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카나를 떠나 시르미오네

이탈리아 토스카나 돌로미티 렌트카 여행 - 9/18

by 탱강사

여행을 떠나기 전 우연인지 친한 형님의 페이스북 포스팅에 토스카나 얘기가 나왔다. 영국의 가수 스팅이 토스카나에 소유하고 있는 빌라에서 공연을 했는데, 공교롭게도 그날이 911 테러가 일어난 날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연을 취소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 결국 찾아온 팬들과 지인을 위해 공연을 그대로 진행했다는 얘기였다.


토스카나 여행을 앞두고 차에서 들을 음악 리스트를 만들어야 했기에 스팅의 그때의 공연 실황 앨범도 그 음악 리스트에 들어갔다.


하지만, 공연 장소가 토스카나일 뿐, 스팅의 노래는 역시 해가 쨍한 밝고 맑고 신나는 토스카나 풍경에 어울리는 선곡은 아니었다. 대부분의 시간은 우리 4명 모두가 공감대를 가질 수 있는 "추억의" 인기가요가 최고였다.


그런데, 오늘은 토스카나의 광활한 대지가 비에 젖고 구름에 가려 어둑해졌다. 토스카나를 떠나 북쪽으로 가는 날의 아쉬움이 스팅의 노래와도 어울릴 것 같다.


스팅의 노래는 적지 않게 오는 비에 적막한 느낌의 토스카나 풍경과 절묘하게 분위기가 맞는 것 같았다.


우리의 여행 기분과는 달랐지만 날씨 때문에 듣게 된 스팅의 음악


토스카나에서 돌로미티까지 가는 길은 그동안 토스카나에서 움직였던 거리만큼을 더 가야 한다. 고속도로 풍경이 토스카나의 시골길 풍경만은 못하다.


먼 길을 가는 중간에 주유도 하고 커피도 마실 겸 휴게소를 들른다.


유럽에서 주유 시에 주의할 점은 디젤을 주로 "Gazole"이라고 표기한다는 점이다. 발음이 가솔린이랑 비슷하다고 지레짐작하면 안 된다. 우리나라 주유기처럼 유종과 주유량을 직접 지정해서 바로 결제까지 할 수 있으면 큰 문제는 없는데, 기계에 따라 조작을 특정 기계 한 군데에서 하는 경우도 있고, 주유를 한 다음 점원에게 가서 결제를 하거나, 또는 점원에게 주유기 번호와 주유량을 먼저 얘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긴장이 되기도 한다.


옆사람이 어떻게 하는지 봐 가면서 주유를 해야 하는데, 옆사람도 우리랑 별반 다르지 않은 경우가 훨씬 많았다.
이 정도로 친절한 설명이 붙어 있으면 매우 감사한 케이스


시골길의 주유소에서는 주유를 어찌할 줄 몰라, 가게 앞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응? 뭐라고? 담배? 여기 주유소 아니었나? 아, 맞다. 여기 이탈리아지? 어쨌든 빨리 여기를 빠져나가야겠어!) 여자분에게 구글 번역기까지 써서 물어봤지만, 큰소리로 이탈리아어로 떠들며 담배를 쥔 손을 휘젓길래 빨리 어떻게든 알아서 해결하고 나오기도 했다.




돌로미티를 가기 전에 들르기로 한 곳이 있는데, 가르다 호수에 삐죽 길게 삐져나온 "시르미오네"라는 휴양지다. 여기는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휴양지인데, 우리가 간 날이 주말이라 사람들이 많아 차가 들어가기도, 주차하기도 꽤 어려웠다.


지도에 나타난 시르미오네. 특이하게 생긴 지형이다.
사람도 차도 많아 앞으로 움직이기도, 주차하기도 쉽지 않았지만 두어 바퀴 돌다가 때마침 나오는 차가 있어 거기에 주차 성공.


여기는 호수변에다 특이한 지형, 시르미오네 성 (정확한 이름은 Scaligero 성), 온천 등의 환경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우리는 또다시 먼길을 달려야 하는 일정이라 퀘스트를 수행하는 기분으로 딱 정해진 시간만큼만 돌아보고 나와야 했다. 여기 온천이 그렇게 좋다던데 다음에나 오면 가 봐야겠네...


시르미오네 성 위에서 보니 이곳의 특이한 지형이 더욱 확실히 보였다. 과연, 휴양지가 될만한 멋진 풍경이군. 날씨가 흐려 어렴풋하기는 하지만, 저 너머로는 안개 또는 얕은 구름 뒤로 거대한 산의 그림자가 보였다. '음... 저기가 돌로미티인가? 웅장하긴 한데... 너무 웅장한 거 아냐?' 딱히 가늠하기 어려운 그림자가 오히려 돌로미티에 대한 우리의 기대와 궁금증을 더욱 부풀렸다.


시르미오네 성의 독특한 구조
호수 변이라 보트를 타고 휴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날씨가 좋았으면 훨씬 아름다웠을 풍경
호수에는 백조들이 있었다. 호수가 크다 보니 파도도 치는 것이 바닷가 같은 느낌이다.
시르미오네 성의 입구에서 내다본 거리
삐죽 튀어나온 곳에서 바라본 육지 풍경. 과연 특이하다.
구름 너머 보이는 곳이 돌로미티인가?




Summary

토스카나는 비가 와도 나름의 운치가 있더라.


주유 방법은 미리 열심히 공부해 둬야 한다. 그래도 생각한 것과 다를 수 있다.


시간이 된다면 시르미오네 온천을 가 봤으면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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