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돌로미티가 이 정도 산일 줄은 몰랐네

이탈리아 토스카나 돌로미티 렌트카 여행 - 11/18

by 탱강사

토스카나와는 다른 아침의 느낌이다. 멀리 보이는 언덕 대신 눈 앞에 얕은 산들이 보인다. 8월임에도 싸한 이것이 골짜기의 공기인가? 그렇다고 해도 깨끗한 공기와 파란 하늘은 여전하다. 정말 서울에 사는 우리들에겐 너무나 부러운 하늘 ㅠㅠ


일찌감치 일어나 예쁜 사진 찍으러 나갔다 왔다는 선배 언니들이 말하기를, 이 동네도 너무 예쁘단다. 시간만 있으면 좀 더 머물렀다 가고 싶은 마음이 마구마구 생긴단다. 하지만 역시 우리는 아직은 많은 곳을 찍어야 하는 초보 여행자.


20180815084059_IMG_6315.JPG 키우사의 아침 풍경도 단 몇십 분만 보기에는 아쉬웠다.


아침을 먹으러 나온 식당. 이른 시간인지 우리 밖에 없다. 이 너른 식당은 창문도 없이 바깥과 이어져 있어, 내가 좋아하는 아침 공기를 마시며 느긋하게 앉아 있는 기분을 즐길 수 있다.


20180815_074503.jpg 이 모든 풍경과 햇빛과 공기와 여유로움이 모두 내꺼!
20180815_074705.jpg 아침 식사 메뉴는 호텔 조식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와서 맘에 들었다.


앗! 우리 밖에 없는 줄 알았던 식당에 다른 손님이 있었다. 주황색 줄무늬의 통통한 고양이 한 마리가 텃세를 부리듯 우리 앞을 은근히 훼방 놓으며 다닌다. 약간 심술궂은 듯한 눈빛이 내가 좋아하는 얼굴이군! 음식을 가져다 테이블에 앉아 있으니, 우리가 뭘 먹는지 염탐이라도 하려는 것처럼 연신 테이블 위를 노린다.


LRM_EXPORT_360290847038454_20180918_161539224.jpeg 심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며 어디선가 나타난 고양이
20180815_075406.jpg 우리 밖에 없으니 우리 테이블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다.
IMG_6021.JPG '흠... 이 친구들은 내가 좋아하는 걸 좀 먹으려나...?'
캡처.PNG '그래 그래. 버터 좋지. 버터를 듬뿍 바르라구.'
LRM_EXPORT_360213249463663_20180918_161421627.jpeg '흠... 저 녀석은 뭔데 나랑 비슷하게 생겨서는 내가 있을 자리에 앉아 있는 거지?'
20180815_075422.jpg '너 이 자식! 어쩐지 너 때문에 내가 음식을 못 얻어먹고 있는 것 같은데?'
LRM_EXPORT_360156762657281_20180918_161325140.jpeg '흥! 그래, 너네들끼리 밥 먹으니 좋더냐?'
20180815_085525.jpg 엇? 짐을 들고 나오는데 고양이 녀석이 길목을 막고 서 있다.
IMG_6036.JPG 아침 식사를 안 나눠 줬다고 그러는지 어깃장을 놓고 있다.
20180815_090754.jpg 결국 발에 밀려서 한 구석으로 처박혀 버린 녀석
IMG_3120.JPG 이렇게만 떠나기엔 아쉬웠던 키우사의 풍경




어제 카레자 호수를 다녀오긴 했지만, 제대로(?) 돌로미티 여행은 오늘부터 시작이다. 첫 목적지는 오르티세이 (Ortisei).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갈 거다... 이런 계획은 나는 오늘 들었다. 으레 Sophy가 알아서 다 계획 세워 뒀겠거니 하고... 우리의 여행은 늘 이런 식이었으니까...


하늘은 파랗고 파랗고 또 파랗다. 산 등성이에는 초록의 잔디가 펼쳐져 있고 예쁜 집들이 있는 것이, 과연 "반값에 스위스 풍경"이라는 말이 빈말은 아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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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5101818_IMG_6340.JPG 오늘의 목적지에 가까워 오자 그림엽서 같은 풍경들이 펼쳐졌다.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는 동네가 나타났고, 여기도 ZTL 표지판이 붙어 있어, 출발하기 전에 찾아 둔 근처 주차장을 찾아 주차를 했다.


IMG_3123.MOV_20190714_221032.019.jpg 앞에 오른쪽 위에 빨간 동그라미 표지판이 ZTL 표지판. 이게 보이면 일단 서서 안내를 읽어봐야 하고, 뭔지 모르겠으면 돌아가는 것이 낫다.
IMG_1424.JPG 날씨가 열일하는 오르티세이의 입구
IMG_1425.JPG 우리가 먼저 올라갈 곳은 세체다(Seceda)라는 봉우리이다.


나는 "괜찮다, 이 무슨 오바냐." 그랬지만 Sophy는 계속 "등산화"를 신고 가라 한다. 자기가 찾아본 후기들엔 모두 등산화 얘기가 나온다면서. 어쨌든 챙겨 온 등산화, 아내 말을 들어야 후환이 없다 하니 신고 가 주지. 하면서 꺼내 신은 등산화. 그런데 엇? 이게 뭐야. 겉은 멀쩡한데 아웃솔이 신발에서 떨어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 이런이런... 평소에 신을 일이 없으니 알 도리가 없었지.


결국 내 뜻대로(?) 로퍼를 신고 산을 오르게 생겼는데, 또 그렇게 등산화가 없어지니 뭔가 아쉽다. 케이블카 매표소 아래에 등산용품을 팔던 것 같아 급히 내려가 봤지만, 자전거 용품만 팔고 있고, 등산화를 사려면 올라온 길로 내려가 마을로 가야 한단다. 쳇, 그냥 등산화 없이 가련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왜 있잖은가, 꼭 남들은 뭐 신었나만 눈에 보이는 것을. 올라간 이후 내려올 때까지 딱 한 명 등산화나 트래킹화가 아닌 운동화를 신었더라.


IMG_3138.JPG 개와 같이 온 관광객들을 무척 많이 볼 수 있었다.
20180815101917_IMG_6351.JPG 케이블카를 타기 전에 개에게 입마개를 채우는 것은 일상인 듯했다. 개들도 모두 어찌나 얌전한지.
IMG_1432_.jpg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저 높은 곳이 바로 세체다
LRM_EXPORT_360094256148287_20180918_161222633.jpeg 이 풍경만으로도 감동이었는데 이건 시작이었을 뿐




Summary


키우사(Chiusa)는 잠만 자고 떠나기엔 너무 예쁜 동네였다.


돌로미티는 트래킹 또는 등산에 어울리는 복장을 준비 하자.


고양이는 귀여운 요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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