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의 도시락 속 편지가 친구들 사이에서 괜한 말이 나올까 숨겨서 읽었던 나의 마음을 모른 채 예쁜 글씨체로 각종 좋은 말들을 써주던 여자 어른이었다. 늘 다 터져버린 김밥용 김이 아닌 김을 사용한 김밥에는 머리카락이 떨어져 김밥을 먹다가 이에 머리카락 한 올을 꺼내 빼야 하는 수고를 시켜주는 어딘가 허술한 엄마였다.
직조물이 조직적으로 베틀에 짜져 확연한 탄탄함을 갖고 있는 분이 나의 아빠라면, 짜임새 없이 엉성한 그물망 디자이너 옷 같은 사람이 우리 엄마였을까. 사회생활을 하며 명동성당을 다니고 결혼 전 생활을 이야기해 줄 때면 엄마의 눈에서 나는 나의 미래를 보곤 했다. 나도 저렇게 명동성당을 일요일마다 다니는 여자 어른이 될 테야. 나도 저렇게 책을 읽으면서 코 밑으로 안경을 내려쓰고 책을 응시하는 여자 어른이 되어야지. 나도 저렇게 아이들 아침잠을 억지로 깨우지 않고 오페라를 틀어 보이는 창문과 문을 모두 열고 나의 할 일을 하며 각자의 일이 있음을 느긋하게 알려주어야지. 나도 엄마처럼 서두르지 않아야지.
_내가 쓴 미술에세이([미술에세이] Carl Larsson <Woman Lying on a Bench>,1913)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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