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생활가이드 #13
어느 날 기분 좋게 찾은 동네 공원의 한 귀퉁이가 어지럽게 파헤쳐져 있다. 전혀 반갑지 않은 운동기구를 또 하나 설치하느라 아까운 녹지대가 또 희생되고 있다. 저런. 또 길거리에서는 가로수 가지가 왕창 잘려 나뒹굴고 있다. 네모났게 수형(樹形)을 잡아주려고 이발시키는 거란다. 젠장. 하루가 멀다 하고 변모해 가는 이 세상에서 나에게 반가운 방식으로 일어나는 일들이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특히 자연을 제발 그냥 좀 놔두길 바라는 사람, 인공적인 손길은 되도록 줄이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했으면 하는 쪽의 바람과는 다르게 일이 벌어지기 십상이다.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째서 나와 같은 사람의 의견은 이렇게도 반영을 안 해주는 것인가? 분명히 좀 더 생태적이고 친환경적인 방향을 원하는 사람이 나 말고도 또 있을 텐데 말이다. 문제는 없다는 데에 있지 않다. 있어도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연을 보호하려는 쪽은 보통 침묵하는 반면, 좀 더 파헤쳐달라는 쪽은 말도 많고 목청도 큰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그동안 침묵을 지켰다면 이제는 바꿀 때이다. 피곤하더라도 한마디라도 해보는 거다. 내 이익만 생각하는 진상만으로 이 세상이 꽉 차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다. 우선 내가 사는 동네에 대한 시청이나 구청 홈페이지에 마련된 ‘시장/구청장에게 바란다’ 게시판을 십분 활용하는 것이 좋다. 공공기관의 특성상 시간 내 답변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있어 의견의 접수는 분명히 보장된다. 공원이나 가로수 문제 등은 공원녹지과에 전화를 걸어 담당자를 괴롭히는 것도 방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민원을 제기할 일을 본 날짜, 시간, 장소 등의 구체적인 정보를 기록해놓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사기업이 하는 미심쩍은 일에 의문을 제기하고 싶으면 윤리경영보고서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의 유무를 묻고 있으면 보내달라고 하는 요청을 할 수 있다. 반응이 시원치 않으면 주요 온라인 몰의 제품 후기에 이를 낱낱이 밝히는 것도 효과적이다. 어떤 때는 뭔가를 바라는 게 있다는 오해를 받아 생각지도 못한 회유책을 권유받기도 한다. 그럴 때는 당당히 거절하고 메시지의 진정성을 다시금 강조하라. 나를 위해 하는 말이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