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탱강사 Aug 19. 2019

이런 헐렁한 강사 지망생 같으니!

프리다이빙-17 | 아유, 아니라니깐 | 2016년 6월

늘 오던 프리다이브 팡라오지만 늘 반갑고 푸근하다. 어차피 올 사람 온 거라 그냥 자주 보던 친구 맞듯이 나를 맞아줬다.


교재를 받고, 오자마자 예습과 주제 발표 자료를 준비해 달라는 숙제도 받았다. 그리고 장비는...


"당연히 빌려서 쓰려구요!" (해맑~ :D)


"네?" 당혹한 표정의 강사님. "본인 장비 안 가져오셨어요?"

따로 얘기를 안 해 주셔서 이전과 똑같이 하려고 수트만 가지고 왔는데요?


강사님 얘기로는 지금까지 본인 장비를 들고 오지 않은 강사 지망생은 처음이라고 한다. 나의 성향이 장비에 그리 목매지 않고 짐 많이 들고 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인 데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줄곧 그렇게 배워와서 개인 장비를 챙겨야겠다는 생각은 안 해 봤다. 그리고 스쿠버 장비들이 충분하여 그걸로 연습을 하면서 천천히 마련할 심산이었는데.


다른 지망생들은 모두 열정의 발로로 개인 장비를 마련해서 온 모양인데, 순진한 나는 그냥 왔으니 강사님이 좀 황당했던 모양. 근데 그게 뭐 문제 될 것이 있는가?


그래도 새로 장만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에 어차피 앞으로도 쓰게 될 거라 마스크와 스노클은 다이브 샵에서 샀고, 핀(오리발)만 엔트리 모델로 빌려 쓰기로 했다.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지 않던가. 첨에는 레벨 낮은 걸로 연습해야 나중에 좋은 장비 쓰면 더 잘하겠지!'


나에게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는 척했던 "다죽이". 하지만 반가웠을 거라는 거 알고 있어




보홀 팡라오의 흔한 아침 풍경
동네 꼬마 녀석들은 배가 누구 것인지 상관하지 않는 것 같다.
아침 식사 시간. 다죽아, 아침밥 치고는 너무 과하지 않겠니?


첫 바다 훈련을 나갔다. 가장 기본적으로 통과해야 할 기준인 수심 40m 다이빙(CWT)부터 시도했다. 그동안 고급 과정까지 오면서도 수심 40m를 찍지 못해서 좌절하는 강사 지망생들을 두어 명 보긴 했었지만, 나에게 40m는 이제 별 장벽은 되지 않는다. 43.4m 1분 46 초의 기록으로 가뿐히 40m 다이빙을 패스!


다음 훈련은 20m 수심에서 1분 동안 머무르다 곤경에 빠진 다이버를 수면까지 건져 올리는 레스큐. 다이버가 예상보다 천천히 상승하는 때를 위한 훈련이다.


하지만 몸이 피곤했던 탓인지 아까부터 코피도 좀 났었고, 내려가면서부터 이미 하기 어렵겠다는 판단이 섰다. 그래서 잠시 머무르다 강사님께 좋지 않다는 신호를 보내고는 바로 올라왔다.


강사님 말씀으론 수면에 올라와서 LMC가 잠깐 온 것 같다는데... 글쎄, 난 잘 모르겠지만 오늘 나의 훈련은 여기까지인 것을 인정. 첫날이니 무리하지 말고 여기까지만 하자.


LMC. Loss of Motor Control의 약자로, "운동신경 조절 장애"로 번역된다. 산소가 부족한 저산소증의 가벼운 증상으로, 잠깐 동안 몸을 가누지 못하는 상태가 되는데, 다이버는 본인이 LMC를 겪은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오후는 이론 수업이다. 두 명의 동기 강사 지망생과 함께 한다. 복습의 의미로 초급 코스의 필기시험을 다시 봤다. 점수는 100점! ㅎㅎㅎ 이거 아무리 강사 지망생이라지만 다시 보는 초급 코스 시험을 또 만점 받는 사람도 흔치 않단다. 내가 또 한다면 이 정도는 한다는 거지.


나의 강사 동기생 두 분과 김동하 트레이너님이 함께 하는 이론 수업
야야, 다죽아. 나 시험 100점 맞았어. 뭐? 재수 없으니 꺼지라고?
저녁 식사로는 멀리 달려 싸고 맛있다는 현지식당을 찾았다. 뭐야? 이거 뭐이리 맛있어?
저녁을 먹고 남은 시간엔 마사지샵 누아타이. 지난번 고급 과정 때 마사지를 안 받아서 그리 힘들었던 것 같아서...


매거진의 이전글 드디어 강사 과정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