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에 파란색 스포츠카를 몰고 온 그 남자가
우리반 담임을 맡고있는 희원 선생님을 찾았던건 그 해 여름이었다.
한창 수업이 진행되던 중, 당당하게 대뜸 교실문을 열어젖힌 그 남자가 말했다.
“희원아 나 이대로는 너 못 보내, 우리 다시 만나자! ”
“일하는데까지 찾아와서 곤란하게 이러면 어떻해. 지금 할 얘기 없으니까 나중에 만나. ”
“잠깐만 시간을 내줘, 난 진짜 너 아니면 안돼, 널 위해서라면 다 포기할 수 있어.
요앞에 세워둔 스포츠카도 옆자리에 너가 없으면 내겐 아무 의미없어. 다 필요없다고! ”
라고 말하며 자신의 차 키를 바닥에 던지는 그 남자.
아, 이게 어른들의 로맨스라는건가?
한 여름의 중학교 교실에서 아침 드라마 같은 상황이 일어나고 있었다.
당시 희원 선생님은 우리반 남학생들의 아이돌 같은 존재였고
나에게 스포츠카를 몰고온 그 남자는 우리의 교실을 침략한 악당 처럼 보였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
살면서 좋아하는 사람의 영웅이 되어볼 기회는 많아야 한 두번이다.
교실 앞쪽. 내 자리에 일어나서 몇걸음 정도… 손뻗으면 닿는 위치에
진상을 부리는 그 남자의 차키는 떨어져있었고, 희원선생님과 남자가 실랑이하는 사이에
난 기회를 놓치지 않고 그 남자의 차키를 대뜸 주워서 교실밖으로 뛰쳐나가며
남자에게 외쳤다.
“놀고있네, 그럼 이 차는 이제 내꺼야!! “
어떤 사정이 있던 간에 희원 선생님의 곤란한 상황을
해결해주고 싶던 마음에 차키를 쥐고 정신없이 달렸다.
놀랍지도 않지만, 다 포기하겠다던 그 남자가 무서운 얼굴을 하고
나를 쫒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학교 앞 주차되어있는 그 스포츠카가 있는 곳까지 달리고, 달렸다.
가만, 근데 나 운전할줄 모르잖아? 남자는 50m이내에서 숨을 헐떡이며
나를 추격해오고 있었고, 더 이상 지체했다간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었다.
“에라 모르겠다. “
일단 차에 탑승해 내 생애 첫 시동을 걸어본다.
그 해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