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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명다양성재단 Oct 17. 2016

야생 이웃에 대한 배려

지속가능한 생활가이드 #15

 도심의 대표적인 이웃사촌인 길고양이 / ⓒFlavio

 도시 속에 사는 이들에게 야생이라는 개념은 그야말로 뜬구름 없는 얘기다. 이 회색의 콘크리트 세상에서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봤자 인간뿐인데 야생이라니. 기껏해야 비둘기 몇 마리가 푸드득 거리는 소리뿐이다. 물론 갑자기 곰이 나타나는 의미의 야생을 주변에서 찾을 순 없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의 거리에는 식물의 씨앗이 떠다니며 발아할 곳을 찾고 있고, 도심에 적응한 몇 종의 동물들이 먹을 것과 쉴 곳을 찾아 헤매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도 엄연한 이웃사촌이다. 이웃은 물론 웬만한 사람과 담 쌓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무슨 새마을 운동 시대 얘기로 들리겠지만, 오히려 동식물 이웃이기 때문에 사회적 스트레스 없이 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별것도 아닌 약간의 배려와 센스로 그토록 어렵사리 살아가는 야생 이웃의 삶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래? 그렇다면 굳이 안 할 이유 없지 않은가? 


조경을 이유로 하루 아침에 반 토막 난 아파트 가로수

 내 주변에 손바닥만 한 녹지나 나무 한 그루가 달랑 있더라도 최대한 풍성하게 유지하도록 하자. 야생의 이웃에게 인간의 ‘깔끔함’은 최대의 적이다. 나무의 가지치기는 최소화하고, 하더라도 번식기인 봄은 반드시 피하도록 한다. 낙엽을 완전히 치워 없애서 흙바닥이 노출되면 말라서 생물들이 살 수 없으니 늘 어느 정도는 남겨서 습도를 유지시켜 놓자. 새들이 횃대로 쓸 만한 나뭇가지가 창문과 가까이 있으면 화분 등을 창문 밖에 두어 약간의 가림막 역할을 하도록 하자. 동물은 인간의 시선처리가 어떻게 되냐에 따라 그들이 느끼는 편안함이 크게 달라진다. 물고기의 경우에는 위에서 쳐다보는 시선에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다. 땅이 좁아 녹지가 뻗어갈 곳이 없으면 벽에 철사망 같은 것을 세워 담쟁이덩굴의 성장을 도와주는 것도 좋다. 납작한 돌이나 굵은 나뭇조각 같은 것이 있으면 그 밑에 각종 생물들이 은신처를 삼을 수 있다. 다른 건 몰라도 벌레는 싫다고? 그런 자세로는 야생 이웃과 공존하는 건 불가능하다. 곤충 없이는 생태도 없다는 것을 명심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렇다고 방으로 기어 들어오는 일은 없으니 너무 걱정 말길. 우리가 싫어하는 집안 생물들은 어차피 이미 입주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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