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토스카나 돌로미티 렌트카 여행 - 14/18
경치도 볼만큼 보고, 그 아래에서 낭만적인 점심도 먹은 우리는 이제 좀 여유롭게 산길을 드라이브하며 오늘의 숙소로 떠났다.
그런데 이건 뭐, 가다 보면 "여기 너무 멋있어!" 하고 섰다가, 다시 출발한 지 체 몇 분도 안 지나 또 차를 멈추고 경치 구경하고 사진 찍는 일의 반복이다.
하늘의 구름도 어찌나 절묘한지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과 검은 먹구름이 온 경치 위에 걸쳐 있으니 사진 찍는 맛이 난다.
해외 사진에서나 보던 구불구불한 산길이 바로 지금 내가 달리고 있는 길이라는 거잖아? 여기는 또 로맨틱한 중년 부부들이 오토바이를 함께 타고 투어를 하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멀고 광활한 경치만 보이나 싶었는데 언덕에 점점이 있는 게 뭔가 하고 봤더니 소들이다. 소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마음 간절한 선배 언니의 "소! 소! 소! 소!" 하는 외침에 급히 차를 멈춰 길 옆에 세웠다.
시동을 끄고 잠시 내리니 거대한 산이 내는 침묵의 소리에 소의 목에 달린 방울들이 "땡그렁 땡그렁" 존재감을 드러낸다.
숙소 가는 길에 들렀다 갈 수 있는 마지막 포인트라는 "Giau"("지아우")라는 곳에 거의 다 왔다.
나는 그냥 길이 있어서 온 것이다. 그리고 여기가 바로 그곳이겠거니 하고 차를 세우고 내렸다. 그리고 왔던 곳으로 몸을 돌렸다.
아아... 이것은 무엇인가...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실화인가? 이런 경치는 일생에 처음이다. 급기야 나는 나의 지금까지의 인생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걸어왔는지 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지도.
숙소 마을 코르티나 담페초에 도착했다. 과연 돌로미티 여행의 기점이라는 유명세에 걸맞게 많은 숙소들이 있는 동네인 것 같다. 오래된 마을이라 그런지 숙소 건물도 오래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뭐, 아무렴 어떠리. 여기가 이런 곳이니 적응하고, 또 이런 분위기를 즐기는 것이 여행이겠지.
저녁은 무엇을 먹을지 인터넷 검색을 했다. 동네가 어차피 크지 않아, 조금만 걸어 나가면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을만한 식당이 있을 것 같다. 여유롭게 구경이라도 할 겸 가볍게 차려 입고 길을 나섰다. 주변이 다 높은 산이라 그런지 다른 곳보다 해가 빨리 지나보다.
다행히 식당은 아직 영업 중이었고, 그럭저럭 많은 사람들이 식사 중이었다. 여행의 후반 몸도 조금씩 지치고 날도 서늘해서 그런지 보양식이 생각나는데, 그런 음식이 있을까? 나는 별로 내키지 않았지만, 뭘 기대했는지 Sophy가 "해산물 수프"를 주문했다. 흠... 이 산동네에서 웬 해산물을...
메인 요리 중에 가장 먼저 나온 해산물 수프. 오옷?! 이거 냄새가 심상치 않은데? 주문한 Sophy가 한 숟갈 국물 수프를 떠먹더니 눈이 똥그래졌다. 다들 기대의 눈빛을 반짝이며 한 숟갈씩 떠먹었다. 오오! 이것은 해물탕이잖아? 오늘 같은 날에 완전 딱인 음식인걸?!
Summary
인생 풍경 Passo Giau.
기력이 쇠했던 선선한 저녁의 해산물 수프는 해물탕의 다른 이름.
오늘의 드라이빙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