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저의 첫아기를 소개합니다.

상품기획자에게 신제품은 아기와도 같습니다.

by 다이버토리
상품기획자에게 신제품은 이제 막 출산한 아기와도 같습니다. 최선을 다해 태교를 하고 출산을 하지만 출산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죠. 잘 먹이고 잘 입히고 잘 교육시켜야 아기는 비로소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해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상품기획자가 신제품을 출시할 때도 출시까지 진액을 다 쏟아내지만 그게 끝이 아닙니다. 시장에서 제 역할을 하며 소비자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관리해주어야 하죠. 오늘은 제가 상품기획자로서 처음 기획한 브랜드와 제품 이야기 그리고 2017년의 시작과 함께 출시된 신제품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지난 브런치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전 회사에서 10년 정도 마케팅 커뮤니케이션(광고홍보)을 담당했습니다. 그러던 제가 어떻게 상품기획을 하게 되었을까요? 출산을 하고 돌아오니 화장품 상품기획자가 그 사이 사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공석을 제가 채워 마케팅 커뮤니케이션과 상품기획 업무를 겸직하게 되었습니다. 상품기획 업무가 재밌겠다고 생각한 적은 있지만 막상 상품기획 업무를 맡게 되었을 때는 기쁘지 않았습니다. 그냥 '일이 하나 더 늘었군!' 하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제약회사의 화장품 상품기획 업무이다 보니 약국과 병원 영업 담당자들의 화장품에 대한 무관심과 드럭스토어, 마트, 소셜커머스 유통에서의 낮은 인지도 그리고 유통 MD의 무관심으로 신제품을 아무리 열심히 기획해도 제대로 싸워보지 못하고 단종되는 예가 허다했거든요.


그때 액상의 1제와 2제를 흔들면 젤상이 되는 염모제 제형이 제 책상 위에 도착합니다. 사장님은 의욕적이셨지만 내부 직원은 관심도 갖지 않았습니다. 저는 '상품기획을 이제 막 맡은 나에게 참 어려운 숙제가 떨어졌구나.'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회사의 염모제는 약국에서 주로 판매가 되었고 약국 유통의 메인 고객인 중년에게 특이 제형은 오히려 리스크였거든요.


1제와 2제를 흔들면 젤상이 되는 염모제 제형(흔들기 전/후 비교 사진)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염모제는 크림 타입과 거품타입의 염모제가 주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크림 타입은 발색이 좋지만 짧은 모발이 아니면 셀프 염색에 불편함이 있었고 거품타입은 긴 모발도 셀프 염색이 손쉬운 대신 염료의 침투력이 약해 발색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이 젤 상의 염모제를 품평해보니 모발에 쉽게 흡수되어 높은 발색력이 확인되었고 쉽고 부드럽게 퍼지기 때문에 손으로 슥슥 바르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전 이 제형을 약국이 아닌 새로운 유통에 런칭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직원은 이 제형을 젤리 염모제라고 불렀지만 전 젤리라는 키워드가 식상하고 미투상품이 금방 나올 것 같아 푸딩 염모제로 제형을 정의했습니다. 그리고 셀프 스타일링이 쉽다는 걸 강조한 이지엔(eZn/easy & : 쉬운 것 그 이상)이란 브랜드에 쉐이킹 푸딩 헤어 컬러라고 제품 명을 지어주었습니다. 염모제 패키지에는 모델이 있어야 한다는 기존의 룰을 깨고 과감하게 푸딩 이미지를 담은 과자 포장 같은 케이스 디자인을 적용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회사가 한 번도 도전하지 않았던 멋내기 염모제로 너무나 뚫고 싶었던 유통인 올리브영을 노크했습니다.


이지엔 쉐이킹 푸딩 헤어컬러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요? 올리브영에 자주 방문하시는 분들은 올리브영 매장의 염모제 진열대 최상단(Golden Zone)에 예쁘게 진열되어 있는 이지엔 쉐이킹 푸딩 헤어 컬러를 본 적이 있으실 거예요. 그리고 직접 사용해보신 분도 다수일 거라고 확신합니다. ^^ 이지엔 브랜드는 출시 만 2년 만에 우리 회사에서 2번째로 매출 볼륨이 큰 염모제 브랜드로 성장했습니다.


출시 직후 올리브영 명동 본점 핫스팟에 단독 진열된 이지엔 쉐이킹 푸딩 헤어컬러


지금 생각해보면 이지엔 쉐이킹 푸딩 헤어 컬러는 상품기획자의 마인드로 기획하지 않고 광고홍보 담당자의 마인드로 상품을 기획한 것 같습니다. 상품기획을 처음 해보는 건 리스크였지만 그 덕분에 상품에 대한 고정관념을 깰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염모제 패키지에 해당 컬러를 염색하고 있는 모델이 없어 내부 직원들이 엄청 당황했었더라구요. 제가 상품기획과 광고홍보를 겸하며 번아웃 되거나 좌절해 도망가지 않고 지금까지 우리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 건 이지엔 브랜드와 이지엔 쉐이킹 푸딩 헤어 컬러의 가파른 성장 덕분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그리고 2017년 1월! 이지엔에서 새로운 아가들이 출시되었습니다.


이지엔 라이트 업 헤어 블리치 블랙빼기 & 이지엔 쉐이킹 푸딩 헤어컬러 스모키 애쉬 라벤더/스모키 애쉬 베이지


이지엔 쉐이킹 푸딩 헤어 컬러에서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컬러는 애쉬 카키, 샌디 애쉬, 애쉬 블론드, 애쉬 핑크의 애쉬한 컬러들입니다. 근데 이 중 가장 아쉬운 컬러가 바로 애쉬 핑크였어요. 애쉬한 컬러는 헤어 블리치가 전제되어야 정말 예쁜 발색이 되는데 그중에서도 애쉬 핑크는 절대적으로 밝은 모발에 염색해야만 발색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2016년에 열심히 준비한 제품이 이지엔 라이트 업 헤어 블리치 블랙빼기예요. 탈색(모발의 멜라닌을 파괴해 모발을 밝게 해줌)과 탈염(모발에 염색된 어두운 염료를 빼내 모발을 밝게 해줌)을 얼룩 없이 예쁘게 해주는 제품으로 젖소의 검은 얼룩까지 빼준다는 컨셉의 재밌는 제품 패키지 디자인을 기획했습니다. 그리고 헤어 블리치 후 염색하면 정말 예쁜 푸딩 컬러 2가지를 함께 기획해 런칭했습니다. 이번 주 런칭되어 올리브영에 진열되어 있으니 올리브영에 가시면 따뜻한 눈으로 한 번 쳐다봐주세요. ^^ 이 아가들이 잘 성장해서 2017년의 이지엔 목표 달성에 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제품 출시 전 파워블로거 분들에게 품평을 부탁했는데 그중 너무나 예쁘게 아가들을 소개해준 분이 계셔서 이 분들의 블로그 URL을 함께 공유합니다.


이지엔 쉐이킹 푸딩 헤어컬러 스모키 애쉬 베이지

http://goo.gl/hsj1jm

이지엔 쉐이킹 푸딩 헤어컬러 스모키 애쉬 라벤더

http://goo.gl/UcC7l3


제 브런치를 구독하고 계신 분들이 제가 어떤 제품을 기획했는지 궁금해하실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오늘 그 얘기를 풀게 되었네요. 마침 신제품이 출시되기도 해서 이 타이밍에 제가 기획한 제품을 소개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오늘 브런치는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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