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이를 모두 독립시킨 엄마는 2022년 디저트 학과 대학생이 되었다. 8년간 일본어를 배운 실력의 값진 하나의 결실이 일본 교환 학생으로 맺어졌다. 한 학기의 일본 교환 학생 시간은 엄마에게 어떤 시간이었을까. 오페라와 클래식, 책 읽기를 취미로 갖고 사는 나는 엄마로부터 전해진 것들이다. 엄마의 시간은 나에게 전해져 다시 이어진다. 엄마의 늦깎이 대학 생활도 나에게 전해져 나의 강연에서 이어진다. 엄마의 일본 생활 이야기를 들으러 곧 가야겠다. 실제로 강연자를 만나 듣는 강연이 더 와닿듯, 얼굴을 바라보며 엄마의 미소와 함께 듣는 일본 교환 학생 시간은 일본 교환 학생이던 나의 20대와 맞물려 딱 들어맞는 톱니바퀴처럼 돌아갈 것 같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엄마와 마음으로 더 친해졌다. 책 좋아하는 엄마가 나의 글을 평해줄 때만큼 즐거울 때가 없다. 엄마의 시선에서 내 글을 박완서 글 같다고 했다.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다. 그런 극찬을 들을 자격은 없지만, 그래도 엄마가 딸에게 해주는 응원이니 마냥 기뻐해 본다.
엄마의 크고 작은 꿈들을 이뤄 나가는 모습을 보며 배운다. 자신이 해나가는 것을 보며 자라는 것. 그것이 양육이며 육아이다. 아이를 길러내 독립시키는 것이 양육의 목적이다. 하지만 독립한 아이도 여전히 부모를 보고 있다. 부모는 인생의 선배이자 아이가 꿈꾸는 미래다.
호안 미로의 파란색은 한국과 일본을 오가는 바다 같다. 붉은색은 일본 국기의 붉은 원이 생각난다. 파란색에 떠있는 까만 점들은 섬 같아 보인다. 꿈을 이뤄가는 섬 같다. 징검다리 같은 크고 작은 꿈들을 넘어가는 엄마와 같다. 엄마가 드디어 크고 작은 꿈의 섬을 건너 한국으로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