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체다에서 내려와 길을 건넜다. 다른 곳이 한 군데 더 있다고 한다. (나는 그냥 Sophy가 가자는 대로만 따라다니고 있다.) 여기를 부르는 이름은 알페 디 시우시 (Alpe di Siusi).
세체다에서 내려와 알페 디 시우시로 가는 길. 휴양지라 그런지 마을도 예쁘다.
리프트를 타러 다리를 건너간다. 아까보다 더 짙어진 구름.
세체다에서는 곤돌라를 탔는데, 여기는 리프트를 타고 올라갔다. 세체다만큼 높은 곳은 아닌가 보다. 도착해서 리프트를 내렸다.
럴수럴수. 여긴 풍경이 도대체 뭐래나. 세체다에서 넋을 잃었던 풍경이 또 펼쳐져 있는 것이 아닌가. (밑에서는 안 보이는 곳인가?)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세체다의 풍경이 장엄하고 광활하다면, 여기서 보는 풍경은 좀 더 가까이 있는 듯한 느낌이다. 느낌만 그렇다는 거다.
내리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풍경. 이런 곳을 앞마당처럼 올 수 있다니!
또 다른 점은, 세체다 보다는 확실히 낮은 곳이라 마치 동네 사람들이 마실 나온 것 같은 차림으로 온 사람들이 꽤 많다. 근처에 있는 공원에 산책 나온 것처럼 왔는데 이런 풍경이라니! 혹시 이 동네 사람들에게는 "절경"이라는 단어의 뜻이 다르지 않을까?
더욱더 감동적인 것은 옆에 있던 레스토랑이었다. 음식의 맛은 중요치 않아 보였다. 이런 풍경을 보면서 식사를 할 수 있다니. 화보 같은 스위스 알프스의 레스토랑이 부럽지 않다. 우리도 아마 각잡고 사진 찍으면 그런 사진 찍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자리가 좀 안쪽이어서 아쉬웠지만.)
배도 고파 오는데 딱! 눈에 보이는 테라스가 늘어선 레스토랑
이런 풍경에서 식사를 한다. 무엇인들 맛있지 않겠는가!
중요치 않을 거라고 생각했던 음식에게 미안하게도 음식들도 맛이 있었다. 같이 간 Sophy의 선배 언니는 이탈리아에서 꼭 먹어야겠다는 영롱한 주황빛의 Aperol Spritz를 주문했다. 은근히 배가 고팠는지 음식들도 이것저것 많이 시켰다. 다 맛있었다. 여기서 먹는다면 물조절 실패해서 늘 Sophy의 불만을 부르는 라면 두 개를 끓여서 대령해도 괜찮지 않을까?
이것이 Aperol로 만든 Spritz. 환타 비슷하게 생기긴 했는데...
이탈리아의 음식은 맛없기가 정녕 힘든 것인가?
후줄근해 보일지도 모르는 비주얼이지만 맛은 최고
치즈와 햄을 올린 이 동네 음식 "폴렌타"
허기를 채웠으니 남은 유람을 해야겠다. 여기서 다시 리프트를 타고 내려가는 곳이 있다. 걸어서 풍경을 즐기며 산책을 할 수도 있다는데, 시간도, 체력도, 의지도 부족한 우리는 문명의 이기를 저버리지 않기로 했다.
반대편으로 넘어가는 중. 풍경에 더 가까이 가고 있다랄까. 걸어서 가는 사람들도 보인다.
사진으로는 탁 트인 광활함을 표현하기가 어렵다.
리프트가 내려오던 언덕에는 소들이 방목되고 있었다.
아쉽게도 아까까지 조금 보이던 파란 하늘이 사라져 버렸지만, 흐린 하늘은 또 그만의 중후함이 있는 것 같다.
열심히 사진 찍기 놀이를 하다가 유람 여행자의 숙명처럼 리프트를 타고 왔던 길을 다시 올라갔다. 현지인들처럼 여유롭게 머물지 못하는 아쉬움을 부족하나마 작은 기념품으로 달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