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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냥이 Mar 06. 2022

더 배트맨 (2022)

★★★


[서론]


조금 뜬금없지만 농구만화 "슬램덩크"에는 윤대협이라는 에이스 캐릭터가 있다.

천재적인 실력에 강한 정신력을 탑재하고 있는 나이스가이. 능남의 에이스 윤대협.

그의 팀이 뭔가 열세인 상황이거나 그가 등장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그의 주변 인물들. 그러니까 동료, 관객, 라이벌들 모두 입을 모아 호들갑을 떨며 

이런 뉘앙스의 대사를 수근거리곤 한다.


[윤대협이라면 뭔가 해줄거야. ] 라고 말이다. 


히어로 프렌차이즈 시장에서 덩치가 커져버린 마블에게

언젠가부터 쭈우우우욱 밀려서 만년 2인자 이미지를 오래도록 면치 못하고 있는 DC.

그렇지만 이 DC에는 있고, 마블에는 없는 아주 위대한 에이스가 있다. 

누군가 그게 누구냐고 묻는다면 본인을 포함 많은 사람들은 주저없이 대답할거다.

배트맨이라고. 그리고 이 배트맨의 영화가 나올때마다 관객들의 마음의 소리가 들린다.


[배트맨이라면 뭔가 해줄거야. ] 라고 말이다. 


이런 배경사항은 차치하고서라도

이 "더 배트맨"은 개인적으로 잔뜩 기대를 하고 있던 영화였다. 


DC에는 기본적으로 마블의 밝음을 따라가기보다 

마블에게 없는 "배트맨"을 중심으로

마블이 감히 시도하기 어렵고, DC만이 할 수 있는 어두움이 있다. 


그것을 이미 영화 "조커" 를 통해 증명한 바있으며

히어로 영화중에서는 물론이고 영화 자체만 놓고봐도

마스터피스라고 불리는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 트릴로지"보다 

이 영화 "더 배트맨"이  더 사실적이고, 더 어두워보였기 때문에 

재미있기도 더 재미있을거라는 묘한 확신이 있었던거다. 


그런데 놀랍게도, 놀랍게도~ 

나는 이 영화... 흥미로운 부분도 분명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다소 지루하게 감상했다.


이제부터 이 영화에서 내가 흥미롭게 즐겼던 장점들과

나를 실망시킨 단점들에 대해서 서술해보겠다. 


이 리뷰를 읽는다면 이제부터는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하시길.




[장점에 대하여]


1. 고담


이 영화는 배트맨 특유의 딥다크한 분위기를 굳이 숨기려고 하지 않는다.

그리고 왠만한 히어로 영화에서 좀처럼 구경하기 힘든 퀄리티의 때깔을 보여준다.


배트맨의 주된 활동무대이자 부패하고 병들고 음울하며 그리고 어느 때보다 못된 도시, 

고담을 우리의 현실 어딘가에 태연히 있을법한 비주얼로 구현했으며 

단 한번의 화창함도 보여주지 않고 시종일관 비가 오거나, 어두운 밤, 흐린 낮만을 보여주며

현대를 무대로 하면서도 마치 90년대 세기말에 있는듯한 느낌주는 미장센이 돋보인다.


특히, 영화 초반부에 리들러의 첫번째 살해현장을 방문하기 전 

길거리를 배회하며 타겟을 물색하고 범죄자들을 상대하는 장면

그리고 방문한 후로 지하의 배트케이브로 가는 장면에서 

음울한 배트맨의 독백과 함께 펼쳐지는 고담이란 도시의 풍경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색다른 느낌의 시티투어를 제공한다. 


2. 탐정


원작 코믹스에서 배트맨을 묘사하는 몇 가지 별칭 있다.

어둠의 기사, 망토를 두른 십자군, 세계최고의 탐정 등이 그 대표격인데 

이 영화는 배트맨의 여러 별명중 "세계최고의 탐정"에 집중했다. 

탐정, 추리물에 관심이 있는 나같은 사람에겐 굉장히 반가운 일이다. 


마침 메인 빌런도 이러한 배트맨의 특수성을 활용하기 좋은 지능형 빌런, 리들러다.

리들러가 저지른 범행의 수수께기와 목적을 파헤치고 최종적으로 그를 잡기 위해서

배트맨은 탐정물에서 볼 수 있는 현장수사. 탐문수사, 잠입수사, 심문수사  등등 

다양한 수사기법을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영화 특유의 하드보일드, 느와르적 분위기에 

완전히 어울리는 옷을 입은거 같은 이런 배트맨의 모습을 보는건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다. 


3. 초창기


지금까지 영화들을 통해 봤던 많은 배트맨이 있었다. 

그는 어떻게 배트맨이 되었나?  배트맨의 기원을 설명하는 크리스찬 베일의 배트맨.

이미 자신이 정체성을 확립한 히어로 배트맨으로 한창 활동하고 있는 마이클 키튼의 배트맨.

산전수전 다겪고 노련해져았지만 모든것에 신물이나있는 벤 에플렉의 늙고 지친 배트맨.


이 영화 "더 배트맨"은 배트맨이라는 캐릭터를 다루는것에 대해서

선배 배트맨들의 길을 따라가기보다는 신선하고 새로운 시도를 했다. 

내가 영화로 한번도 본적이 없던 2년차 배트맨의 초창기 시절을 다루고 있다는거다.


이 영화의 배트맨은 완전한 아마추어도, 완전한 프로도 아닌 그 사이 애매한 경계에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왠지모를 현타를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쓰고 하는 그 일이 자신의 유산이라 굳게 믿으며

멈춰서는 안된다며 애써 마음을 다잡고 있는 배트맨의 모습은 어쩐지 직장에서 

여러가지 일들을 겪으며 현타와 회의감을 느꼈던 나의 순간들을 떠올리게 만들며

주인공을 응원하게 만들었다. 



[단점에 대하여] 


1. 덜 익은 배트맨


바로 직전에 설명한 장점인 "초창기"에서 2년차 배트맨이 그 나름의 신선한 에너지를 갖고있고, 감성적인 면에서 관객들이 좀 더 폭넓게 이입하고 응원할 수 있다는게 가점요소가 되었다면, 여기서는 그 반대급부로 능숙치 못한 모습이 감점요소가 되었다는걸 이야기하고 싶다. 


내가 익히 알고있는 배트맨은 편집증적이라 할만큼 자신의 일을 하는데 철두철미하고, 어떤 상황에서든 그에 알맞는 전략, 전술을 갖춰놓은 상태에서 이기는 싸움을 하는 그런 캐릭터다. 이러한 유능한 전략가, 전술가의 모습 또한 이 히어로의 커다란 매력이고,  배트맨 영화가 나올때마다 내가 기대하고, 환호하는 모습중 하나인데 이 영화의 배트맨은 초창기라고는 하지만 그런 부분이 너무 부족했다. 


이 영화가 밀어주고 있는 "탐정"으로서의 배트맨은 제법 그럴듯해보이지만 초창기라는걸 감안하고 봐도 이 영화의 배트맨은 "전투"에 있어서 2년의 경험이 축적된 배트맨이라고는 볼 수 없을 만큼 고전을 하고, 처절하게 싸운다. 경험과 기술이 부족하다지만 그래도 체력적으로 가장 팽팽할 시기아닌가? 마침 배트맨의 배우도 그 "로버트 패틴슨"이라 각잡고 액션씬에 힘을 줬으면 정말 환상적인 장면들을 만들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단적인 예로, 펭귄의 아지트로 쳐들어갈때 대책없이 정문으로 당당히 노크하고 들어가 개싸움을 펼치는 모습이라거나, 영화 내내~ 일대일이든 다대일이든 어떤 무력상황에서도 제대로 완벽하게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기본적으로 배트맨은 인간중에 최강인 히어로다. 그런 배트맨이 영화에서 초인이 아닌 인간들과 전투를 펼친다면 되도록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하고, 되도록 그걸 깔끔하고 멋있게 해내야한다. 


왜냐면 그런 요소가 히어로영화의 "엔터테인먼트" 적인 부분을 만족시키는데 

상당히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해서 이 영화에 인상깊고 멋있는 씬이 아주 없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그것들은 대체로 분위기와 사운드에 의존하는 스타일의 멋이었지,

내가 추구하는 택티컬하고, 테크니컬하며 보는 눈이 즐거운 느낌의 멋은 아니었다는거다. 



2. 니들끼리 재밋으면 그만이냐? 


히어로 영화에서 재미란 빌런의 매력과 비례한다고도 할 수 있다. 

일단 내가 놀란의 다크나이트 트릴로지를 감상했다는게 문제의 출발점이다. 

리들러라는 악당의 행동들을 보며 뭔지모를 익숙함을 느꼈다. 


극의 중반 라이브 영상을 공개하며 잔인한 살인 행위를 보여주고 

자신의 악행의 의미에 대해 설명하기 좋아하는 모습은 

"다크나이트"의 조커가 생각났고


극의 후반 고담에 진정한 변화를 가져오겠다며

방파제를 폭파시켜 고담을 재앙과 같은 상황에 밀어넣는건 

"다크나이트 라이즈" 의 베인이 생각났다. 


리들러의 악한 계획과 그것을 실행하는 과정에는 독창적인 미학과 재미가 없다.

그게 부실하다면 영웅과의 대립각을 세우며 캐릭터로서의 매력이라도 보여줬어야하는데 

히어로와 악당이 직접 충돌하는 장면도 이 영화에는 찾기가 힘들다. 


좀 더 설명하자면 리들러는 영화 내내~ 너무나 안전한 장소에서, 자신은 위험에 노출될 일없는 상태로 배트맨에게 시련을 주고 있으며, 배트맨은 영화 내내~ 일방적으로 리들러의 의도대로 휘둘리며 그가 배치해놓은 퍼즐들을 쫒으며 어쩔 수없이 한발짝 늦는 추적을 하고 있다. 


이 모든 일이 일어나는 와중에 영웅과 악당 모두 각자의 계획과 추리에 도취되어있고, 고조되어있지만...

이 둘이 실제로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직접 Face to Face 하는 장면은 3시간에 육박하는 러닝타임을 

통틀어도 30분이 안될거다. 


관객입장에서 악당과 영웅의 대립을 얼마 보지 못한다는건 히어로영화로서 큰 단점이다. 

리들러가 남긴 단서를 쫒는 과정에서 펭귄, 팔코네, 캣우먼등 여러가지 인물들과 대립을 하지만

정작 메인빌런 리들러의 서사와 동기가 나중에 취조실에서의 토크로 퉁쳐진다는건 너무 아쉽다.


3. 시원~하게 분량조절 실★패 


자, 이제 내가 가장 실망했던 부분.

영화의 클라이막스가 아니었으면했던 클라이막스에 대해 얘기해볼까한다. 


"심판의 날" 어쩌구하며 시원찮은 떡밥이 배트맨도, 관객들도 모르게 던져진걸 제외하면 

리들러가 저질렀던 네 번의 범행 시장, 경찰청장, 검사, 팔코네 살인과  

아~~~~~무 연관성도, 아~~~~~무 개연성도 없는 대홍수가 터졌다.


악당이 세운 계획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대홍수.

이 영화에 추리장르적인 특성을 제대로 살리려면 

적어도 그 살인들과 리들러의 행동이 이 대홍수를 준비하는데

어떻게든 관련이 있었다는걸 보여줬어야 했는데.... 

이 영화는 그걸 별 대수롭지 않다는듯 스킵해버린다. 


순순히 자백하고 취조실에 잡혀있는 리들러가 

배트맨을 만나서 뭔가 더 있다는듯이 나불대고


듣보 경찰관이 이 흉기, 카페트 마감할때 쓰는거라고 알려주자

뭔가 깨달았다는 듯이 잡혀간 리들러 방의 카페트 밑을 뜯어내는 배트맨.

다른 추리는 다 잘해놓고, 정작 가장 중요한 부분에선 얻어걸린거 아닌가?


카페트 밑을 까보니 바닥에는 예쁜 고담 지도가 있었고 

그다음엔 리들러가 극중 관객도, 배트맨도 모르게 언제 설치해놨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고담 곳곳 방파제에 설치했다는 폭탄이 터지며 퍼퍼퍼퍼ㅓㅇ~~~


아니, 이게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뭐냐고 ㅋㅋㅋㅋㅋㅋ


말그대로 갑분홍수가 되며 고담에는 물난리가 난다. 

나는 그 순간 이건 그냥 리들러가 승리한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걸 어떻게 수습하고 리들러에게 엿을 먹이겠냐?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도 그럴게 진짜 영화 후반부에 수습하기도 감당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터진거라

진짜로 배트맨이 리들러를 엿먹일 시간이 정말 얼마 안남은거 같아서 더 걱정이 든거다. 


리들러는 리들러대로 대홍수를 일으키고 나서의 뾰족한 마스터플랜이 없는거 같아보였다.

본인이 직접 역활을 맡아서 할 악행이 더는 없어보이는거 같기도하고...

이미 아캄에 갖혀있기도 하고.... 


그뒤로 결말까지 이어지는 전개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제발 이러지는 말았으면... 하는 그대로의 전재가 펼쳐졌다. 


배트맨은 대홍수에 이어 고담을 장악하려는 

리들러의 추종자 잡졸들과 대피소에서 목숨건 사투를 벌여 

빌런이 참여하지 없은 전투에서 승리했다.


이걸 과연 승리라고 할 수 있는건가? 하는 의문이 드는 승리다.


그뒤로는 배트맨이 대~~~충 "배-트구조활동"  을 하며 

상황이 대~~~충 수습되는걸 보여주고 배트맨이 대~~~충 샐리나와 작별하며 


[고담에 필요한건 복수가 아니다. 나는 복수 그 이상의 희망이 되어야한다. ] 는

나름의 자기반성, 자아성찰을 하는걸로 영화는 마무리가 된다. 

정신승리까지 안간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지....


아니, 러닝타임 3시간이 주어졌는데도 이런 마무리라니...

이건 누가봐도 용두사미 아닌가? 


심지어 놀란감독이 만든 다크나이트보다 덜 좋게 평가받는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서도 

빌런이 비슷한 재난을 일으켜 고담을 봉쇄하고도 좋은 마무리를 위한 러닝타임이 

든-든히 남아있었는데.... 


새삼 놀란의 트릴로지가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실감하게 된다. 




[결론]


쓰다보니 놀란의 작품과 비교해 불만이 길어졌지만

사실상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는 히어로 영화 시장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영화 시장 어디에 내놓아도 

잘만들었다고 평가받는 치트키 작품이나 다름없다.


그러니 이제 막 스타트하는 "더 배트맨"  시리즈의 첫작을 

그런 레전드와 비교하는것은 너무 불공편한 처사라고 할 수 있겠다. 


결론을 말하자면 

더 배트맨.

일단은 표값이 아깝지는 않았던 평작이다. 


특정 부분에 있어서는 그 놀란도 보여주지 못했던

장점들이 돋보였고 말이다. 


나름의 개성과 분위기를 즐기면 흥미롭고 재밋게 볼 수있는 배트맨의 새로운 영화지만

내가 언급한 단점들 떄문에 누군가에게는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거 같긴한데...

뭐, 어디 첫술에 배부르겠는가? 


I believe batman.


기존과는 전혀 다른 방식과 전혀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 

이 새로운 탐정 배트맨의 가능성을 앞으로 기대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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