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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부탁

조선비즈, 김지수 기자의 그 문장

 괜찮아, 부탁...... 부탁해야 인생이 바뀐다 
- 조선비즈, 김지수 칼럼 -



#친구가 대형사고를 쳤어요

무기력하다던 친구가 사고 아닌 사고 같은 대형사고(?)를 쳤다는 이야기를 했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친구는 한해 가장 중요한 보고서인 연간 계획과 목표 달성 방법을 거의 백지상태로 상사의 이메일로 보냈다는 것. 늘 긍정적이고 의욕이 넘치는 친구가 중요한 서류를 백지를 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고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혔다.


"왜?"

"그냥... 나중에 될 대로 되라는 마음이 들었어."




#그날 밤, 한 통의 전화

그런데 그날 밤 우연히 걸려온 회사 동료의 전화에 백지를 낸 상황을 이야기하며 일이 치여 마음이 힘들다고 얘기했더니, 동료는 정신 차리라는 뼈 때리는 직언을 하며, 시차상 아직 메일을 열지 않았을 거라며 이메일 회수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단다. 그제야 정신이 든 친구는 '백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그 밤에 백지 메일을 회수하고 부랴부랴 백지를 채워 이메일로 보고서를 보냈다고 한다. 만약, 그때 친구가 '나 혼자 다 알아서 한다'의 마음으로 자신의 상황을 알리지 않고 도움을 청하지 않았더라면, 그날 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그 작은 '점' 하나가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 점과 점 사이에 '새로운 줄 긋기'를 한 게 아닌가 생각된다.




# 내겐 너무 어려운 부탁

나 역시 부탁하는 게 어렵다. '부탁'이란 민폐를 끼치는 일과 동의어 같아서 웬만하면 혼자 알아서 해결하는 타입인데 생각의 전환이 온 건 수술하고 병원에 있을 때다. 병문안 오겠다는 수녀 친구에게,


"괜찮아, 혼자도 괜찮으니 오지 마"


라고 했다가 된통 혼난 적이 있다. 도움을 받을 줄 모르는 건 뒤집어 보면 '교만'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그 예로 노년의 수녀님들의 경우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생활하는데 가장 힘들게 하는 사람이 도움을 받지 않으려는 자존심 센 사람이란다. 그때는 병간호는 물론이고 심지어 밑도 다른 사람이 닦아주는데  내 몸을 남한테 맡기지 못하는 사람이 세상 힘들다며 남의 도움에 자신을 맡기는 법도 배워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괜찮아, 부탁... 부탁해야 인생이 바뀐다"  


# 부탁하기 전에는 알 수 없는 것들 

김지수의 기자의 칼럼에서 만난 이 문장은 나한테 하는 소리처럼 들렸다. 기사에서 예를 든 인물은 콘텐츠의 혁신을 이끈 디즈니의 전 대표 로버트 아이작. 그의 눈부신 경력은 외삼촌의 작은 부탁에서 시작되었단다. 병문안 온 ABC 방송국 직원에게 조카의 일자리 부탁을 하면서 촬영장 잡무를 처리하는 말단부터 시작해 대표가 되었다는 일화. 그 이후 인수 합병하는 과정 중 만난 스티브 잡스나 루카스 같은 거물급 인사를 대할 때도 아이작은 '부탁'(진정성 있는 요청)하는 태도를 잊지 않았다는 이야기. 김지수 기자 역시 부탁은 '저자세'이자 '약자의 태도'라고 생각해 왔다며 로버트 아이작의 전기를 읽으면서 이것은 '약자냐, 강자냐'의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성장이나 발전의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부탁'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노라고 말한다. 그 이유가 꽤 설득력 있다. 부탁을 하기 전까진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단다.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으며, 누구와 무엇에 연결할 수 있을지는.



부탁하기 전까지는 사람들이 무엇을 알며
누구와 연결되는지 알 수 없다.
 ‘도와 달라'라고 해야 솔직한 피드백,
신선한 정보, 새로운 해결책이
인맥의 다리를 통해 이동하는 것이다. 




# 괜찮아, 부탁 

'부탁해야 인생이 바뀐다'는 말. 부탁이란 전적으로 '남이 다 알아서 해주겠지'라며 완전히 의지한다는 말과는 다르다고 한다. 그보다 나의 부족한 점을 드러내는 것. 그렇게 부족한 점과 부족한 점이 만나, 혼자 그리다 만 모지란 동그라미를 누군가와 함께 채우며  '온전한 동그라미'를 그려가는 일이라고 생각하자고 맘먹는다. 해줄 수 있으면 해 주고 어려울 때는 이유와 설명을 하고 아니면 해줄 수 있는 데까지 해주고. 가볍게 주거니 받거니 하는 자연스러운 관계. 내가 에너지가 없을 때 도움을 받고, 또 내가 힘이 남을 때는 도움을 주는 언덕이 되는 그런 사이. 원래 인간이란 혼자 설 수 없는 존재니까.(끝.)



괜찮아, 부탁...... 부탁해야 인생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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