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기록.
이곳에서 고작 일 년이란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현타가 찾아왔다.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로 늘어가는 일과 이해할 수 없는 사람에게 지쳐, 번아웃이라고도 한다는 그 무기력감에 시달리게 되었다. 그렇게 올해 3월, 사직서를 요청하였다. 사직서 수령 자체를 거부당해 보았는가. 몇 개월이 지난 이제야 내 손에는 사직서가 들려있다. 장장 3개월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겨우 받아내었다. 드디어 6월 말일 자로 사직서를 제출하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직업은 나의 네 번째 직업이다. 이직은 수도 없이 하였지만, 4년을 다시 공부하고 어렵사리 취업을 했었다. 한 가지의 직업을 오래도록 유지하는 것이 보편적인 우리 사회에서는 이례적인 일이 아니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전혀 다른 성격의 직업을 몇 차례 지나온 나에게는 조금은 쉬운 결정이었을지도 모른다. 맨땅에 헤딩이 무섭다고 하지만, 이미 나는 지나와봤으니까. 뜬금없이 디자이너가 돼보기도 했지 않은가. '이 일이 아니면 뭐 해 먹고살지?'라는 생각은 이번 퇴사에 존재하지 않았다. 어쩌면, 겨우 평온을 찾은 내 일상에 크고 작은 돌을 던져대던 사건들이 벌어지며 더 견딜 수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약 한 달여의 출근이 남았다. 사직서를 제출한 지금부터 나의 삶이 어디로 흘러갈지 나도 알 수 없게 되었다. 우선 남은 시간은 성실히 일을 해보기로 한다. 그리고 다시 찾아봐야지. 나의 삶을 어디로 내던질지는.
자, 이건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사직서를 기어코 집어던진 나의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