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셉의 재발견

공부하는 상품기획자의 화장품 컨셉 탐구(1)

by 다이버토리

내가 기획하려는 화장품은 세상에 없는 새로운 제품인가? 사실 세상에 없는 제품을 내 손으로 기획해서 팔리게 하는 것만큼 어려운 게 없습니다. 화장품 상품기획을 시작하면서 제가 가지고 있던 가장 큰 오해가 '다른 브랜드에서 이미 시도한 컨셉은 신제품 컨셉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2016년 식약처 발표 기준으로 화장품 제조판매업자 8천 개, 제조업자 2천 개, 그러니까 화장품으로 밥 먹겠다고 신고한 회사가 1만 개를 넘어섰죠. 물론 대한민국의 작은 땅에 한정된 이야기입니다. 글로벌로 확대하면 그 숫자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정말 많은 화장품 회사와 화장품들이 있을 것 입니다.. 그리고 각 화장품 회사, 브랜드 그리고 제품에는 각각의 컨셉이 있을꺼구요. 이런 상황인데 세상에 전혀 없는 화장품 컨셉이라는게 어디 그렇게 쉬울까요?


비비크림의 원조로 알려져있는 알렉산더 킴스코


컨셉의 재발견 : 비비크림

대한민국 여자들이 투명 메이크업을 부르짖으며 리퀴드 파운데이션을 애정 하던 어느 날 독일 BB크림을 사용한 몇몇의 화장품 덕후들의 BB크림 추천 리뷰가 온라인을 통해 입소문 나기 시작했습니다. 울긋불긋한 여드름 피부를 정말 감쪽같이 가려주는데 내 피부 같은 느낌이라는 것! 그리고 온라인 입소문을 조기에 발견한 작은 화장품 회사가 대한민국표 BB크림을 온라인에 선보이며 작은 불을 큰 불로 키워냈습니다. 독일에서는 피부 시술 후 붉어지고 예민해진 피부의 붉은 기 커버와 피부 진정을 위해 BB크림이 개발되었다고 합니다. 독일에서 개발된 BB크림은 기초화장품 분류에 가까운 제품이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쌩얼인 듯 쌩얼 아닌 쌩얼 같은 피부를 연출하기 위한 리퀴드 파운데이션 대체 색조화장품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대한민국의 BB크림은 한류 바람을 타고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죠.


쿠션 파운데이션의 시작 - 아이오페 에어쿠션


세상에 없었던 컨셉 : 쿠션 파운데이션

쿠션 파운데이션의 열풍은 2008년 아이오페 에어쿠션 출시로 시작되었습니다. 쿠션 파운데이션 개발의 시작은 덧바를 수 있는 자외선 차단제였다고 합니다. 자외선 차단제는 시간의 경과에 따라 자외선 차단 기능이 저하되기 때문에 자주 덧발라 주어야 효과가 지속될 수 있는데 기존의 자외선 차단제는 끈적이고 손에 묻어나며 메이크업을 한 위에 덧바를 경우 메이크업을 망가트렸죠. 덧바를 수 있는 자외선 차단제 개발을 두고 고심하던 연구원의 눈에 티켓에 찍히는 스탬프가 들어왔다고합니다. 액체가 흘러내리지 않고 균일하게 티켓에 찍히는 스탬프를 화장품 제형에 적용하면 어떨까? 이렇게 개발된 쿠션 파운데이션은 선크림과 메이크업 베이스, 파운데이션 등을 특수 재질의 스펀지로 흡수해 한 번에 도장처럼 찍어 바르는 획기적인 컨셉으로 세계 여성의 메이크업 패턴을 바꾸어놓았습니다. 아모레퍼시픽은 쿠션 파운데이션에 적용된 기술 177건을 특허출원했고 26건의 특허등록을 마쳤습니다. 지금은 국내 브랜드는 물론 글로벌 브랜드에서도 쿠션 파운데이션을 만나볼 수 있죠.


비비크림은 독일에서 피부 시술 후 피부를 보호하고 재생을 돕는 기초화장품 유형의 제품이었는데 한국에서는 같은 제형을 파운데이션을 대체할 수 있는 메이크업 제품으로 컨셉을 바꿨을 뿐만 아니라 Made in Korea로 전 세계에 수출했고 이는 K-cosmetic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쿠션 파운데이션은 고객의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개발된 신제형으로 한국에서 개발해 Made in Korea로 전 세계에 수출했고 K-cosmetic을 견인한 주요 품목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쿠션 파운데이션은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에서도 출시가 되었고 파운데이션뿐만 아니라 선크림, 블러셔, 헤어 쿠션 등 다양한 컨셉으로 확장되어 판매되고 있습니다.


'관점을 디자인하라'의 저자 관점 디자이너 박용후씨


제가 읽은 책 중 '관점을 디자인하라'라는 책이 있습니다. 관점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진다며 관점 디자이너라고 스스로의 직업을 창직한 박용후 씨의 책입니다. 저자는 '지금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부정하는 특별한 생각들이 미래를 바꾼다.'라고 말했습니다. 다음은 제가 읽으면서 밑줄을 그은 내용 중 하나입니다.


당신은 ‘크림’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제일 먼저 무엇이 떠오르는가? 만약 당신이 10~30대의 여성이라면 화장품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화장에 관심이 없는 10대 또는 20대의 남성이라면 아이스크림이나 빙과류를 떠올릴지 모른다. 제과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빵이나 케이크를 장식하는 크림을 떠올릴 것이고, 아침마다 면도하는 남성이라면 면도 크림이 떠오를 것이다. 이렇듯 단어 하나만으로도 사람들은 자신의 상황과 환경에 따라 서로 다른 많은 이미지, 즉 자신의 ‘관념’을 이끌어낸다. 결국, 우리가 경계해야 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정관념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옳다거나 바르다고 생각하는 것이 절대적이라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오리일까? 토끼일까?


화장품 컨셉은 관점 디자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서두에 화장품 상품기획을 시작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가장 큰 오해가 '다른 브랜드에서 이미 시도한 컨셉은 신제품 컨셉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다른 브랜드에서 이미 시도한 컨셉일지라도 관점 디자인을 통해 신제품 컨셉이 될 수 있다.'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섀도우 쌤과 공부하면서 조명한 me too 컨셉의 성공사례를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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