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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강사 Sep 15. 2019

프리다이빙 대회에서는 어떤 일이 있는 걸까?

프리다이빙-19 | 첫 프리다이빙 대회 출전기 | 2016년 6월

프리다이빙 대회는 어떤 사람들이 출전하는 걸까? 여러 나라 사람들이 출전하는, 심지어 국제 공식 기록으로도 인정된다는 경기이니 올림픽 같은 수준까지는 몰라도 어느 정도 실력이 증명된 수준급의 선수들이 출전하는 것이 당연할 거라 생각했지. 그런데 이제 막 고급 프리다이버에 발을 들여놓은 우리가 출전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경기에 따라 기준이 달라질 수는 있겠으나, 선수 등록 마감 전까지만, 적당한 수준의 교육을 받고 건강과 안전에 문제만 없다면 누구나 출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선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서로 간의 경쟁이 있는 것도 아니며, 달성해야 할 기록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오직 본인이 정한 본인의 목표만 완수하면 그것으로 성공인 것이 프리다이빙 대회다.


그렇게 마음을 편하게 먹어도 괜찮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그래도 대회는 대회. 아침부터 묘한 긴장감이 있다. 그래서 같이 출전하는 사람 중에서는 아침 식사를 거르는 사람도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신기록에 도전한다는 박정민 선수 역시 연신 큰 웃음을 터뜨리며 긴장을 푸는 모습이었지만, 보이지 않는 비장함이 어딘가에는 있었지 않았을까 싶다.


픽업트럭 뒤에 타고 경기장으로 이동 중(덜컹거리면 엉덩이 아픔). 한국기록 보유자 박정민 선수와 함께.




대회 장소는 교육으로 자주 나갔던 나팔링 지역. 우리가 머무는 곳은 칼리카산 리조트이다.


흐릿한 날씨가 오히려 대회를 하기엔 더 좋을 것 같다. (얼굴도 덜 타고)


멀리 보이는 배들이 경기를 준비 중인 나팔링 해안


대회 출전에서 제일 신경을 써야 할 사항은 경기 시간이다. 각 선수들은 정해진 시간에 심판 앞에 있는 로프에서 경기를 시작해야 한다. 그 전에는 주변에 있는 연습용 로프에서 워밍업을 할 수 있는데, 이것 역시 정해진 순서와 시간이 있기 때문에 혹시라도 시간을 잘못 생각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우리는 출전 선수들 중에서 제일 도전 기록이 낮기 때문에 앞쪽 시간에 배정이 되어 있다. 차라리 빨리 경기를 치르고 편한 마음으로 쉬는 게 낫겠지.


김동하 트레이너님이 여러 가지를 챙겨 주시니 진행에 큰 어려움도 없었다.


대기 장소와 경기장 간의 이동은 노를 저어 간다. 안전과 선수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함이다.


비교적 잔잔한 바다가 첫 대회 경험을 도와주는 것 같다. 우리 강사 지망생 동기생 3명 중에서는 내가 마지막 순서다. 동기생들이 경기를 하는 동안 나는 그 옆 연습용 부이(Buoy)에서 가볍게 몸을 풀었다. 앞선 두 명의 강사 지망생은 가볍게 성공! 나도 별문제 없이 할 수 있겠지. 마음을 가볍게 먹고 금방 갔다 오지, 뭐.


경기장 옆 보트에서 경기 준비 중인 강사 동기생과 김동하 트레이너


경기용 로프에 가면 경기 요원이 공식 기록용 다이브컴퓨터를 손목에 채워준다. 다른 손목에는 랜야드를 채우고 로프와 연결했다.


경기 기록용 다이브컴퓨터를 운영 요원이 채워준다.


나의 첫 시도 수심은 40m. 트레이닝 때 힘들지만 않으면 문제없이 다녀왔던 수심이다. 그래도 역시 대회는 대회. Kimmy 강사님의 경험에 따르면 심장이 목젖까지 튀어나올 것 같은 기분이라던가!


줄을 잡고 스노클로 숨을 쉬면서 몸과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신경 쓰인다. 아침에 먹었던 빵도 왠지 소화가 잘 안 되는 것 같고, 파도가 잔잔한데도 왜 더 잔잔하지 않은지 불만이고, 로프를 잡고 있는 팔에 계속 힘이 들어가는 것도 싫고, 스노클로 숨을 들이쉬어도 배와 가슴이 답답하고. 뭐 그렇다. 내가 느낄 수 있는 모든 감각이 거슬리고 맘에 안 든다.


입수는 정확한 시간에 시작된다. 심판이 "30 seconds", "20 seconds", "10 seconds", 이렇게 가다가 "Five, four, three, two, one, 오피셜 톱(Official Top)!"이라고 얘기하고 다시 "One, two, three, ..." 이렇게 시간을 부르면, 오피셜 톱 이후 몇 초 이내에 입수를 해야 한다.


숨을 쉬던 스노클은 입에서 빼서 옆으로 던지고, (그러면 세이프티 다이버(안전요원)가 스노클을 챙겨 준다.) (지금 보면 뭔가 어정쩡한) 덕 다이빙으로 입수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계속 해 왔던 다이빙. 별 무리는 없다.


하지만 역시 힘든 건 여전하다. 목에서 침이 넘어갔다 올라왔다 하고 숨과 이퀄라이징을 위한 공기는 벌써부터 모자라다. 목표 수심은 생각보다 먼 것 같다. 이쯤이면 수심 알람이 울릴 법도 한데... 혹시 내가 소리를 못 들은 건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다가 목에 차 둔 다이브컴퓨터에서 목표 수심 근접 알람이 울렸다. 손을 로프에 살짝 대고 수심에 도달하기를 기다린다. 손이 로프 끝의 테니스공에 턱! 하고 걸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목표 수심에 매달려 있는 태그를 하나 뜯어 랜야드의 찍찍이에 붙인다.


흔들흔들 춤을 추는 저 네모난 태그를 뜯어 수면까지 가지고 올라오게 된다.


이제 올라가기만 하면 된다. '아이고 힘들어... 도대체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는 거야.'라는 생각을 하며, 내려올 때만큼이나 올라가는 시간도 거리도 먼 기분을 느낀다.


그러다가 위로부터 물이 밝아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수온도 따뜻, 몸도 가벼워지고 참은 숨도 좀 더 편안해 짐을 느낀다. 무엇보다도 눈 앞에 스쿠터를 탄 김동하 트레이너님이 세이프티로 내려와 내 눈 앞에 나타났을 때, 모든 것이 문제없고 편안하다고 생각이 든다.


수면 도달 직전. '아이고, 다 왔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떤 경우엔 블랙아웃(졸도)이 올 수 있는 위험 구간이다.


이제는 핀 킥을 하지 않고 가만히만 있어도 몸이 부웅 떠오른다. 수면에 다 온 거지. 수면에 다다르자 손을 쭉 뻗어 로프를 잡고, '아이고, 뭘 이런 걸...' 하는 표정으로 코에 낀 노즈클립을 빼고, 심판의 눈을 보며 손가락으로는 OK 사인을, 그리고 "I'm OK!"라고 말한다. 


물 위로 솟구쳐 오르는 것도 잘 찍으면 근사하다. (하지만 얼굴까지는...) 이건 파도가 심했던 둘째 날 사진들


그렇게 한 30초 정도를 별 일 없이 잘 버티고 있어야 한다. 그러고 나면 심판이 뭔가를 주섬주섬하다가 내 눈 앞에 척! 보여 주는데, 성공을 표시하는 "White card"이다.


심판의 왼손에 들린 것이 "White card". 모든 프리다이버들이 갈망하는 그것?


옆에서 지켜보던 김동하 트레이너님이 박수를 치며 축하해 준다. '훗, 이 정도야 뭐...' 끝나고 나니 별 일도 아닌 것을 어찌나 맘을 졸인 것인지...


이후로는 더 좋은 기록들의 다이버들이 경기를 하기 때문에 이들 경기를 구경하는 것 역시 가치 있는 일이 된다. 프리다이빙 대회에서는 선수의 경기에 직접적인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면 누구라도 가까이에서 경기를 구경할 수가 있다. 그래서 나처럼 경기가 끝난 다이버들은 카메라를 들고 선수들을 따라가며 동영상을 찍곤 한다. 이런 자유로운 분위기가 다른 어떤 스포츠보다 신선한 느낌을 많이 줬다. 이래서 프리다이빙인가!


경기를 하는 프리다이버 주변으로 갤러리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되는 이 분위기가 정말 근사하다.




경기는 다음날까지 하여 2일에 걸쳐 진행되었다. 비슷한 순서로 진행되고, 전날보다는 조금 더 깊은 수심을 도전하게 된다.


둘째 날은 전날과 달리 쨍쨍한 햇빛에 출렁이는 파도가 경기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스노클로 숨을 쉬며 있는 중에도 계속 파도가 들어 쳐 숨을 쉬기 어렵게 한다.


이런 파도에서는 몸도 마음도 휘청거린다. 보통은 이런 상황에도 괜찮은 여러 가지 장비가 동원된다.


다이빙을 마치고 올라왔을 때 코와 입이 물에 잠기면 페널티를 받게 되는데, 이렇게 파도가 심한 날에는 갑자기 밀려온 파도가 코와 입을 덮치면, 억울한 페널티를 받을 수도 있다.


얼굴 옆의 저 파도가 조금만 더 높이 쳐서 내 얼굴을 덮치면 페널티를 받게 된다.


그래도 나는 전날보다 깊은 45m의 수심을 가뿐히 성공했다.


그렇게 나의 첫 프리다이빙 대회는 무사히 끝났다. 대회 출전 경험이 있는 강사와 없는 강사는 천지차이라는 김동하 트레이너님의 말이 무슨 뜻인지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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