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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도 잘하시네요

신윤영 피처 디렉터의 그 문장

어떤 사람의 정신세계를
가장 투명하게 드러내는 것은
'어떤 농담을 하는가'이고, 그다음이
'어떻게 칭찬하는가'다.

-시사인, 신윤영 (<싱글즈> 피처 디렉터)의 칼럼에서





1. 지하 체육관의 기분 좋아지는 향기


발목 골절 후  재활치료 겸 PT를 하고 있다. 운동이 좋아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어쩔 수 하고 있지만  지하에 있는 체육관은 1층 계단부터 입구까지 향초와 꽃이 놓여있어 잠깐 걸어가는 가는 동안 기분 좋아지는 향기가 난다. 또 라커나 화장실도 깨끗하게 정돈돼 있고 땀냄새가 나지 않아, 지하 체육관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궁금한 건 못 참아서 물었다. 혹시 선생님들이 돌아가며 청소를 하시냐고(이 질문은 원장 선생님이 트레이너 선생님을 혹사시키는 건 아닌가 의심하는 눈초리로~ ) 오픈했을 때는 선생님들이 청소도 했는데, 트레이너 선생님들이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최근에는 오전 내내 청소만 하는 전문 청소담당자를 두셨단다. 원장 선생님이 깔끔한 성격이고 청결을 중요하게 여기신다며, 은연중에 담당 트레이너 선생님은 모든 공을 원장 선생님 덕으로 돌린다.




2. 왜 당구공이  잘 굴러갈까?


집에 와서 남편에게 이야기를 했다. 체육관이 청소가 너무 잘 돼있어서 지하인데도 기분 좋은 향이 나서 운동할 때마다 기분이 좋다고. 그런데 담당 트레이너 선생님이 원장님 덕분이라고 칭찬을 한다고. 남편도 비슷한 경험이 있단다. 남편이 가는 당구장에 어느 날 공이 너무 잘 굴러가길래 뭐가 달라진 거냐고 물었는데, 관리자가 은근슬쩍 넘어가며 얘기를 안 하더란다.


똑같은 당구장, 왜 공이 잘 굴러갈까? 알고 보니 누군가 매트 청소를 꼼꼼하게 한 덕에 공이 잘 굴러가는 거였다. 음식의 손맛이 달라지듯,  평소 청소하던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의 손길이 닿아서 생긴 작은 변화. 관리자는  뻔히 이 사실을 알면서도 자기가 한 일이 아닌데 남의 칭찬을 하기가 싫어서 넘어간 거였다고. 평상시 그 사람이 남 칭찬에 야박한 타입이라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어쩌면 똑같은 상황인데 정 반대인 걸까. 같은 상황을 칭찬하는 사람과 (?) 보는 사람!




3. 농담을 보면 지능이 보인다고?


완전 극과 극인 사례를 보면서 시사인 잡지에서 보았던 문장이 떠올랐다. ‘농담을 보면 지능이 보인다’는 칼럼에는 이런 문장이 쓰여 있었다. 어떤 사람의 정신세계를 가장 투명하게 드러내는 것은,


'어떤 농담을 하는가'
(무엇을 웃긴다고 여기는가)이고,
그다음이
'어떻게 칭찬하는가'
(무엇을 미덕이라 여기는가)다.


아! 이거였구나. 재채기와 사랑만큼이나 숨기지 못하고 정신세계를 투명하게 드러내는 일이란 뭘 보고 웃는지와 뭘 보고 칭찬하는지 라는 것.


사실, 농담을 제대로 하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흔히, 남 까면서 웃는 걸 '농담'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런 농담 참 불편하기 그지없다. 누군가는 상처받고 불쾌해질 수 있으니까. 이런 농담이 싫으면서도, 정작 농담을 세련되게 하기란 어려운 걸 보면, 작가의 문장처럼 농담이란 꽤 어려운 지적 기술임에 틀림없다. '농담을 보면 지능이 보인다'는 말에 상당히 공감 간다.


흉보기는 쉽지만, 이상하게 뒷담화의 끝은 하는 사람이 찝찝해진다. 반면, 누군가를 좋다고  할 때, 맞장구를  쳐주면 그렇게 반갑다. 어! 이 사람 나랑 통하는데...  이렇게 '웃음'과 '칭찬'!  두 가지 코드는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투명하게 드러내는 것과 동시에 나와 맞는 사람인지 이것으로 점쳐볼 수 있는 기준인 듯싶다. 요즘 유행하는 MBTI처럼.




4. 농담도 잘하시네요!


이 이론은 나한테도 적용될까? 가장 가까운 남편은 어떤가. 영화 취향도, 식성도, 외향과 내향처럼 성향의 간극도 상당하지만, 호의적인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 건, 서로의 적당한 거리를 인정하는 것과, 같은 걸 보고 웃는 웃음코드가 비슷하다. (젊을 때보다 유머가 둔탁해진 게 아쉽긴 하지만)


말이 잘 통한다 싶은 친한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이 이론은 통한다. 같이  웃고, 같이 좋아하는 코드가 비슷한 사람들은  서로의 교집합이 많다. 남들은 안 웃는 일에도 서로 '까르륵' ,  별일 아닌 이 일이  누군가와 오래도록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심오한(?) 정신세계의 이론이었다니. 놀랍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세상살이에서, 사람이 제대로 안 보일 때가 많다. 그렇다고 사주를 물어볼 수도, MBTI를 해볼 수도 없는 때! 껍질을 벗긴 투명한 사람의 정신세계를 알고 싶다면 그가 하는 농담과 칭찬을, 일단 가늘고 고운 '체'로 걸러보아야겠다. 우습게 보여도 두 가지 코드의 힘은 세고, 물들기 쉬운 것이니까.  

 

“농담도 잘하시네요”가 칭찬이 될 수 있음 좋겠다. 아무도 해치지 않는 무해한 농담으로 푸하하 모두를 웃게 한다면  대단한 능력아닌가.  음... 이 능력이 조금 모자란다면, 농담 잘하는 사람 옆에서 활짝 웃으며 리액션을 끝내주게 하며 꼭 붙어 있고 싶다!! 오래오래 같이 갈 사람이니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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