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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강사 Sep 29. 2019

프리다이빙 대회 풍경

프리다이빙-20 | In Memory of Sayuri |2016년 6월

대회를 출전하기 전에는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 같이 참기 어려운 긴장감이 있었지만, 일단 경기를 마치고 나니 맘이 편안해지고 이제야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리 경기가 앞쪽이었던 것이 전체 경기를 즐길 수 있었던 중요한 조건이었을 것이다.


소심한 성격에 비록 선수들 경기 장면을 그렇게 가까이서 찍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저렇게 찍은 사진과 영상들을 모아봤다.


경기 장소 옆에는 다음 출전 선수들이 몸을 풀 수 있는 부이(Buoy)들이 설치되어 있다.
몸을 풀던 선수들은 자신의 순서가 되면 경기 장소로 이동한다.
선수마다 달라지는 목표 수심을 위해 심판이 로프의 기준 지점의 수심을 재서 조정한다.
경기를 준비 중인 우리 강사 동기 팀
경기장으로 이동 중인 나와 보라카이 마르코 강사님
둘째 날의 화창한 날씨와 거친 바다. 모든 선수들이 애를 먹었다.
깊은 수심에서 올려다본 경기장 모습. 이 풍경 정말 맘에 든단 말이지.
경기가 끝나갈 즈음에 나타난 바다뱀. 건드리지만 않으면 전혀 위험하지는 않다.




한국 신기록 수립의 순간

이 경기에서 박정민 선수가 Constant Weight (CWT. 핀을 신고 깊이 잠수를 했다가 올라오는 가장 대표적인 수심 종목)에서 81m로 당시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첫날 77m 수심을 성공하면서 마음을 한결 가벼워했다가, 뒤늦게 심판진에서 목표 수심에서 촬영된 장면으로 애매한 페널티를 주는 바람에 다시 예민해지기는 했지만, 다음날 더 깊은 81m 수심을 가뿐히 성공하면서 한국 신기록을 세웠다.


공식 경기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선수들은 실제 본인의 최고 기록보다는 얕은 수심으로 도전을 하는 편이다. 그리고 프리다이빙의 인기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어서, 세계 기록도, 각 나라의 국가 기록도 공식 경기가 있을 때면 종종 경신이 되곤 한다.


왠지 느낌이 좋아서 애를 써서 찍었던 그 순간의 영상이 괜찮게 나왔다.


박정민 선수의 CWT 81m 한국 신기록 수립 영상 (썸네일이 아쉽네)
성공적인 다이빙을 마치고 회복을 위해 100% 산소로 호흡 중인 박정민 선수




키노시타 사유리 (Kinoshita Sayuri. 木下紗佑里, 1988-12-31 ~ 2019-07-15)



이번 대회에는 프리다이빙 계의 유명인인 키노시타 사유리가 출전했다. 프리다이빙의 여제인 러시아의 나탈리아 몰차노바의 기록을 처음 깬 프리다이버이며, 핀을 신지 않고 심해 다이빙을 하는 Free Immersion (FIM)과 Constant Weight No-fin (CNF) 두 개의 종목에서 세계 기록을 수립한 여성 프리다이버의 탑을 달리던 선수다. (2019년 현재 FIM 기록은 여전히 사유리 선수의 기록이며, CNF 기록은 2018년에 이탈리아의 알레시아 체치니 선수에 의해 1m 경신되었다.)


사유리 선수는 프리다이브 팡라오를 자주 방문해서 여기 강사님들과는 친하게 지냈었다.


세계 챔피언인 그녀가 경기에 출전했으니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었다.


비록 이 경기에서는 인상적인 기록을 내지는 못했지만, 항상 웃는 모습으로 아이들을 좋아하고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던 그녀였다.


2019년 7월에 그녀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비록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다시 그녀를 볼 수 없다는 안타까움에, 이 경기에서 찍었던 영상들 중에 그녀의 워밍업 장면을 찾아봤다.


키노시타 사유리 선수의 몸풀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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