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카나의 식탁

이탈리아 토스카나 돌로미티 렌트카 여행 - 6/18

by 탱강사

시원한 그라니따를 먹고 힘내서 아시시를 돌아보려 했지만, 아시시는 우리가 입구에서 지레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큰 도시였고, 우리의 다음 일정을 감안하면 도시를 둘러볼 여유도 없었다.


아쉽지만 근사한 거리와 풍경을 배경으로 닥치는 대로 사진을 찍는 데 만족하고 서둘러 다음 경로로 움직였다.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일은 배를 채우고 기력을 찾는 일이었다. 오늘의 점심은 Sophy가 찾아 둔 몬테풀차노의 레스토랑에서 먹기로 한다. 일단 근처까지 가서 혹시 다른 좋은 곳이 더 있을지 보고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몬테풀차노의 풍경. 이 사진의 보이지 않는 부분들은 훨씬 한가로운 느낌이 있는 곳이다.
그냥 "우와아~" 하며 사진 찍고 왔던 거대한 동상인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을 토대로 만든 작품이라고.


처음에 가려했던 레스토랑이 분명 나쁘지 않은 곳처럼 보였지만, 어째서인지 우리는 어디 다른 곳을 더 찾아볼까 하고 조금 더 움직였다. 즉흥적으로 찾아온 이 곳, 마치 "토스카나의 식탁이란 이런 것이야."라고 얘기해 주는 듯한 곳이다.


풍경만 보고도 이미 토스카나 음식을 먹고 있는 기분의 식탁


예약을 하지 않고 와서 햇빛이 드는 자리에서 더위 뜨거움을 견디며 식사를 해야 한다는 점은 그럭저럭 감수할만했지만, 아직 운전을 해야 해서 와인을 못 먹는다는 것은 큰 고통이었다.


에어컨 바람이 간절해지는 더위였지만, 이런 푸르른 곳의 공기를 그대로 느끼는 것이 어쩌면 더 값진 경험일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간 레스토랑의 와인 보관소. 그런데 나는 지금 와인을 못 먹는다고...ㅠㅠ
오래된 치즈와 와인들이 보관되어 있다. 먹을 수 있는 것들일까?
야외 테이블 앞에서는 때마침 작은 공연을 하고 있었다.
사진만 봐도 이쁘고 맛있다. 와인은 맛만 살짝 보자...
투박한 듯 보이면서도 입과 코의 빈 공간을 가득 채우는 풍미의 토스카나 음식들!




맛난 음식 먹고 기력도 회복하고 기분도 업됐으니 서둘러 움직인다. 다음 코스는 토스카나의 유명한 사진 포인트를 찾아 사진을 찍는 것이다.


토스카나의 모든 사진 포인트를 극구 정복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Sophy의 선배 언니들이 유별나단 생각도 했지만, 이런 외부 조건이 없으면 딱히 어떤 목적을 가지지 않고 빈둥거리고 마는 내 스타일을 보완해 줄 좋은 구실이려니 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우리는 여행을 오기 전에 인터넷에서 토스카나의 어떤 사진이 어디서 찍었는지 GPS 좌표를 알아뒀다. 이 좌표를 내비게이션에 찍고 차를 몰았다.


사진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사이트. 물론 저런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아주 약간?


무슨 보물찾기인지 퀘스트인지 모를 모험의 길이 시작됐다. 목적지 근처라고는 나오는데 도통 뭐가 나타나지도 않아서 우리가 맞게 왔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러다 여행객이 어딘가를 향해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이 발견됐고, 그쪽에 우리가 찾던 토스카나의 "비경"이 자리 잡고 있는 걸 알게 됐다. 그런데 사진에 나온 그 비경은 맞지만 각도나 주변 풍경은 미묘하게 달랐다. GPS 좌표도 차이가 좀 났다. GPS 좌표가 정확히 일치하는 장소를 찾아야 했다.


무언가를 열심히 찍고 있는 외국 처자들. 근데 생각대로 안 나오는지 이리저리 움직였다. 여기가 아니라니깐.


올커니! 바로 이 각도로군!! 우리가 알아 온 GPS 좌표의 정확한 지점이 아닌 곳에서는 전깃줄이나 나무 등의 방해물이 있거나 풍경의 각도가 맞지 않았다. 이제 GPS 좌표가 확실한 정보임을 확인했으니 다음 보물을 찾으러 가 보자!


다음 사진 포인트에서도 과연 불과 몇 m 차이로 사진의 구도가 다르게 나온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오오, 이거 흥미로운 걸. 뭔가 명화의 비밀을 캐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우리가 찍을 수 있는 사진은 여기까지. 타이밍이 아니다. 8월은 이미 글렀어.


그렇게 비밀이 풀려 나가자 이제 다음 포인트는 대충 어느 위치가 될지 짐작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 여기를 올라가면 아까 우리가 지나온 그 구불구불한 길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 나오겠군! 하고 도착한 곳에는, "어엇!?" 언니 두 명이 하늘하늘한 원피스 차림에 맑은 하늘에 우산(물론 양산이겠지)을 쓰고 피크닉을 나온 컨셉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컨셉 사진을 찍고 있던 언니들. 밋밋한 풍경 사진보다 우리에겐 모델이 되어 줘서 고맙...


사뭇 놀라 감탄사를 내뱉을 뻔했지만, 어쩐지 한국인들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조심스레 그들이 사진을 편히 다 찍고 나오길 기다렸다. 아니나 다를까, 대화하는 걸 들으니 한국인들이었다. 우리 때문에 충분히 시간을 들여 사진을 못 찍었을 것 같아 괜스레 미안해지기도 했지만, 그들은 또다시 어디선가 근사한 사진을 찍을 셈인지 차를 몰아 급히 떠나버렸다.


이것이 토스카나 하면 떠오르는 바로 그런 풍경




Summary

사진 찍을 위치와 정보를 미리 알고 간 것은 매우 훌륭한 준비였다.


그렇지만 역시 멋진 사진을 찍으려면 훌륭한 장비와 타이밍 (새벽의 연무라든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토스카나의 시즌은 5월이란다. 8월엔 이미 녹색 들판은 많이 사라지고 있었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토스카나에선 멋진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으로 여행 일정을 채워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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