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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냥이 Nov 28. 2021

날씨의 아이 2019


★★★☆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최신작 "날씨의 아이"

보는 관점에 따라, 생각보다 무거운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는 면에서

같은 감독의 바로 전작이자 히트작, "너의 이름은" 과 차별점이 있다고 하겠다.


일단, 매번 기본이상은 해주는 시각적인 퀄리티에 대해 칭찬하고 싶다.

어쩐지 이 감독의 작화(특히 배경묘사) 는 매번 실망시키지 않는다.

비가 멈추지 않는 도시, 도쿄를 현실감있으면서도 아름답게 표현했고

간간히 맑음 소녀 히나의 기도를 통해 맑아지는 도시의 연출은 장관이다.

좋아하는 J-밴드 RADWIMPS의 OST도 분위기에 잘 녹아들고 말이다. 

"전전전-세" 만큼의 임펙트는 없지만서도 ㅋ 


영화의 설정상 원인 불명의 이유로 비가 멈추지 않는 절망적인 도시에서 

섬마을에서 가출해 막연한 기대를 품고 도시로 온 소년과

도시에서 부모를 잃고 동생과 남겨진 소녀 가장의 만남..


소녀에겐 날씨를 컨트롤 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고 

이는 초반 도시전설과 같은 이야기로 전해지다가 소년의 눈앞에서 사실로 드러난다.

기도로 맑은 날씨를 만들어주는.. 그 능력을 이용해 

세상에 유래없는 아르바이트 활동을 하는 것도 신선하면서도 귀여워서 좋았다.

시장마켓? 미션을 시작으로, 불꽃놀이 미션까지 분위기를 꽤 밝게 가져가는데.

개인적으로 뮤지션 페퍼톤스의 "겨울의 사업가" 라는 

농담같은 노래가 떠오르기도 하는 부분이었다.


영화 중,후반부터 소년이 초반에 저지른 어떤 일이 원인이 되어

소년 소녀, 동생 일행은 도망자 신세가 되는데,  거기에 더해 소녀의 능력이

사실상 도시에 멈추지 않는 비를 멈추게 하는 제물로서의 저주받은 능력이라는게 

드러나며 영화의 갈등은 고조된다.


간단히 말하자면, 

소녀가 제물의 역활을 다해 세상에서 사라져야만

비로소 "멈추지 않는 비"라는 자연재해를 끝낼 수가 있다는 설정.


이런걸 전문용어로 "세카이계"라고 하는거 같은데 이런 용어가 만들어질 만큼

J-애니메이션에는 이런 종류의 클리셰가 많은가 보다.. 난 별관심없고.ㅋ 


아무튼 영화에서 소녀는 후반에 자신의 운명을 따라 세상에서 사라지게 되는데

마법처럼 도시에는 비가 멎고, 푸른 하늘과 쨍-한 여름날씨가 돌아온다. 

하지만.. 이에 소녀를 사랑한 소년이 딥빡해서, 이런저런 여정을 거쳐 

자신은 푸른 하늘보다 소녀가 중요하다며

"날씨 따윈 계속 미쳐있어도 돼!!! " 라는 명대사를 치면서

하늘 속으로 없어진 소녀를 다시 되찾아온다.ㅋ 

이게 어떻게 보면 세상이 망하는건데 

연출이 굉장히 아름답고, 해피하게 묘사됨. 


아무튼, 그 결과 소녀가 오자마자 비는 다시 내리기 시작했고

3년이 지난 후 시점에서도 하늘이 계속 비를 퍼부어서 

세상이 대~충 멸망한다는 아스트랄한 결말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난다.


막판에 소녀를 데려오는 남자 주인공의 선택을 두고서

개인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죄없는 소녀 한명이 이유없이 생명을 희생해야

유지될 수 있는 세상은 진정 존재할 가치가 있는걸까?

그래도 세상에 살아가는 그 수많은 사람들 전체의 생존이 중요한걸까? 


남주 입장에서 하나뿐인 사랑을 구하는 영웅적인 행동이

도쿄 시민 입장에선 생명과 삶의 터전을 파괴하는 트롤링이 된다는게 

이 영화가 제시하는 난제라면 난제다.


이 둘의 사연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관전해온 관객입장으로서는

세상의 존립을 위해서라지만, 죄없는 아이가 희생하는걸 보느니

그냥 세상의 모든 인류가 그 부담을 나눠서 

함께 X~되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이들의 사정을 쏙-빼놓고, 희생의 필요만을 알게되면 또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아-재밋었다-하고 끝나는 영화보다 

끝나고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라는 점에서 좋았다.


아무튼, 이 영화의 설정중 그나마 다행인게

모든 도시 사람들이 소녀가 희생해야만 도시가 구제받는다는걸

100% 확신하거나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거다.

만일 인지했다면, 이 소녀를 현상수배하고, 추격해서 희생을 강요했을걸? 

그렇게되면 이 애니메이션 완전 장르가 아포칼립스 막장이 되는거지...


극중 소년이 "그날 우린 세상의 형태를 결정했다" 라는 대사를 한게 생각나는데

정확히는 "그날 우린 세상의 형태를 (날치기 법안 통과시키듯 내가) 결정했다.

라는게 웃픈 사실. ㅋㅋ 


인간 개개인은 선한 개체가 존재할 수 있어도 집단, 종(種)로서의 인간은

그들의 생존을 위해 소수의 개체를 희생하는 

잔인한 결정을 서슴없이 할거라는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아마 소녀의 희생 여부와 멈추지 않는 비의 인과관계가 세상에 알려졌다면...

영화는 꽤 비극적인 전개를 맞이하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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