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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제제 Oct 17. 2024

결국 반복이다.

퇴사 기록.

지난날 언제였더라, 상사의 잘못된 정보 전달로 난처했었던 적이 있다. 그래도 좋은 사람이라고 믿고 믿었으나, 결국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자신만 쏙 빠지면 그만인 일들 사이에 새우등은 터진다. 고래들 사이이 낀 새우가 되어버린 나는 오늘도 퇴사하기로 결정한 것을 잘했다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아빠의 사망 소식을 접한 후, 우편물에는 망 OOO의 상속인이라는 수취인이 붙은 우편물이 오고는 한다. 법원에서, 그리고 각종 기관에서. 그중 하나였던 취득세를 내고 온 날이다. 수많은 채권 틈에 작게 자리 잡은 유일한 아빠의 자산은 아빠가 하늘의 별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고작 30평 정도의 작은 땅, 우리가 태어나고 자라는 동안 쉼터가 되어준 곳. 봄이면 산과 들을 헤매다 돌아가고, 여름이면 하천과 계곡에서 수영을 하다 돌아갈 수 있었던 곳. 가을이면 마을 곳곳에 과일을 따서 오물거리며 돌아가고, 겨울이면 눈을 굴려 눈사람을 만들고 함께 눈싸움을 하다 돌아갈 수 있었던 곳. 고작 그 작은 땅을 가지고 그렇게나 방탕히 사셨나 보다. 술을 무척 좋아하셨어서 일찍이 장을 절제했었고, 술 드시고 사고가 나서 장애를 얻기도 하셨다. 그리고 모르는 사람으로 이십여 년의 시간이 지나 망자로 돌아왔다. 무수한 채권과 미납된 고지서와 함께.


이 일을 처리하러 썼던 반차는 또 다른 후폭풍이 불어닥쳤고, 그래서 오늘 힘들었단 말을 하고 싶었다.

단지,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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