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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치메. 돌로미티의 최고 인기 코스

이탈리아 토스카나 돌로미티 렌트카 여행 - 15/18

by 탱강사

여름이지만 이른 아침의 이 싸한 푸른 공기는 정말 좋다. 이 느낌은 토스카나에서나 돌로미티에서나 내가 일상을 떠나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싸한 이 느낌. 토스카나와는 또 다르다.


여기 호텔은 등산을 가는 사람들에게 간단한 식사를 해주는 정도로 하는 건지 소박하고 별다른 특징이 없다. 경치는 돌로미티가 이겼지만 아침의 낭만은 토스카나가 그립네.


숙소를 나와 떠나는 길. 시간이 그렇게까지 이르진 않았지만 역시 산들 사이라 그런지 날이 덜 밝았다.


오늘의 목적지는 트레치메. 좀 더 정확한 명칭은 트레치메 디 라바레도(Tre Cime di Lavaredo)인데, 우리는 그냥 "삼봉산"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킹스크로스"를 왕십리라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


그런데 이 삼봉산 트레치메는 우리가 찾아본 여행기에도 수도 없이 등장하는 인기 여행지인 데다가, 호텔을 나오면서도 호텔 직원의 "트레치메를 오르려면 꽤 긴 시간을 길 위에서 보내야 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던지라, 과연 어떤 곳인지 궁금증이 더 커졌다.


오늘도 날씨가 열일하는 트레치메 가는 길. "오! 여기가 바로 미주리나 호수(Lago di Misurina)로군?!" 하고 멋진 호수가 눈앞에 나타났지만, 늦으면 늦을수록 트레치메를 올라가기 힘들어질 거라 하여 그냥 지나가는 풍경으로만 보고 말았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호수가 미주리나 호수. 그럼 저 멀리 보이는 것이 트레치메일까?


그렇게 조금 더 가다 보니 왕복 2차선 도로에서 움직이지 않고 서 있는 차의 브레이크등이 우리를 막아 세웠다.


"여기서부터 줄을 서는 건가?"


달래 방법은 없다. 일단 이 길이 우리가 가는 길이 맞고, 분위기로 보자면 우리 앞에 줄지어 있는 차들은 모두 우리와 같은 곳을 향하고 있는 거다.


"그렇다고 해도 트레치메는 어딨는 거야? 저 나무 뒤쪽에 가려져 있는 건가?"


시간이 지나면서 쪼금쪼금씩 움직이는 차들을 따라가니 우리의 시야를 덮고 있던 나무 뒤로 구름을 흰머리처럼 날리고 있는 트레치메가 보이기 시작했다.


'저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옆에는 캠핑카 주차장도 있는데 꽤 넓음에도 거의 꽉 차 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자전거들은 주차를 신경 쓸 필요 없이 그냥 올라갈 수 있는 듯.


저기 보이는 것이 트레치메 맞는 듯!! 여기까지 오는 데도 꽤 시간이 많이 걸렸다.


앞차를 계속 따라가다 보니 주차 통제 요원인듯한 사람이 차를 한 대 한 대 불러 세우며 뭐라뭐라 얘기를 한다. 우리 차례가 되어 들어 보니, 이 위로 들어가면 정상 이외에는 주차장이 없으며, 정상에 올라간다 하더라도 주차 공간이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거다. 그리고, 여기에 주차하면 셔틀버스를 타고 정상에 갈 수 있으니, 선택을 하라는 것이다.


"저 위로는 주차할 자리가 있다는 보장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안내 요원


우리의 오늘 일정은 트레치메에 상당한 시간의 여유를 두고 잡아둬서 그대로 차를 몰고 올라가기로 했다.


이 사람들이 다 버스를 타고 간다는 것인가?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닐 것 같은데?


흠... 근데 꽤 많이 올라가는데 다른 차들은 안 보이잖아?


그러다가 다시 멈춰 있는 앞차를 만났다. 수풀에 가려져서 여기가 어디쯤인지는 모르겠네... 다시 줄 서서 기다렸다.


별 일 없이 잘 오다가 또다시 차들의 줄을 만났다.


와... 정말 오래 걸리네. 그렇게 가다가 보니 이 차들이 오르막길이 아닌 탁 트인 공터로 이어지는 것이 보인다. 응? 이 줄이 정상으로 가는 줄이 아닌가? 트레치메 여행기에서 보기로는, 정상의 주차 공간에 맞게 차를 올려 보내고, 다른 차가 내려오기 전에는 추가로 차를 올려 보내지 않는다 했다.


어이쿠! 이 줄은 또 뭐람.


그래서 그런지 차들의 줄은 움직임이 무지 더뎠다. 어떤 차들에서는 사람들이 내려 걸어가기도 하고, 아예 산으로 걸어 올라가는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이건 흡사 20년 전쯤의 추석 귀성길의 도로 같은 느낌이다.


우리도 슬슬 지겨운 기분이 들고. 브레이크를 밟고 차를 멈추니 엔진이 꺼져 에어컨 바람이 시원해지지 않아 그것 또한 귀찮은 일이 되었다. Sophy의 선배 언니들은 카메라를 들고나가 사진을 찍다 지겨워진 얼굴로 차로 돌아왔다.


주차장처럼 차들이 서 있고 사람들은 차를 내렸다 탔다를 반복했다.


처음 줄 서서 기다린 지 1시간 30분 정도 지난 것 같다. 그제야 우리는 매표소 앞에 다다랐다. 이제는 어쨌든 정상까지 갈 수 있는 거겠지?


드디어 왔다, 왔어!
이게 바로 출입증인가...
이거야 이거... ㅎㅎ
주차권 참 힘들게 뽑았다.


가끔씩 차도를 따라 배낭을 메고 걸어 올라가는 사람들도 있다. 보기만 해도 덥고 지치는구나. 자전거로 올라가는 사람들도 꽤 보이지만, 개중에는 지쳐서 울 것 같은 표정인 사람도 보인다.


앞으로 얼마나 더 올라가야 할지 모르겠는데 이를 어쩌나...


또다시 줄줄이 서 있는 차들이 보이는데, 이 차들은 줄을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분명 주차된 차들이다. 일단 더 올라가 보기로 했다. 차를 댈 만한 공간은 모두 차가 주차되어 있다. 좁은 길을 올라가 봤지만 결국 주차 공간을 찾지 못하고 다시 내려와야 했다.


그러다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곳에 차를 댈 수 있었다. 이제부터는 여유롭게 온전한 자연을 즐기기만 하면 되겠군!


차를 댈 곳을 찾기가 어렵다!
어렵게 차를 대고 나니 눈 앞에 이런 풍경이!
가족들이 놀러 와 사진 찍으며 놀고 있다.
이런 길을 열심히 걸어서... (저 길 끝이 상당히 먼 곳이다.)
뒤를 돌아보니 우리가 출발한 아우론조 산장이 보인다.
지나온 풍경은 이렇다. 사진으로는 저 봉우리들의 거대함이 잘 안 느껴지네.
아래를 보는 풍경도 아름답기는 마찬가지.


우리나라에서의 산과는 좀 다른 모습들이 있었는데, 여기는 개를 데리고 오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공공장소에 개를 데리고 다니는 사회적 룰이 잘 지켜지는 것 같았고, 같이 온 개들도 얌전한 것이 잘 교육된 것 같았다. 그리고 유모차나 지게(? 맞나? 캐리어?)에 아주 어린 아기를 데리고 다니는 아빠들도 많이 보였다.


작은 교회가 보였다.
음? 개를 데리고 오는 사람들은 많던데, 너는?
그냥 갈 수 없어서 찍은 허세샷(?)


40분 정도 걷고 나니, 우리의 오늘의 목적지인 라바레도 산장에 도착했다. 공기는 쌀쌀했지만 살짝 땀도 나고 허기도 진다. 산장에서 뭘 먹을 수 있으면 그러려고 했지만, 사람도 많고 그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혹시나 하고 가져온 납작복숭아랑 체리, 사탕 같은 것들로 가볍게 에너지를 보충했다.


일반적인 경로로 치면 중간 기점인 라바레도 산장
우리는 이거 먹고 돌아가기로 했다.
라바레도 산장 부근의 풍경


원래 트레치메의 진면목은 봉우리를 돌아 여기까지 온 만큼 더 가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그러기에는 우리 일정이 충분치 않았고, 우리의 일행들은 모두 산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그렇게 다시 돌아온 출발지의 아우론조 산장. 여기는 그래도 뭔가를 먹을만하다. 커피와 샌드위치로는 허기를 채우기 쉽지 않아 보이지만, 허세 정도는 채울 수 있겠지.


아우론조 산장의 기념품 가게
더 안으로 들어가니 어마어마한 풍경을 배경으로 식사할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시간이 없어 커피와 샌드위치만으로 허기는 못 채우고 허세라도 채워야지.




Summary


트레치메는 어마어마하게 인기 있는 곳이라 일찍 갈수록 좋다.


제대로 즐기려면 하루 종일 쓴다고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올라만 오면 주차는 어떻게 되기는 하는 것 같다.


산장에서 숙박도 가능한데, 1년 전쯤에는 예약을 해야 한다던가?


여러 겹의 옷과 물, 먹을 것을 준비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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