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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명다양성재단 Apr 22. 2021

안양천 철새보호구역 보호의 생태적 의미

안양천 철새보호구역 공사로 우리가 잃게 된 것들

안녕하세요. 생명다양성재단 안재하입니다. 저는 모든 서식지가 중요하고 실시간으로 일어나는 아주 다양한 문제들이 있는데 왜, 지금 안양천 철새보호구역인가에 대한 생태적 의미, 즉 시민조사단이 보호 활동을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사실 안양천에 이런 일이 일어난 건 처음 있는 일이 아닙니다. 철새보호구역 바로 옆에는 ‘실개천 생태공원’과 작은 인공 연못이 있습니다. 이곳에도 참개구리, 두꺼비, 맹꽁이 등 굉장히 다양하고 많은 양서류가 번식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7년에 연못 공사로 인해서 서식지가 훼손됐고, 박정우 활동가와 생명다양성재단이 보호하기 위해서 협의를 했지만, 2018년도 제초제 과다 살포, 수위 관리 미흡으로 양서류 알과 올챙이, 성체가 떼죽음을 당하는 일이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생태’ 공원이라고 이름 붙여놓고서 완전히 반생태적인 일을 한 것입니다. 


별 것 아닌 작은 연못에 왜 이렇게까지 다양한 종이, 많은 수가 몰렸을까요? 

바로 근처에 서식할만한 ‘습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자연 습지가 거의 다 사라진 도심에서는 분수나 인공 연못 같은 구조물조차 습지 생물의 주요 서식처가 된다는 것은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즉 그만큼 도심 내에서 습지 역할을 하는 곳이 적고, 그렇기 때문에 도심에서 하천변 같은 자연 습지는 물론이고 물이 포함된 시설이나 장소까지도 서식처로서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습지 서식지를 만들어놓고 관리를 제대로 못해서 습지 생물이 떼죽음 당한 것이죠. 


그때 오목교 아래의 철새보호구역은 갈대숲으로 보호가 아주 잘 되어있었고, 실개천 생태공원을 서식지로 사용하지 못한 맹꽁이 같은 양서류들이 피신하는 곳이었습니다. 저희가 생태조사 연구원이랑 갔을 때도 뱀이 숨거나 먹이를 찾기도 좋은 환경이라 뱀까지도 있을 확률이 높다는 얘기를 나눴습니다. 한마디로 도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의 습지였던 것이죠. 박정우 활동가도 그렇지만 저희도 ‘철새보호구역이 너무 좁긴 하지만 여기는 건드리지 않겠지, 최소한 이곳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안양천 철새보호구역이 파괴된 것이 생태적으로 굉장히 치명적인 첫 번째 이유는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특히 도심에서 흔치 않은 ‘습지’가 파괴되었다는 면에서 그렇습니다. 저희가 겨울 철새, 특히 물새를 중심으로 모니터링 하긴 했지만, 결국 철새보호구역의 갈대숲을 파괴함으로써 맹꽁이와 같은 양서류 서식지가 사라진 셈이고요, 갈대숲은 참새목 조류의 중요한 먹이 활동지입니다. 그래서 여기에서도 모니터링 때 때까치, 박새류는 물론이고, 굴뚝새, 촉새, 북방검은머리쑥새 같은 보기 어려운 새까지 관찰됐습니다. 그런데 이번 공사로 이 서식지가 파괴된 것입니다. 


제대로 된 습지는 물을 머금어서 홍수나 범람을 예방하고, 습지 식물의 뿌리가 물을 정화하고, 탄소를 저장한다는 다양한 생태 서비스의 기능도 있지만, 시민의 삶의 질과도 직접적인 관련이 있습니다. 

최근 생태경제학이라는 학술지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다양한 조류를 접할수록 시민의 행복도가 높았고, 심지어 돈으로 환산한다면 약 14종의 새를 더 보는 것은 매달 15만원의 수입이 생기는 것만큼의 행복도라고 계산하기도 했습니다. 연구자들의 결론은 생태 보호는 금전적으로 미래를 보장하기 때문에 중요한 것만큼이나 사람의 웰비잉, 행복도에 있어 중요하다고 결론 지었습니다. 그래서 시민조사단 활동 중에 시민 인터뷰가 있었던 것이고, 이 연구 결과와 일맥상통하는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즉 습지 파괴의 피해자는 야생생물만이 아니라 우리 사람인 것입니다. 


두 번째로 ‘철새 도래지’를 파괴한 것은 단순히 어떤 지역의 국소적인 생물다양성 파괴와는 다릅니다. 안양천은 남-북으로 이어지는 방향의 천이기 때문에 겨울 철새들의 이동 경로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고, 서울이라는 큰 도시를 가로지르기 위해서 쉬어가기 좋은 장소입니다. 이 철새 도래지를 파괴한다는 것은 단순히 쉴 수 있는 공간의 일부가 없어지는 것이 아닌 철새들의 핵심적인 이동 경로를 방해하는 정도의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안양천에 철새가 많이 오고 활동하고 있다는 것은 이곳의 환경이 좋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 이곳에 오는 철새들에게는 이곳이 마지막 보루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저희가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은 바로 생태와 환경이 좋기 때문에 나라에서 철새보호구역으로 특별히 지정해놓은 그곳을 파괴했다는 모순입니다. 

이런 모순을 저지른 마당에 모니터링을 하겠다, 먹이주기를 하겠다는 다짐 정도의 답변은 너무나 허술하고 보호구역의 의미가 완전히 상실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생태적 가치가 있어도 보호구역으로 지정되기까지도 어려운 일이고, 그럼에도 보호구역이 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워낙에 다양한 위험 요소 속에서 생태계 보전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보호구역으로 설정하는 것이라고 꼽히곤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설정한 보호구역조차 지키지 못하면 철새들에게도 마지막 보루이지만 생태계 보호에 있어 마지막 보루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생태계의 보고인 습지의 보호라는 점에서, 국제적인 철새의 이동경로를 보호한다는 점에서, 생태계 보호의 마지막 보루를 보호한다는 점에서 이번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시민조사단이 직접 모니터링을 한 것입니다. 바로 이런 관점에서 청년 활동가 박정우군이 제보해왔을 때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었고, 안양천 철새보호구역의 활동이 다른 보호구역의, 다른 자연 공간을 보호하는 데 있어 모델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민조사단은 앞으로도 이런 관점으로 활동을 이어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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