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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체다, 울산바위보다 멋진데?

이탈리아 토스카나 돌로미티 렌트카 여행 - 12/18

by 탱강사

케이블카를 마지막으로 타 본 기억은 서울 남산이다. "마지막"이라고 해도 불과 몇 년 전, Sophy와 나들이 나갔다가 걸어서는 올라가기 싫어하는 Sophy와 남산 꼭대기의 분위기를 느껴 보려고 기분 삼아 케이블카를 탔었다. 그 이전에 케이블카를 타 본 기억은... 아, 그래, 몇 년 전에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구름을 뚫고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탔었구나. 그 케이블카도 대단했었지. (이전에 탔던 케이블카들이 그저 그랬다는 얘기로 시작하려 했는데 실패네...)


아무튼! 케이블카는 어린 시절에는 동경의 대상이었다가, 머리가 약간 크고 나서는 왠지 구닥다리 냄새나는 옛 유물처럼 폄하했었지만, 나이가 든 후에는 또 그 나름의 정취가 매력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는 이미 풍경도 날씨도 같이 올라가려고 모여 있는 사람들의 무리도 내가 느끼는 매력치에 뽐뿌를 넣어 주는 상황이다.


케이블카 아래로 보이는 풍경이 다르다, 달라. 중간 정류장에서 다시 케이블카를 갈아타고 또 올라간다. 초록만 보이던 풍경을 거대한 바위의 거인들이 채우고 있다. (으아아~~~ 놀라움에 절로 나오는 탄성)


케이블카의 고도가 높아질수록 풍경이 극적으로 달라졌다.


한동안 우리 일행은 말이 없었다. "입이 안 다물어진다.", "할 말을 잃었다." 같은 식상한(줄로만 생각했던) 표현이 왜 나왔는지 몸으로 알게 되는 순간이었다. Sophy가 옆에서 "입은 다물어."라고 얘기해 줘서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올라와서 보자마자 할 말을 잃게 만들었던 세체다의 첫 풍경


8월 중순이 무색하게 쌀쌀한 바람에 급히 챙겨 온 바람막이 재킷을 입었다. 이 널찍한 하늘로 온기가 다 날아가 버린 모양이다. 저어어어어기 멀리 보이는 바위의 봉우리들도 엄청나게 크고 넓은 곳일 텐데. 멀어서 실감이 안 나는 느낌은 그랜드캐년에서 받았던 느낌과 비슷한 듯 다르다. 그랜드캐년은 광활하기만 했지만, 이곳의 풍경은 멀어도 입체적이고 더 근사하다.


별로 안 좋아하지만 인증샷을 안 찍을 수가 없다.
그저 풍경을 보느라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뭔가 뻔하지 않은 사진이라도 찍어 보고 싶었다. (의도치 않은 강아지 까메오)


사람들이 줄지어 가는 길을 따라 열심히 걸어가기도 하고, 언제 또 올지 모르는 아쉬움에 여기저기 사진을 찍으며 꽤 오랜 시간 머물렀다. 하지만 역시 단기 여행자는 다시 내려가야 했다.


내려오는 케이블카에서는 현지에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우리를 보며 신기해하시는 표정을 지었다. (동양인이 많이 보이지 않아서 그런가?) 구글 번역기를 꺼내서 이래저래 대화를 시도해 봤다. (우린 서울에서 온 도시인이니까...) 아니, 근데 이게 뭐야, 구글 번역기가 제대로 번역을 못하잖아? 할아버지, 할머니! 지금은 우리가 말할 차례인데 그렇게 계속 말씀하시면 어떡해요?!


케이블카가 아래에 도착하기 직전까지 우리는 겨우 두 세 마디의 대화를 할 수 있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마구 쏟아대는 이탈리아어의 한 두 꼭지를 겨우 번역기를 통해 알아들을 수 있었다. 대충 이 동네에 사시면서 앞마당처럼 산을 오간다는 말씀. 그리고 너무 좋고 행복한 인생이라는 말씀. 굳이 꼭 번역기를 쓰지 않아도 얼굴에, 표정에, 웃음에 다 나와 있는 그런 얘기들이었다. "저희도 여기가 너무 좋고 여기 와서 행복해요."라고 답했다.


내려가는 풍경도 새롭다. 돌무더기 사이사이에 (사진에도 잘 찾아보면 보이는) 양과 프레리독처럼 생긴 마멋이라고 하는 작은 녀석들이 있었다.


아래에 내려와서 우리 일행은 한 마디씩 했다.

"야, 근데... 우리 토스카나 언제 갔었니?"

돌로미티 여행 반나절 만에 우리 모두 돌로미티의 풍경에 압도되어 감동이 리셋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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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mmary


세체다의 풍경은 압도적이다.


겨울의 풍경은 또 어떨까? 스키장을 운영할 텐데.


규모는 다르지만 울산바위도 충분히 멋진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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