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 품평회 #2
<도토리 품평회>는 주변의 물건, 음식, 작품, 정책, 공간, 캠페인, 프로젝트 등 다양한 분야를 대상으로 생명다양성의 관점에서 눈에 띄는 것을 평을 하는 코너입니다. 좋은 건 더 많이 나누고, 나쁜 건 가능한 한 피하는데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이지요. <도토리 품평회> 그 두 번째 순서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이번 '도토리 품평회'에서는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물건이나 식자재 등을 구입하기에 좋은 곳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아무래도 주제의 성격상 각자의 동네에 해당되는 내용이겠지만, 우연히 비슷한 동네에 계신 분이라면 유용한 정보가 되겠고, 그렇지 못해도 어떤 점들에 착안하는지 등을 서로 나누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책상, 의자, 그릇, 선풍기, 밥솥 등이 필요할 때에는 구마다 있는 재활용센터를 찾습니다. 싸고 좋은 게 많은데다 넘치는 물량을 해결하고 싶어 하는 곳들이라 몇 배의 보람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가게도 매우 좋은 옵션이지요. 누구나 다 아는 곳이지만 꼭 한 번 언급하고 싶습니다. 누가 쓴 물건을 다시 쓰는 게 하나도 나쁠 것 없음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구로구 고척동에 사는 저는 고척시장에서 장을 봅니다. 맞는 가게만 잘 알아두면 포장되어있지 않은 식자재를 미리 준비해간 비닐만 사용해서 사올 수 있거든요. 게다가 길 건너편에 있는 '뺑드미'라는 빵가게는 개별포장이 안 된 빵을 진열하고 있어서 참 좋습니다. 이 역시 제가 가져간 봉지에 그냥 담으면 되거든요. 그랬더니 한 번은 그러더군요. 제가 외국사람 같다고요. 우리나라 사람도 좀 그러면 안 될까요?
아름다운 가게에서 쓸 만한 물건을 못 찾았다면, 광장시장 2층의 구제옷 시장으로 갑니다. 패션 피플들의 손길을 거쳐 이젠 유명해진 이곳에는 사장님들의 감각을 통과한 편하고 멋진 스타일의 옷들뿐 아니라 제가 주기적으로 사곤 하는 컨버스도 반값보다 싸게 나와 있습니다. 오히려 제가 물어봤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깨끗하게 세척하는 거죠?” 약간 더 구경하는 재미를 더하고 싶다면 동묘앞역 거리로 갑니다. 신기한 골동품과 LP가게 등을 거치면 오른쪽에 스타일별로 나눠진 구제옷 거리가 나오는데, 새옷과 다름없는 옷을 부담 없이 고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산 옷이나 신발, 가방은 오히려 오래 써도 튼튼한 견고한 물건임이 증명된 데다 유행이 아닌 내 스타일이라는 생각에 더 애착감이 갑니다. 게다가 싸게 잘 샀다는 생각에 볼 때마다 뿌듯해서 누구든 한번 경험한다면 다음 쇼핑을 또 기약하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