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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강사 Apr 28. 2019

세노테에서 프리다이빙

다이빙 여행 | 칸쿤-11

이번에 세노테에 온 목적 중 하나는 프리다이빙, 정확히 말하자면 근사한 프리다이빙 사진을 찍어보려는 것이었다.


El Pit에서의 첫 다이빙을 마친 후 두 번째 다이빙은 Dos Ojos에서 했다. Dos Ojos는 첫 방문 때 처음 다이빙 했던 세노테이다.


자연광이 들어오는 Cavern 지역이 넓고 수면이 뚫려 있는 Open Water 지역도 넓어 초보자에게도 부담 없으면서, 햇빛과 종유석, 바위의 배경이 화려하여 사진의 배경으로 자주 나오는 곳이다.


여기서 너무 무리하지 않고 프리다이빙 사진을 찍어보려 나와 노마 강사님은 촬영 모드로, 나머지 일행은 스쿠버 펀다이빙 모드로 하고 따로 움직였다.


"Dos Ojos" 두 개의 눈 중에 첫 번째 눈을 알려주는 이정표


프리다이빙 채비를 하고 가는 중에 관리자처럼 보이는 사람이 나를 잡아 세운다. 나의 롱핀을 가리키면서 여기서 이건 쓰지 못한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내가 프리다이빙 강사이고, 얕은 곳에서 사진만 찍고 나올 거라고 얘기하니, 나의 뜻이 잘 전달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얼추 뭐, 그러시든가...라는? 알겠다는 표정을 짓고는 자기 할 일을 하러 갔다.


이후에도 들은 얘기로는 세노테에서 프리다이빙은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한다. 인터넷에서 간혹 보이는 프리다이빙 사진은 아마도 지금처럼 적당히 얘기해서 찍은 거겠지. 게다가 세노테에서는 다이버들이 알아서 움직이게 내버려두는 느낌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노테에서의 프리다이빙은 몇 가지 문제가 있을 법도 하다. 우선 안전의 문제이다. 스쿠버다이빙도 위험한 곳인데, 모험심 강한 프리다이버가 동굴 속으로 들어가기라도 하면 사고가 날 확률이 높아진다. 고레벨 프리다이버라고 해서 위험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거니와, 실력자와 비 실력자를 구분하기도 모호하니 안전을 생각한다면 금지하는 것이 맞다. (꼭 롱핀이 없다고 못하는 일은 아니지만.)


그리고 프리다이빙용 롱핀은 잘못 사용하면 바닥의 진흙을 크게 휘저어 버린다. 특히 스쿠버다이빙의 경험이 적은 프리다이버라면 그럴 가능성은 더욱 높아 보인다. 비단 프리다이버만이 이런 문제의 원인은 아니겠지만, 문제의 원인을 줄이기 위해서라면 금지하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프리다이빙 사진을 찍기 위해 노마 강사님은 스쿠버 장비를 장착하고 배경이 잘 나오는 수중에 자리를 잡았고, 나는 워밍업을 시작했다. 노마 강사님의 손짓에 따라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크게 직선을 수영하기도 해 봤는데, 이거... 쉽지 않다.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웨이트가 모자라 몸이 계속 뜬다. 숨을 뱉고도 들어가 봤지만 스쿠버다이빙 겸용으로 가지고 온 짱짱한 5mm 프리다이빙 수트의 부력이 너무 크다. 프리다이빙을 하면 보통은 깊은 수심으로 가기 때문에 수면에서의 양성 부력은 금방 상쇄되는데, 지금은 수면 근처에서 머무르려다 보니 계속 떠오르는 것을 피할 수가 없다.


그리고 지금 내가 몸이 너무 피곤하다... -_-;; 30시간이 넘는 시간을 한국에서 날아와서는 쉬지도 못하고 물속에서 숨을 참고 있어야 하다니! 그런데 또 몸은 계속 떠오르니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러니 원하는 구도와 자세가 안 나오고 썩 맘에 드는 사진을 건지기도 어렵다.


Dos Ojos에서 프리다이빙. 아쉬운 건 다음에!


도저히 힘들어서 못하겠다. 이번 경험은 연습으로 생각하고 다음에 와서 제대로 찍자는 생각으로 물을 나왔다.


힘들어 지쳐있는 나에게 노마 강사님이 위로의 선물을 주셨다. 지난번에 왔을 때 돈이 없어(ㅠㅠ) 아무것도 못 샀던 기념품 가게에서 하나 고르라고 하신다. 못 사서 안달복달일 때는 다 좋아 보였는데, 막상 사려고 보니 선뜻 손이 잘 안 가네... 그래도 그나마 선물 느낌이 나는 걸로 골라 잡았다. (칸쿤 공항에도, 세노테에도 예쁜 기념품이 없으니 여기서라도 사야 한다.)


다른 곳에선 보기 힘든 세노테 기념품 가게. 나는 Dos Ojos에서만 봤다.
티셔츠나 지도책 같은 건 살만 한 듯. (자기 만족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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