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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강사 Jul 07. 2019

동굴 다이빙의 끝판 - Full cave diver

다이빙 여행 | 칸쿤-16

동굴 다이빙 교육은 대체로 3단계로 되어 있다. Cavern diver, Intro to cave, 그리고 마지막이 Full cave diver이다. 이제 Full cave diver 과정을 들어간다. 자연광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깊은 동굴을 탐험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운다.


Full cave 과정의 핵심은 어둡고 복잡한 동굴 속에서 어떻게 길을 찾으며 안전하게 돌아오느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계획과 멤버 간의 의사소통이 필수적이다.


이전 과정에서는 실제적인 액션을 배웠다면 고급 과정에서는 전체적인 그림을 보고, 또 그리는 안목과 판단력을 배운다고 할 수 있을까?


Full cave diver 과정은 고급 과정이어서 고급 레벨 강사인 Frank가 교육을 같이 한다.


교육이 시작되자 Hugo 강사님은 책상에 지도를 펼쳤다. 우와~! 이것이 이 동네의 수중 동굴의 지도. 그것도 전체가 아닌 일부일 뿐인데도 어마어마하게 넓고 복잡하다. 그마저도 인간이 찾아낸 곳뿐일 테니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이 또 얼마나 있을지, 어떤 신비스러운 곳이 있을지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암호 같은 기호들이 가득한 수중동굴의 지도 (Copyright: Alessandro Reato. http://www.filoariannadive.com/minotauro.html)
어느날 위의 사진에 대해서 댓글이 달렸다. 본 지도의 제작자의 댓글이었다. 이런 지도를 보면서, 또 세노떼를 탐험하면서 도대체 이런 동굴의 지도를 그리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실존하긴 하는 걸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는데. 제작자가 직접 찾아와 댓글을 달다니! 이 사진의 지도는 엄연히 저작권이 있는 거라 사진을 올리기 위해서는 제작자의 허락이 필요하고, 저작권자를 명시한다면 그대로 사용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링크를 따라가 보면 간략하게 어떻게 지도를 완성했는지 얘기가 나오는데, 정말이지 대단한 탐험가다.
(Link: http://www.filoariannadive.com/minotauro.html)


우리는 다이빙 중의 공기 소모와 시간, 거리 등을 계산해야 했고, 어디까지 어떤 길을 통해서 갈지 팀 멤버들끼리 공유하였다. 지도를 보며 어느 지점에 무엇이 있는지, 거기서 무엇을 할 것인지, 돌발 사태가 벌어졌을 때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서로의 수칙을 일치시켰다. 모든 것은 계획대로 움직이게 된다. 그리고 그 계획은 항상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변수의 발생을 최소한으로 한다.


우리가 갈 곳에 대해서 토론을 하고 계획을 정해야 한다.


다이빙 훈련은 이제 어떤 특정 행동이 아닌 전체 다이빙을 가로지르는 형태로 진행이 된다. 준비부터 안전점검, 입수, 가이드라인 설치, 진입, 전진, 소통, 길 찾기, 돌아 나오기까지 하나의 다이빙을 노마 강사님과 내가 알아서 하는 식이다.


다이빙에 사용할 공기탱크 준비도 꼼꼼히 해야 한다.
장비들도 잘 챙기고. (근데 모기가 너무 많아 발을 계속 움직여야 했다... ㅠㅠ)
아는 사람은 아는 동굴 다이빙의 상징 중 하나인 마커들. 주로 가이드라인에 끼워서 출구를 표시한다.


앞장서서 깜깜한 동굴 속을 비추며 나아갈 때는 다이브 마스터 과정의 동해에서 느꼈던 두려움이 다시 생각나기도 하더라. 또, 맨 앞에 서면 전진 속도도 신경 써야 하고, 뒤의 동료들도 신경 써야 해서 내가 다이빙을 하는지 광산을 들어가는 건지 모를 지경이었다.


그래도 Jump(가이드라인이 이어져 있지 않은 다른 경로로 이동하는 것)를 해서 새로운 길을 찾았을 때, 그렇게 좁은 통로로 들어가니 거대한 장관이 눈앞에 펼쳐질 때의 벅찬 경이로움은 그런 두려움을 잡아먹어 버릴 정도였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다 보니 경관도 좀 더 여유롭게 볼 수 있었고, 다큐멘터리에서나 보던 새하얀 가재와 하늘하늘거리는 장님 물고기 등의 동굴 생물을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된 것도 신기했다. (교육 과정에는 카메라를 쓸 수가 없어 찍어둔 것이 없어서 아쉽다.)


이윽고 자연광이 보인다. 커다란 동굴을 한 바퀴 돌아 탐험을 마쳤다.


수면을 올라와 이번 여행의 모든 교육 코스를 마치니 Frank와 Hugo가 환하게 웃으며 축하해 준다. 교육 중에 뭐 잘못하는 게 있으면 계속 지적질하던 강사님들이 이제 교육이 다 끝났으니 본인들도 기쁠 터. 그 심정 나와 노마 강사님도 모르는 바 아니지.


정말 바쁘게 훈련했다. 하루가 줄어 코즈멜도 못 가보고 이슬라 무헤레스도 못 가보고 하물며 세노테 펀다이빙도 거의 못해서 아쉽기 그지없지만, 뭐 언제나 그렇듯 '또 오지 뭐.'라고 미래의 나에게 공수표를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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