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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켈리류 Jul 03. 2024

엄마와 대화 2024.07.03

엄마



수업이 많은 수요일.

오전은 어제 미뤄졌던 강의 하나 하고

엄마와 오랜 대화로 

마음을 잡아본다.

오랜만에 터놓고 이야기

이유가 있었던 나의 행동 사과.

울면서 웃는 마무리까지 좋았다.

엄마가 좋다.


오전 수업 후 엄마와

그리고 운동하러 갔다가

오후 강의를 파이팅 하며

이제 운동 가야지.

체력이 없으면 뭐든 할 수 없어..

나. 명심해.


엄마는 내 글을 보며 자신이 들어있는 글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엄마가 우리들에게 '이거 하나 심어줘야지 생각한 부분이 이뤄졌구나.' 생각했다고 했다. 계획적인 남편과는 대비돼서 자신은 느슨하게 키우게 되는 양육의 이야기도. 클래식 틀어두고 아침에 깨게 하는 부분도,  점심 도시락 엄마 편지를 다른 친구들이 놀릴까 봐 혼자 몰래 보던 나의 글들에서도. 엄마는 자신의 양육을 스스로 칭찬하는 시간을 가져 기뻤다고 했다.



엄마의 도시락 속 편지가 친구들 사이에서 괜한 말이 나올까 숨겨서 읽었던 나의 마음을 모른 채 예쁜 글씨체로 각종 좋은 말들을 써주던 여자 어른이었다. 늘 다 터져버린 김밥용 김이 아닌 김을 사용한 김밥에는 머리카락이 떨어져 김밥을 먹다가 이에 머리카락 한 올을 꺼내 빼야 하는 수고를 시켜주는 어딘가 허술한 엄마였다. 

직조물이 조직적으로 베틀에 짜져 확연한 탄탄함을 갖고 있는 분이 나의 아빠라면, 짜임새 없이 엉성한 그물망 디자이너 옷 같은 사람이 우리 엄마였을까. 사회생활을 하며 명동성당을 다니고 결혼 전 생활을 이야기해 줄 때면 엄마의 눈에서 나는 나의 미래를 보곤 했다. 나도 저렇게 명동성당을 일요일마다 다니는 여자 어른이 될 테야. 나도 저렇게 책을 읽으면서 코 밑으로 안경을 내려쓰고 책을 응시하는 여자 어른이 되어야지. 나도 저렇게 아이들 아침잠을 억지로 깨우지 않고 오페라를 틀어 보이는 창문과 문을 모두 열고 나의 할 일을 하며 각자의 일이 있음을 느긋하게 알려주어야지. 나도 엄마처럼 서두르지 않아야지.     

      
_내가 쓴 미술에세이([미술에세이] Carl Larsson <Woman Lying on a Bench>,1913)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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