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생활가이드 #22
뭐 먹으러 갈까? 이 말에 모두들 머뭇머뭇 눈치만 본다. 어디서 많이 보는 광경이다. 다들 먹성이 비슷한 사람끼리도 결정을 못하는 판이다. 여기에 식성이나 식문화가 다른 사람이 하나 끼면? 다양성과 다문화가 이제는 기본적인 어휘와 개념으로 사회에 자리는 잡았지만, 어째 실제 생활에서는 썩 매끄럽게 반영되고 있지 못하는 듯 한 분위기. 필시 나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지어다. 특히 회식이나 파티를 하려고 할 때 메뉴에 두고 묘한 불편함이 감돌아 누군가를 배제한 결정에 이르는 경우, 아마 모두들 경험이 있으리라. 특히 요즘 채식과 비건이 급부상하고, 또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도 점차 늘고 있는 마당에 계속되어서는 안 되는 문제이다. 설마 아직도 고기 안 먹냐고 눈치 주고 적당히 뭉개면서 아무데나 가자고 하는 건 아니겠지? 굽는 건 안 시킬 테니 상추로 때우라는 만행을 일삼는 건? 완벽하진 않더라도 채식과 더 친화적인 파티를 즐기는 방법을 그러니 알아보는 건 중요하다. 꼭 내가 채식을 하진 않더라도 채식을 하는 사람이 소외되지 않도록 모두를 포용하는 자리를 만드는 기술, 오늘날을 살아가는 이에게 필수가 아닐까?
요즘 거리에서 만나는 한국의 외식 문화는 여전히 고깃집과 치킨집이 기세등등하게 점령하고 있다. 그러나 잘 찾아보면 길은 있다. 누구나 시킬 음식이 구비된 식당이 말이다.
우선 샐러드 바를 갖춘 패밀리 레스토랑은 언제나 옵션이다. 너무 가족적인 것 말고 좀 분위기 잡고 싶으면 알리오 올리오와 버섯 파스타가 있는 이태리 식당도 고려된다.
중국집 중에도 아예 채식 메뉴를 갖춘 곳도 있으며, 경우에 따라 마파두부나 어향가지를 고기 없이 해주기도 한다.
한식으로는 전집이 가장 좋다. 감자전, 녹두전, 부추전 등은 누구나 즐기며 여기에 도토리묵도 있으면 금상첨화. 아무도 불만 없이 흥겹고 먹고 놀기가 가능하다.
에다마메, 야채덴뿌라, 아게다시도후 등이 잘 구비된 일식이나 이자카야도 여러 사람을 즐겁게 할 수 있다.
채식주의자가 포함되면 인도식 요리는 당연한 선택권 중 하나. 감자, 콜리플라워 등의 야채 커리는 물론 녹두 커리가 일품이다.
밖에서 안 먹고 집에서 모인다면? 위에서 거론한 메뉴 이외에도 다양한 주전부리를 조금씩 준비하면 스페인식 타파스처럼 즐기고 다양한 식성들을 너그럽게 감안해줄 수 있다. 올리브, 견과류, 김을 활용한 각종 스낵, 병아리콩으로 만든 후무스나 아보카도로 만든 과카몰리 딥, 여기에 오이/당근 스틱, 나쵸와 살사소스, 마늘 또는 은행 꼬치, 간장 버섯 떡볶이, 두부 들깨탕 등등. 이 모든 열거의 목적은? 채식하는 사람 또는 하려는 사람을 결코 소외시킬 필요 없이도 얼마든지 잘 모여서 놀 수 있다는 사실. 이를 강조하기 위한 더도 덜도 아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