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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강사 Nov 11. 2019

난파선 다이빙이라는 새로운 세계

다이빙 여행 | 난파선 다이빙의 천국, 축 - 2

축의 난파선 다이빙은 지금까지 경험했던 산호초 중심의 다이빙과는 다른 특별한 환경이기 때문에, 축으로의 다이빙 여행이 결정된 이후 이에 대한 준비를 미리 했었다.


바다 밑에 가라앉아 있는 난파선 내부를 천천히, 그리고 충분히 안전하게 돌아보기 위해서는 나이트록스(Nitrox) 다이빙이 필요하다. 나이트록스 다이빙이란, 우리가 숨 쉬는 일반 공기를 채운 공기탱크 대신에 질소 농도를 낮추고 산소 농도를 높인 인위적으로 혼합한 기체를 쓰는 것을 말한다.


Nitrox란?

EAN(Enreached Air)이라고도 불린다. Nitrox를 쓰는 이유는 감압병(우리가 흔히 "잠수병"이라고 알고 있는)의 위험을 낮추고 물속에서 좀 더 오래 머물기 위함이다.

물속의 고압 환경에서 숨을 쉬면, 불활성 기체인 질소는 호흡에 사용되지 않은 체로 체내에 녹아들어 가는데, 이 상태로 안전 범위를 넘어 물 위로 올라오면 체내에 녹아있던 질소가 기포화되면서 발생하는 것이 감압병이다.

나이트록스는 일반 공기의 79%를 차지하는 질소의 농도를 낮추고, 대신 산소의 농도를 높여 인위적으로 혼합한 기체이다. 그래서 나이트록스 다이빙에서는 감압병 위험이 없는 안전 범위가 훨씬 넓어지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잘못 사용하는 경우 위험이 있기 때문에 나이트록스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꼭 정규 교육 과정을 수료해야 한다.


나이트록스 다이빙은 이론 교육만으로도 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미리 서울에서 수료를 해 두었다.


축의 바다에서는 노마 강사님과 Deep Diver Specialty 코스를 진행하기로 했다. Deep diving은 Advanced Openwater 코스에서 한 꼭지로 다루지만, 하나의 독립적인 Specialty로서 심화 과정 코스를 한다.


난파선들이 바닥에 가라앉아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다이빙 시간을 깊은 수심으로 다녀야 한다. 나이트록스도, Deep diving도 난파선 다이빙을 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다이빙 기술인 것이다. 한편, 같이 온 일행 중에는 아예 더 고급 과정인 TEC diving(Technical diving을 줄여서 말하는 용어이며, 수심 40m 이상의 심해 다이빙을 위한 고급 다이빙을 말한다.) 교육을 하더라.




본격적인 난파선 다이빙을 하기 전에 체크 다이빙과 Deep diving 교육을 한 다음, 세 번째 다이빙에서 처음으로 난파선 내부 탐험에 들어갔다.


우리가 처음 들어간 배의 이름은 헤이안 마루(Heian Maru. 平安丸). 일본의 상선이자 보급선으로, 배의 길이는 160m에 이르는 큰 배다. 크기가 너무 커서 배 전체를 다 돌아보려면 숙련자라도 4번은 다이빙을 해야 한다고 한다.


HEIAN MARU(平安丸)라는 이름이 써진 배의 외관


입수를 하고 바닥을 보며 수심을 더해가자, 흐릿하게 어두운 부분이 점점 윤곽을 드러냈는데, 그것이 큰 배가 바닥에 누워있는 것임을 알았을 때 이미 내 시야는 모두 배로 덮여 있었다. 비록 오랜 세월 녹슬고 수중생물에 뒤덮여 있지만, 그 큰 배를 공중에 떠서 보니, 마치 내가 갈매기가 되어 내려다보는 것 같다.


처음엔 건너편이 뚫려 보이는 갑판 주위를 돌아다녔다. 어느 순간, 더블 탱크를 맨 우리의 가이드가 배 내부로 들어가는 검은 구멍으로 머리부터 시작해서 핀까지 사라졌다. 가이드가 사라진 검은 구멍을 보니, 두려움과 호기심이 줄다리기를 했다. 그런 생각이 잠깐 드는 순간, 역시나 검은 배경 속으로 사라져 가는 Angela 강사님을 보니, 두려움은 잊은 채, 레밍처럼 그 뒤를 따라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바깥과 연결된 배의 복도
위쪽은 뚫려 있지만 옆으로는 좁아서 다이빙은 조심스러워진다.
선체가 완전히 관통된 구멍이 있기도 해서 여기를 통과할 수도 있다.


다이빙 시작 전에 약속한 대로, 사진을 찍을 Angela 강사님부터, 그다음이 나, 그리고 아내 Sophy가 내 뒤를 따랐다.


이렇게 순서를 정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난파선 안의 바닥은 먼지 또는 진흙(Silt라고 부른다.)이 잔뜩 쌓여 있는데, 핀 킥을 약간만 잘못해도 이 먼지가 일어나면서 온 시야를 가리게 되고, 이는 금방 가라앉지 않는다. 깨끗한 시야에서 사진을 찍어야 하는 최고의 실력자가 맨 앞에 가고, 아직 다이빙 실력이 확실하지 않은 다이버가 맨 뒤로 와야 그나마 난파선 내부의 환경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좁은 구멍으로 쏘-옥 하고 들어가는 건 다이빙을 한 이후 처음 해 보는 시도


마치 페이크 다큐 공포 영화 블레어위치의 장면처럼, 혹은 시작한 지 5분 만에 무서워서 꺼 버렸던 FPS 게임 Doom3의 화면처럼, 온통 검은 배경 중간에 하얗게 밝은 조명이 비친 곳만 볼 수 있는 암흑의 세계로 들어왔다.


어둠 속으로 들어가면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이렇게 말하면 공포스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순간 나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다이빙의 세계를 발견한 경이로움으로, 머릿속에도 마음속에도 공포 같은 것이 남아 있을 자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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