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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제제 Oct 10. 2024

로또를 사야 하나.

퇴사 기록.


퇴사를 맞이하여 직장인으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이, 내겐 대출이었다.

휴식기를 보내는 동안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한 휴식을 위한 수단.


한때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금전적 보상이 주어진다면 더 바랄 나 위 없다 여겼었다. 그 당시, 주변에서는 일로 대하는 순간 그 일이 싫어질 거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일을 했다. 그저 일을 열심히 하면, 그에 대한 보상을 받는 그런 일을 해왔다.


또 한때는 허황된 꿈을 좇아 복권을 부지런히 샀다. 그렇게 내가 좋아하는 일을 대가 없이 하고 싶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그저 휴식에 집중하기 위해 더 금전적 여유를 박탈당하는 길을 선택했다. 무직자가 되는 순간 할 수 없는 것 중에 대출도 있으니까. 그렇게 오늘, 승인을 받았다.


직장의 일이 버거워 퇴사하지만, 아이들이 싫은 건 아니다. 여전히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에게 정을 떼려고 노력 중이다. 그런데 오늘, 내게 껌딱지처럼 붙어있으려 하는 아이와 함께 있으니 조금 울컥했다. 심지어 난 담임도 아닌데? 왜 이렇게 나를 보고 웃고, 내게 안아달라고 하는 걸까. 내려놓으면 울고, 다른 사람에게 안겨주려고 하면 울었다. 그렇게 함께 시간을 제법 보냈다. 복도 끝에서 나를 보고 웃는 아이를 보고, 바닥을 두드리며 “여기까지 오면 안아줄 거야.”라고 말했다. 아직 말도 잘 못 알아듣는 아이에게. 그러나 그 아이는 웃으면서 내게 부지런히 기어 왔다. 내 바로 앞까지 와 나를 한번 올려다보고는 내 무릎 위로 올라탔다. 그래서 웃음으로 화답하며 아이를 안아 들었다.


이제 이 일상의 행복을 내려놓을 준비를 한다. 나의 행복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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