람을 사랑했고, 그 마음이 처참하게 짓밟혔다.
그 때, 내가 그렇게 사랑했던 음악이
나에게 위로가 되어주고, 나를 그 상황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주었나?
아니… 그 음악이 나의 심정을 대변해준다고 믿으며
고작 음악 하나를 내 삶, 내 상황에 대입해 일희일비하며 감정소모를 하는
처량한 남자가 있었을 뿐이다.
홍대병이 깔끔하게 치유된 것은 아마도 그 때 이후였던 것 같다.
그러니까 인생에 남는 음악이 무엇이 있었냐고
당신이 나에게 물어본들 내가 들려줄 수 있는 대답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