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주에 투자하고 여행이나 다니며 살랍니다.
라는 제목으로 브런치의 첫 글을 올렸다.
사실 저 제목 한 줄에 내가 말하고 싶은 모든 것이 들어있다.
파이어족 전략 중 반은 구조소득, 즉 배당주 투자고 반은 지출을 줄이는 여행이었다.
배당주 투자와 여행, 그중 드디어 여행이 어떻게 파이어의 전략이 되었는지 적어본다.
나는 배낭여행으로 25개국 정도 여행을 다녔고, 한 달 이상 살아본 도시는 10개가 넘는다.
그때의 경험과 그때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가 내게 큰 영향을 끼쳤고,
그 결과 30대에 생계형이지만 파이어족이 될 수 있었다.
내가 파이어족의 조건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금액은 2억 5천만 원이었다.
아마 대부분은 '그 돈으로 어떻게 파이어를 하냐?'라고 되물을 것이다. 맞다.
만약 내가 계속 한국에서 살았다면 불가능했을 이야기다.
그래서 '여행을 통한 절약'이 내 파이어 전략의 핵심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해외여행은 무조건 비싼 것으로 생각하곤 한다.
해외여행은 돈을 쓰러 가는 것인데 절약하러 여행을 가다는 게 말이 되냐고 묻곤 한다.
직장인이 가는 해외여행은 그 나라의 물가를 떠나서 비쌀 수밖에 없다.
내가 낼 수 있는 한정적인 시간 안에 왕복 비행기 티켓을 구해야 하고 (비싼 가격이라도)
그렇게 가는 여행에서 변수나 리스크가 발생할 위험을 줄이기 위해 비싸더라도 좋은 숙소나 식당을 가야
하고, 나를 배려해 준 직장동료들을 위한 선물도 사야 하며 그 모든 것들은 내게 여행비용으로서 돌아온다.
하지만 세 달 이상의 긴 시간으로 여행을 가면 이야기가 꽤 달라질 수 있다.
이동비, 숙박비, 식비 이 3개가 여행비용의 90%다.
그 외는 약간의 기념품 혹은 의류에 비용이 드는데 그 비중은 10%가 되지 않는다.
장기여행을 가보면 많은 물건은 나를 더 힘들게 할 뿐이란 걸 알고는 물건을 구매하는 일은 갈수록 줄어든다.
또 선물, 기념품은 귀국할 때 살 텐데 장기로 지내면 지낼수록 귀국하는 횟수가 줄어들수록 비용도 줄어든다.
이동비
배낭여행이 아니라 장기체류형은 이동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우리나라와 가까운 동남아 나라들을 간다고 생각하면 10만 원 이하의 편도 표도 많다.
도착했다면 가끔 오토바이택시 타는 정도의 이동비가 드는데 천 원 정도도 안 되는 돈이다.
숙박비, 식비에 비해 현저히 작은 부분이지만 장기체류여행은 이 마저도 거의 없애버린다.
1년이 넘는 긴 기간이라면 중고 오토바이를 직접 구매해서 타고 다니다가 팔아도 된다.
숙박비
일단 장기체류는 모든 형태의 숙박시설에서 무조건 혜택을 받는다.
숙소 측에서 먼저 할인을 제공하지 않는다면 네고를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있고, 낮은 기간부터 높여가면 좋다.
6개월 숙소를 찾는다면 1개월 혜택은? 2개월은? 3개월은? 6개월은? 이렇게 높여가면 혜택이 더 커지더라.
콘도의 가격이 1박에 7만 원하는 숙소가, 한 달이면 70만 원, 1년 계약하면 한 달에 35만 원으로 낮아진다.
우울증과 폐소공포증이 심해 혼자 있는 것이 힘들었던 나는, 여러 사람과 공유하는 도미토리를 선호한다.
별도의 보증금이나 계약기간도 필요 없고 장기숙박에 대한 할인만 네고해서 지내면 가격은 더욱 낮아진다.
다른 사람이 있으면 불편한 사람들은 저런 콘도나 아파트를 빌려도 좋지만, 혼자 있기가 힘든 나 같은
사람은 다른 사람과 만나 대화할 수 있다는 것도 해외생활의 아주 큰 장점 중 하나다.
도미토리의 경우 한 달에 20만 원 정도면 지낼 수 있으며 내게 있어 불편함은 조금도 없었다.
식비
식비 역시 장기체류로서 크게 이익을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같은 도시에서 오래 지내다 보면 내가 아는 지역이 늘어나고, 더 싸게 파는 곳 또한 알게 된다.
처음엔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유명맛집을 찾아다니며 관광객처럼 소비를 하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로컬식당에서 로컬음식을 먹는 것이 횟수가 많아지고, 로컬음식은 말도 안 되게 저렴하다.
동남아에서 로컬음식은 3000원 도 안 하는 경우가 많고, 이를 주식으로 먹고 가끔씩 양식이 먹고 싶다면
뷔페를 주에 1~2번씩 가는 식으로 생활하면 식비가 30만 원을 넘기기가 힘들었다.
동남아가 값싸게 맛난 열대과일을 먹는 게 최고의 장점인데, 제철 망고스틴 1kg는 겨우 2000원이었다.
한국에서 최소 생활비는 생각보다 훨씬 비싸다. 똑같이 이동비, 숙박비, 식비로 나눠보자.
이동비는 내가 버스나 지하철, 운전을 하면 차량유지비와 기름비, 톨비, 주차비, 보험료 등이 포함될 것이다.
숙박비는 월세가 아니라 내 집이 있다고 하더라도, 집에서 사용하는 인터넷비용, 관리비, 전기세,
물값, 가스비, 여름냉방비나 겨울 난방비등까지 포함하면 상당히 큰 금액이다.
겨울 난방비와 겨울 의류가 비싸서 따뜻한 동남아에서 겨울을 나는 것이 훨씬 싼 사람도 많을 것이다.
식비는 점심 한 끼 평균이 만 원을 넘었다는 뉴스가 2024년이었다.
2025년 물가는 더 올랐고 앞으로도 더 오를 것이며 개인적으로 느낀 더 큰 문제는 식당은 모두 사라지고
카페로 바뀌어버려 혼자서 밥다운 밥을 사 먹을 수 있는 식당조차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1인당 한국에서 숨만 쉬어도 나가는 비용을 통계를 내보니 128만 원이 평균이라 하더라.
문제는 저 금액으로 파이어를 하고 산다는 것은 정말 삶의 퀄리티가 낮아지는 기분이었다.
모든 지출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선택지 중에서 싼 것을 골라야만 저 정도 지출을 유지할 수 있다.
그것이 반복되면 삶의 질, 자존감, 자신감도 낮아지는 기분이었다.
해외에서 그 반만 되는 금액만 쓰며 살아도 훨씬 삶의 퀄리티는 높아졌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비싼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기도 하고, 더우면 편하게 카페에서 음료도 마시며,
남부러울 것 없이 살 수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편하게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더라.
한국에선 할 일이 없어 타임킬링을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여행 중엔 재밌는 할 일이 많았다.
우울증이 심했던 나는 모르는 사람과 쉽게 대화하고 친해질 수 있는 환경도 너무 좋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고, 새로운 언어를 배우고, 근교 도시에 여행을 다녀오기도 하고,
나와 같은 라이프스타일을 살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만나 생각을 나눌 수도 있었다.
여행은 지출은 줄이지만 삶의 퀄리티는 높이는 선택이었다.
배당을 통한 파이어족이 되었다면 가장 크게 느끼는 부분은 건보료일 것이다.
단순히 배당에 붙는 15.4%의 배당소득세만 생각하기 쉽지만, 연 배당소득이 2,000만 원을 넘기는 순간
금융소득종합과세자가 된다. 그럼 다음 해 11월부터는 배당소득에 대해 건강보험료가 추가로 붙게 된다.
많은 파이어족이 8000만 원 이하 구간에서 세금은 의외로 괜찮았고, 건보료는 너무 크게 느낀다고 말한다.
건보료는 사람마다 계산 기준이 다르지만 매달 나가는 지출이고, 배당이 커지면 커질수록 건보료도
계속해서 커져가는 시스템이라 배당을 받는 모든 사람에게 가장 크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해외에 3개월 이상 체류하는 사람은 건보료를 면제받을 수 있다.
그리고 3개월 간 냈던 건보료 역시 환급받을 수 있다.
건보료가 20만 원이라면 해외에서 길게 지내기만 해도 매 월 20만 원을 이익 보는 셈이며,
20만 원짜리 숙소에 지낸다면 숙박비는 공짜인 셈이고, 물가는 더 싸지는 셈이라 엄청난 이익으로 느껴진다.
배당이 커지면 건보료가 50만 원도 넘게 내는 사람도 많고, 그런 사람들이 해외에 지내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 건보료 면제가 목적일 것이다.
하지만 여행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자유'였다.
난 우울증이 심했고, 혼자 있는 느낌이 싫었다. 사람과 대화를 하고 싶었지만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하지 않는 한국의 특성상 친구를 만나지 않으면 말을 할 기회가 아예 없었다.
일을 그만두고 자유롭기는커녕 오히려 외로움을 먼저 느꼈고, 일주일 넘게 입을 말을 할 기회가 아예 없더라.
그렇게 나는 도망치듯 태국으로 떠났고 비로소 숨을 쉴 수 있었다.
모르는 사람과도 쉽게 대화하고 친해질 수 있는 환경도 너무 좋았고, 너무 가까운 친구가 아니라
오히려 적당히 거리 있는 사람들과 얘기할 때 훨씬 더 솔직하게 나의 힘듦을 말할 수도 있었다.
하루는 내가 우울증이 오게 된 이유를 친구들에게 말하게 되었고, 의외로 나는 담담하게
말을 잘했는데 펑펑 우는 친구들에게 어떤 큰 위로를 느끼기도 했었다.
그리고 한국에 있으면 느껴지는 특유의 조급함 같은 것이 덜해진다. 항상 생산성 있게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은 그 압박감,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불안함이 한국에서는 항상 느껴졌었다. 한국 사회가 그런 건지
내가 스스로 만들어낸 압박감인지 모르겠지만 그 불안을 항상 안고 있었다. 나는 이제 파이어족이야,
하며 퇴사하고도 그냥 백수인지 파이어인지 구분이 안 가고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막상 해외에 나와서야 겨우 그런 느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넌 그 나이에 출근도 안 하고 뭐 해?
라는 질문, 눈빛을 벗어날 수 있었고 오히려 나와 같은 사람들이 많았다.
그것이 내게 큰 자유를 주었다.
이러한 이유들로 나는 도망치듯 떠난 여행에서 위안을 찾고, 마음을 치료하고, 행복을 느꼈다.
또 이제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에 브런치에 글을 쓰고,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다.
새로운 목표가 생기고, 꿈이 생기고,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며 내가 진정한 파이어족 되었구나 생각했다.
겨우 1년이지만 아직 생각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도움이 되길 바라며 나의 파이어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그동안 적어봤고, 하고 싶은 말의 90%는 이미 적은 느낌이다.
앞으로 시간이 된다면 내가 겪은 여행과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적어보고 싶다.
제 이야기가 모든 사람에게 정답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혹시 지금의 삶이 버겁게 느껴지는 분이라면, 과거의 저처럼 힘든 상황에 있는 분이라면
이 글과 제 경험이 '이렇게 사는 방법도 있다'는 하나의 대안으로 기억되었으면 합니다.
그런 말도 있잖아요? 물이 마트에선 1달러고, 공항에선 5달러고 환경을 바꾸면 가치가 변한다고.
한국사회에서의 저는 실패자에 가까운 모습이었지만, 내 가치는 높은데 이 환경에서만 낮은 게 아닐까?
내 가치를 높여주는 다른 환경, 다른 방식이 있는 건 아닐까? 저는 환경을 바꿨고, 비로소 진짜 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정작 중요한 환경을 바꾸는 순간에, 주변 사람들은 모두 반대하더라고요.
정말 사소한 클라이밍부터, 운동도 안 하던 네가 무슨 클라이밍이냐? 그 나이에 무슨 워킹홀리데이냐?
30살 넘어가면 영어는 못 배운다, 그 나이에 무슨 세계여행이냐, 정신 차려라. 일 그만두고 어떻게 살 거냐.
돌아봤을 때 좋은 선택은 항상 주위에서 반대했었던 것 같고 그래서 환경을 바꾸기 힘든 거 같기도 합니다.
브런치 기능을 잘 모르고 10번째 글이라 마지막인가 싶어 말이 길어졌는데, 다시 보니 11번째 글이네요.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이 다들 파이팅 하셔서 이루고 싶은 목표 이뤘으면 좋겠고, 혹시 힘든 상황에 있다면
과감하게 환경을 바꾸는 것이 정답일 수 있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이 꿈꾸는 '자유'는 어떤 모습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