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기록.
유난히 밝은 달을 바라보며 차에 올랐다. 해가 지고서야 퇴근하는 일은 익숙하지만, 그렇게 말했는데도 퇴사하냐는 질문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장난식으로 받아치는 상사에게 반복적으로 요구하여 겨우 받아낸 사직서를 제출도 하였지만, 여전히 생각해 보라는 말만이 돌아온다.
‘나는 이미 몇 개월을 생각하고 겨우 제출한 사직서인데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긍정 회로를 돌려본다. 그래도 내가 이곳에서 한 사람의 몫은 잘 해냈기에 이렇게 붙잡는 거라고 말이다. 어쩌면 부정일지도 모르겠다. 스스로 벅찰 만큼 일을 했다. 온갖 서류더미에 둘러싸여 보기도 하고 하루 종일 숫자와 씨름하기도 하였으며 어떤 날은 그리고 오리고 붙이고 하며 손이 상하기도 했다. 가끔은 너무 많은 사람에게 치이기도 했다.
심지어 겨우 회복하던 건강에도 빨간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다시 불면증이 심해지고, 불안이 올라왔다. 그와 더불어 지난 몇 해 동안 박살 났던 면역력 탓에 온갖 잔병치레는 다 내 몫이었다. 일 년 내내 쉬지 않고 감염병이 유행하는 공간의 특징과 미래가 보이지 않는 이 일에 나를 갈아 넣는 것에 대한 불만이 솟구쳐 올라왔다. 그래서 고민하고 고민해서 선택한 퇴사의 길이었으나, 가끔은 미래가 불안하다.
지금까지 잘 해냈으니, 다음에도 잘할 것이다.
그럴 것이다,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