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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강사 Nov 25. 2019

심해 유령의 간접 경험?

다이빙 여행 | 난파선 다이빙의 천국, 축 - 3

"난파선 다이빙"이라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투바타하에서도 잔해만 남은 모양이었지만 커다란 철판들이 줄지어 있는 곳을 둘러봤고, 동해에서도 폐어선을 가라앉혀 다이브 포인트로 만들어둔 곳이 있다. 하지만 그런 난파선과 내가 지금 들어온 이 난파선은 영 차원이 다른 곳이다.


난파선의 잔해 더미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시밀란의 분성 난파선
투바타하에서도 봤지만 역시 여기도 잔해 정도


예전에 본 다큐멘터리가 떠올랐다. "Ghosts of the Abyss(심연의 유령)"라는 제목인데,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영화 타이타닉을 찍기 위해 직접 탐사하며 찍은 실제 타이타닉호의 탐험 영상이다. 그 화면에서 보던 낡고 오래된 으스스한 배의 모습을 나는 보고 있는 것이다.


4천 미터 심해에 잠들어 있는 타이타닉호의 실제 모습이 나온 다큐멘터리
우리가 탐험할 배는 옆으로 누워 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실제의 타이타닉을 탐험하고 싶어서 영화를 구실 삼았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인데, 배 속을 탐험하고 있자니, 카메론 감독의 심정이 이해가 될 것도 같다.




난파선 다이빙은 상상하던 것보다 훨씬 위험하고 조심스럽다. 매우 좁은 통로를 아주 얌전히 지나다닐 수 있어야 한다. 옆에는 낡고 녹슬어 날카롭기까지 한 파이프와 난간들이 즐비하다. 바닥은 먼지로 뒤덮여, 조금만 잘못 건드리거나 핀을 크게 움직이면 온통 먼지가 일어난다. 그런 좁은 통로를 오가면 길 잃어버리기는 예사일 것 같다. 우리는 가이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바짝 따라다녔지만, 가끔은 눈 앞에서 사라지기도, 또 가이드의 불빛을 찾아도 따라갈 길이 어딘지 찾는 데 애를 먹기도 한다.


배를 타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결코 사람이 편히 다니고 머물 수 있도록 만들어진 구조물이 아님을. 작은 어선은 물론이거니와, 여객선이나 유람선을 타더라도, 좁은 통로와 가파른 계단들 투성이며, 배의 아래쪽으로 내려갈수록 피해 다녀야 할 복잡한 설비가 한가득이다. 그런 배가 50년을 물속에 있었으니 우리한테 호락호락 길을 내줄 리가 없다.


그렇게 신경을 곤두 세우며 조심스럽게 따라다니는 다이빙을 하다가 보니, 몇 번 이후로는 그래도 조금 익숙해졌다. 그제야 여기가 사람들이 지나다니던 배 안이라는 것을 바라볼 여유가 생겼다.


난파선 내부를 다니면서 신기한 광경이 많았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오히려 어쩌면 평범한 것이다. 사람들이 걸어서 다녔을 계단과 복도, 갑판, 방 이런 것들을 내가 둥둥 떠다니며 본다는 점이다. 계단을 오르면서도 나는 이 위를 마치 날아다니듯 다닌다. 그러고 보니 내가 오히려 심연의 유령이 되어 이 배를 떠돌아다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도 지하철을 타면서, 회사 사무실을 다니면서 이 위를 떠다니는 상상을 해 보면 이제는 훨씬 그 느낌을 생생히 알게 된 것이다.


배 안에서 바라보는 바깥의 빛이 들어오는 창가의 풍경
머리 위가 막혀있지만, 난파선 내부에 비하면 이 정도는 매우 쉬운 환경
어디에 쓰는지도 모르는 좁은 파이프 사이를 건드리지 않고 지나가야 한다. 그나마 여기는 밝기나 하지.
대부분의 난파선 내부 촬영 영상은 그냥 보면 뭔지 모르는 깜깜한 장면들의 연속이다.
희미하게 바깥의 빛이 들어오면 꽤 밝고 넓은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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