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물을 필요도 없이 내게 올해 최고의 기대작이었고
보란듯이 기대 이상의 결과물을 보여준 영화.
스파이더맨이라는 캐릭터를 다양한 매체, 다양한 감독, 다양한 배우들을 통해
오랜시간 알고 지내온 사람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팬서비스를 선사한
하나의 거대한 거미 페스티벌이며, 영화 자체의 메세지와 완성도도
주인공 톰홀랜드가 출연한 모든 스파이더맨 영화중에서 정점을 찍었다고 평가한다.
아쉬운 부분이나, 납득이 잘 안가는 부분들이 아에 없는것은 아니지만
솔직히 네드가 "그들"을 스크린앞으로 소환한 이후부터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네이버에 이 영화를 검색했을때 눈에 띄던 평이 하나 있었다.
"이 영화를 보고10대의 나와, 20대의 나, 그리고 30대의 나를 만나고 온 것 같다"
라는 얘기였는데 그 문장을 읽고 무릎을 탁! 쳤다.
정말 말그대로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토비 맥과이어가 주연을 했던 샘스파 시리즈를 볼 당시에 나는 10대.
앤드류 가필드가 주연인 어스파 시리즈를 볼 당시의 나는 20대.
그리고 톰 홀랜드가 주연인 MCU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즐기고 있는
현재의 나는... 30대이기 때문이다.
마침 옛날 이야기를 하기 좋은 기회이니
"스파이더맨 노웨이홈" 이라는 이 기념비적인 대작앞에서
지금까지의 스파이더맨들을 반추해보련다. ㅋㅋ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 ]
매력도 : 피터파커 > 스파이더맨
찌질하고 소시민적인 삶속에서 고분분투하지만 그 안에서 정체를 감춘 히어로의
인간적인 고뇌와 책임의 무게를 보여줬던 토비의 스파이더맨은
영웅의 마스크 속 "피터파커"라는 인간에게 주목하게 해주었다.
개인적으로 샘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2"같은 경우
나에게 있어서 히어로 영화가 단순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유치한 영화가 아니라
그 이상을 넘어서는 감동과 무언가를 사람들에게 줄 수 있다고 증명해준 명작이다.
[앤드류 가필드의 스파이더맨 ]
매력도 : 피터파커 < 스파이더맨
같은 "피터파커"라는 캐릭터지만 훤칠한 외모를 갖추고 그웬 스테이시 캐릭터와
꿀떨어지는 애정캐미를 보여주며 특유의 감출 수없는 인싸 느낌을 줘서
토비의 스파이더맨을 기억하는 팬들에게
우리가 알던 피터파커와 너무 다르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코믹스의 히어로 캐릭터로서 화려한 웹스윙과 재기발랄한 스파이더센스.
그리고 쉴 새없이 수다를 떨며 스타일리쉬하게 악당들과 싸우는 "스파이더맨"으로서는
1대 스파이더맨인 토비 맥과이어를 능가하는... 말그대로 '어메이징'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개인적으로 앤드류의 스파이더맨도 토비만큼 좋아하는 편이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에서 결말부 "그 일"을 겪고나서도 자신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악당 라이노 앞에 다시 복귀한 스파이더맨을 보고 눈물이 나왔기 때문이다.
[톰홀랜드의 스파이더맨]
매력도 : ???... !!!
선대 스파이더맨들에 비해 꽤나 어린 나이의 학생으로 등장한 톰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은
기원을 보여주는 솔로무비도 없이 "캡틴아메리카:시빌워" 에서 데뷔해 MCU라는
거대한 빅사이즈 프렌차이즈 피자에 맛을 더해주는 토핑처럼 뿌려진 존재였다.
그 이후 나온 솔로무비 "홈커밍"과 "파프롬홈" 에서는 나름의 서사를 부여받았지만
기원부분에 있어서 벤삼촌의 멘토링과 가호가 없이 출발한 스파이더맨이라 그런가
어쩐~지 멘토 역활의 MCU캐릭터들을 줄줄이 달고 출연해서
"아니, 쟤는 지 혼자 뭘 못하니까 자기 영화에서 뭔 끼워팔기를 저렇게 해대냐?"
라는 비판을 숱하게 경험했던 다소 비운의 스파이더맨이었다.
(덧붙이자면 나도 저 끼워팔기 비판론에 찬동하는 입장이었다. ㅋㅋ)
확실히 이번 영화에서도 단독으로서 스파이더맨의 홀로서기는 무리였는지
닥터스트레인지와 위에 설명했던 1대, 2대 스파이더맨들까지 화려한 캐스팅을 동원하며
모든 스파이더맨의 팬입장에서는 반갑지만...
한편으로 톰홀랜드 개인에게는 자신의 세번째 시리즈까지
스포트라이트를 온전히 얻지 못하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다소 불안해보였다는게
이 노웨이홈을 보기 전까지의 내 생각이었다.
제 몫을 제대로 하고 있는 닥터스트레인지의 화려한 액션씬.
명배우들이 다시금 열연한 화려한 빌런들, 그리고 너무나 꿈만같은 선대 스파이더맨들의 출연
그리고 출연 자체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역활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팬서비스를 보여준
정말이지 칭찬해줄 것 투성이인 이 축제같은 영화에서
내가 가장 칭찬하고 싶은 점을 한가지만 꼽자면 단연코 이 영화의 결말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이렇게 확신에 차서 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지금까지 영화 외적으로나 스토리 안에서나
다소 애새끼맨 같은 이미지로 고통받던 톰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은
다른 무엇도 아닌 바로 이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의 결말을 통해
마치 자기 집을 찾은것 마냥 자신만의 온전한 서사를 부여받았고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리부트 아닌 리부트를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의지할 곳도, 가진 것도 아무것도 없는 언더독 히어로.
그 가면 안에 있는 것은 오로지 평범한 존재인 피터파커.
스파이더맨.
그 원점으로의 회귀다.
남모를 아픔과 고민들을 가슴에 품은 채
자기 힘으로 세상의 악과 싸우며 약자들을 돕는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
그에겐 이제 명언이나 잔소리를 해줄 MCU의 멘토도, 절친도, 애인도
뭣도 없다. 물론 그 멋드러진 스타크씨의 슈트도 없다.
애초에 그에게 필요없었던 것인지도 모를 그 모든 겉치레 적인 것들을
다 빼고, 내려놓고 나서야 피터파커는 비로소 피터파커가 되었다.
이제 톰홀랜드의 스파이더맨... 그가 가진 것이라고는
빨강 파랑의 쫄쫄이와 웹슈터,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사명감뿐인 것이다.
30대의 나의 현재에 머물러주고 있는 톰홀랜드의 스파이더맨.
앞으로 3편의 스파이더맨 영화가 더 나올거라는 뉴스를 접했는데
어떤 소식보다 반갑고 응원하고 싶다.
그래, 톰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은 이제 진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