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토스카나 돌로미티 렌트카 여행 - 16/18
트레치메를 내려오니 이제 이번 여행이 다 끝나간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짧은 시간에 후다닥 돌기는 했어도 웬만큼 볼 건 본 거 같고... 하늘도, 산도, 길도 여전히 멋지고 아름답지만, 이제 오늘 내일이면 끝이라 생각하니 아쉬운 마음이 더 크다.
그래도 Sophy의 여행지 리스트에 마지막 남은 것이 있었으니 아직 방심 실망하긴 이르다.
브라이에스 호수(Lago di Braies)가 우리가 갈 (거의) 마지막 여행지이다.
지형을 보니 산꼭대기에서 녹은 눈이 골짜기를 타고 내려와 만들어진 호수 같은데, 그래서 여름이면 사람이 엄청 많이 오는 곳이라는군.
내비게이션의 안내에 따라 길을 꺾으니 산을 향한 작은 길로 들어선다.
우리나라에서는 골프장이나 가야 볼 수 있을 법한 눈부신 초록색의 들판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설마 골프장인 건 아니겠지)
시간이 좀 더 있었다면 차를 세우고 내려 SNS용 사진을 찍느라 한참 시간을 보냈을지도 모르겠다.
좀 올라가다 보니 트레치메 가는 길에서처럼 또 엄청나 보이는 차들의 줄이 앞을 막았다. 이거 또 얼마나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할지...
다행히도 트레치메만큼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주차장에서도 조금만 돌아보니 이내 주차 자리가 났다. 나쁘지 않군.
선선한 공기가 딱 더운 여름 놀러 오고 싶은 골짜기의 바람이다.
사람들이 향하는 곳을 따라가니, 산의 그늘 아래 호수의 물결이 빛나고 있는 것이 보인다.
그동안 봐 온 풍경들이 너무 웅장했었던 건지, 호수 자체의 풍경은 놀라움보다는 평온함을 주었다.
호수에는 노를 저으며 다닐 수 있는 작은 나룻배들이 있었는데, 살면서 단 한 번도 타 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었는데, 지금은 왠지 꼭 한 번 타 보고 싶다. 뭔가 낭만적이지 않은가? (삼촌 이모들이 꼭 이런 데 와서 이런 거 타려고 하는지 알 것도 같은 기분?)
그런데 아쉽게도 우리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보트를 타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된단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이제는 열심히 뭔가를 하려는 생각보다는 여유를 즐기고 싶어서 가까이 보이는 레스토랑의 테라스에 앉아 음료를 시켜서 먹으며 잠시 앉아있었다.
마지막 날의 숙소로 이동이다.
차가 구불구불한 길을 오르내릴 때마다 햇빛이 산 사이로 보였다 말았다 한다. 언젠가부터는 햇빛은 산 위에 있는 구름에만 불그스름하게 볼 수 있다. 구름이 움직이는 모습이 누군가 솜사탕을 뜯어먹는 것 같은 풍경이다.
내비게이션으로 거의 도착할 즈음이 되자, 거대한 산봉우리의 그늘 아래 자리한 마을이 나타났다.
체크인을 한 후, 우리 일행은 산의 한 벽을 물들인 저 신비로운 붉은빛을 사진에 담으러 나오자고 의견을 모았지만, 방에서 짐을 풀고 나와서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래도 일단 뭘 먹는 게 우선이지 않겠냐는 의견으로 합심했다. 문자 그대로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물론 저녁을 먹기 시작하면 처음에 마음먹었던 그런 사진도 물 건너갈 거라는 건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던 바이다.
이탈리아 여행의 마지막 저녁 식사로구나. 계속 그래 왔지만, 돈을 아끼지 말고 맛있어 보이는 음식은 다 시켜 먹어 보자. 어째서인지 이 너른 식당에는 우리 밖에 없네? 하지만 음식의 평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으니 불안할 필요는 없지. 그리고 이탈리아의 음식이 나를 실망시킨 적은 바티칸에서 밖에 없었으니까. (바티칸이면 이탈리아 아닌 거야?)
번듯하게 생긴 서버가 우리를 맞이해 줬다. 본인도 심심했던지, 아니면 동양인 무리가 새로웠던지 우리에게도 이것저것 말을 붙인다. 이탈리아의 남부 지방이 고향이라는 이 서버는 여기서 일하는 것이 꽤 자랑스러운 듯한 표정이다. 그런데 주문도 잘못 들어가고 서빙도 뭔가 애매한 것이 떠나는 마당의 이탈리아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이 생기게 만들 것 같다.
그래도 역시 마지막 인상은 이탈리아 음식은 맛있다는 거지.
Summary
트레치메와 브라이에스 호수 여행의 드라이빙 영상 (드라이빙 풍경은 전체 여행 중 이 날이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