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량의 삶.
하늘이 파래지는 순간을 보며 겨우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그리고 약 3시간 후 잠에서 깨어났다. ‘좀 더 자야지.’라고 생각하며 이불속으로 몸을 숨겼다. 그러나 고작 30분 후에 나는 침대에 걸터앉아 있었다. 다용도실로 향하였다. 어두운 빨래를 돌려놓고 옷방에 말리던 옷들을 정리했다. 세탁기가 돌아가는 동안 게임을 했다. 문득, 바닷가를 가고자 마음먹었다. 선약이 있었으나 잠이 많은 상대는 오늘도 못 일어난 것 같았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걸 유난히 못 견뎌하는 나는 ‘이제 얘랑 약속 안 잡아야지.’라고 의미 없는 다짐을 되뇌며 나갈 채비를 한다.
어느덧 오후 두 시, 열한 시 약속이었던 그 친구는 너무 푹 자버렸다며 연락을 해왔다. 미안하단 말도 없었다. 그래도 화를 꾹꾹 참으며 기분 상하고 싶지 않으니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했다. 밥 먹으러 가면서도 뭐가 잘못인지 몰라하여 밥만 먹고 바로 집으로 돌아와 버렸다. 여유롭고 즐거운 주말이 망쳐진 기분이 떨궈지지 않는다. 마음을 다치면서까지 누군가를 만나는 게 점점 버거워진다.
사람, 지긋지긋하다. 어떠한 관계든 조금만 가까워졌다 하면 쉽게 무례해진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남발하기도 하고 앞과 뒤가 달라도 너무 달라서 '정말?'이라고 되묻게 만들기도 한다. 결국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사람이라지만, 요즘 같아서는 그 사람들로부터 멀어지고만 싶다. 기대하고 실망하고의 반복인.
내가 누군가의 마음을 쓰다듬어주고 토닥여주었듯, 내 마음 또한 꺼내어 쓰다듬어주고 토닥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 다른 누구도 아니라 나 자신이 내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