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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에세이] 우향 박래현 <부엉새>

재물, 지혜, 수호

by 유승희
우향 박래현 <부엉새>


재물, 지혜, 수호


우향 박래현의 <부엉새> 화폭을 통해 부엉이의 의미를 알아보았다. 추석 연휴가 올해는 더욱 길었다. 휴가를 즐기고 난 뒤 궁금해져서 틈틈이 그림을 보다가 부엉이가 의미하는 바가 궁금했다. 자세히 알고 싶어 몇 시간째 자료를 조사했다. 동서양 모두 부엉이가 상징하는 바가 이렇게나 공통으로 긍정적일 줄은 몰랐다. 서양의 지혜와 전쟁의 신, 아테나의 이야기까지 이어지게 돼서 더욱 흥미로웠다. 어릴 때 친구 집에 놀러 가면 현관에 부엉이, 해바라기 그림을 본 적이 있다. 옛 어른들의 부엉이에 대한 사고를 보다 깊이 있게 알 수 있어 좋았다.


부엉이는 재물과 지혜. 수호를 상징한다. 한국에서의 부엉이는 재물과 행복을 상징한다. 집 현관이나 가게 입구에 부엉이 조각을 두는 곳이 많다. 복과 부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신혼집이나 가게에 선물한다. 풍수지리적으로 부엉이 조각상이나 그림을 문 앞이나 창가에 두면 나쁜 기운을 막는다고 믿는다. 날카로운 시야를 가진 부엉이는 어둠 속에서도 사물을 볼 수 있어서이다. 금전운에 더불어 자녀 학업 운까지 올려줄 수 있다고 여겨져 부엉이 조각은 좋은 의미를 담은 선물이다.



미네르바의 부엉이


서양에서의 부엉이는 지혜와 수호를 상징한다. 그리스 지혜의 신 아테나(미네르바)가 사랑하는 동물이다. 아테나는 라틴어로 ‘미네르바’다. 아테나(미네르바)는 황혼 무렵 산책을 다닐 때마다 부엉이를 데리고 다녔다고 한다.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헤겔은 ‘법철학’ 서문에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 녘에 날아오른다”라고 썼다. 철학은 어떤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 시대의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있다는 뜻이다. 미네르바의 부엉이라는 제목을 가진 책들이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미네르바의 은유는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은유는 ‘전쟁’이다. 유럽에 가서 아테나(미네르바) 조각을 직접 보았다. 투구를 쓰고 방패 창을 들고 있었다. 두 번째 은유는 ‘민주주의’다. 아킬레스가 트로이 성벽을 오르다 죽은 뒤, 시신을 수습해 온 두 사람이 서로 가지려고 싸웠다. 그때 아테나(미네르바)는 병사들의 투표로 결정하자고 했다. 아테네 직접 민주주의에서 민주적 의사 결정 방식의 효시로 꼽히는 이야기다. 세 번째 은유는 ‘지혜’다. 고대 이탈리아어에서 '메네소'는 '지혜로운'이다. 아테나(미네르바)의 해 질 녘 산책길 동반자는 부엉이였다. 서구문화에서 부엉이가 지혜를 상징하는 이유를 여기서 유추할 수 있다.



부흥이, 부엉이


조선시대에는 부엉이 소리가 ‘부흥’으로 들려 ‘부흥이’로 불렀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엔 ‘부흥’이란 단어가 금지되었다. 해방 후, 가게 이름마다 부흥이란 글을 넣어 즐겨 사용했다. 예를 들어 '부흥철물', '부흥상회'와 같이 쓰였다. '부흥 1950년 후반 정부에서도 부흥부에 의해 ‘경제 부흥 5년 계획’을 세웠다.


‘부엉이 방귀’라고 들어본 적 있는가. 소나무 가지에 자라난 부엉이 방귀는 쉽게 말해 소나무에 생기는 ‘혹’이다. 7미터에 매달려 있는 고공 작업으로 제거해야 해서 쉽지 않다. 부엉이 방귀 공예를 30년 넘게 한 공예가의 이야기를 다큐로 보았다. 부엉이 방귀 제거하지 않으면 소나무는 생명을 다한다. 부엉이 방귀가 있는 주변 가지는 말라비틀어지기 시작한다. 소나무를 살려내는 것이기에 제거된 소나무 혹인 부엉이 방귀에 복이 있다는 믿음이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얻은 부엉이 방귀를 활용해 여러 공예품을 만든다. 옛 어른들은 부엉이 방귀 됫박으로 쌀을 푸면 부자가 된다고 믿었다. 자식의 혼수 예물이기도 하였다. 부엉이 방귀 됫박은 절대로 남에게 주지 않았다. 자신의 복이 새어 나간다고 믿었다. 집에 부엉이 방귀 뒷박을 두어야겠다. 새로 알게된 정보는 나를 설레게 한다.


궁 장식에서도 부엉이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치미는 궁의 기와지붕 양쪽 용마루 끝 장식을 가리키는 이름이다. 치미를 장식하는 것은 길상과 어두운 밤에 하늘에서 나쁜 기운을 막아주는 벽사를 기원하기 위해서였다. 윤형원(국립부여박물관장)이 기재한 박물관 신문 제567호 국립부여박물관 특별전 <치미鴟尾-하늘의 소리를 듣다>를 옮긴다.


치미는 한자 그대로 솔개 치鴟(올빼미나 수리부엉이)와 꼬리 미尾의 합성어이지만 다양성을 지니고 있다. 지붕 위에서 곡선을 그리며 휘어져 있는 모습은 독수리나 봉황이 푸드득 날갯짓하는 것 같기도 하고, 용이나 물고기가 꿈틀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치미는 ‘올빼미 치(鴟)’와 ‘꼬리 미(尾)’ 자가 결합해 있다. 올빼미라는 뜻 외에도 솔개, 수리부엉이도 의미한다. 하지만 평범한 올빼미나 수리부엉이가 아닌 ‘봉황의 날개’를 형상화한 것으로 해석하는 견해가 많다.

10월에 부엉이가 울면 이듬해 고기가 많이 잡힌다고 믿는 곳도 있었다. 부엉이가 3마리의 새끼를 번식하면 대풍년이 든다고 한다. 시집가기 전날 목욕을 하면서 부엉이 소리를 들으면 시집가서 잘 산다고 하는 말도 있다. 부엉이와 관련된 단어도 있다. ‘부엉이 곳간’은 없는 것 없는 풍족한 상태를 말한다. ‘부엉이살림’은 부쩍부쩍 느는 살림을 일컫는다. 부엉이의 먹이 쌓아두는 습성을 관찰해 만든 단어이다. 한국에서 부엉이는 재물과 행복을 상징하고 서양에서는 지혜와 수호를 상징한다.


평소 에세이와 다르게 정보를 제공하는 글을 써보고 싶었다. 새로 알게 된 정보가 유용하다고 생각했다. 여러 가지 알게 된 사실을 기록하고 글을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전달했을 때 반응은 어떨까 궁금했다. 내 이야기를 매번 적어왔다. 정보전달을 위한 글쓰기도 가끔 해보려 한다. 이번 계기로 부엉이가 더욱 친근하게 와닿았다. 우향 박래현의 <부엉새>를 현관에 걸어두고 싶어지는 날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이가 부엉이 곳간에서 부엉이살림을 살아가길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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