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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강사 Dec 23. 2019

다이빙을 하지 않을 때의 축

다이빙 여행 | 난파선 다이빙의 천국, 축 - 5

축이란 곳이 난파선 다이빙으로 유명한 곳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것뿐이었다. 지금까지 다녀본 곳 중에서도 가장 외진 곳이다.

지리적 특징으로 전쟁 중에는 중요한 곳이었겠지만, 지금의 모습으로는 사람의 손길을 덜 탄 것 같은 모습이다. 낭만적으로 표현하자면 자연의 풍광이 때 묻지 않은 곳.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발전이 되지 않은 낙후된 곳이다.


서울이랑은 2,605km 떨어졌다는데, 다른 동네들에 비하면 가까운 편이네.
비온 후에 무지개가 예쁘게 떴다.




다이빙이 끝난 저녁에 마실 삼아, 차 타고 오던 길에 봐 뒀던 창고형 마트 구경을 갔다.

우리가 묵은 리조트 앞길도 다른 길과 마찬가지로 포장이 되지 않은 거친 땅에, 패인 곳도 많아, 차가 오면 튀기는 흙탕물을 피해야 한다.


곳곳에 물웅덩이에, 괴죄죄한 동네개들이 왈왈거리며 돌아다니는 모습은 정겨움을 넘어 기괴한 분위기마저 풍긴다. ㅎㅎㅎ


이 창고형 매장은, ... 그냥 창고잖아? 넓기는 넓은데 물건들은 정말 볼품없는 것들만 잔뜩이다. 이런 곳이라도 현지에서 나온 특이한 것들이 한두 개쯤 보이는데, 그런 것조차도 없다.

그래도 "Shopping mall"이면 뭔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이게 뭐야?
이곳 주민들에겐 생필품을 살 수 있는 곳이지만 관광객인 우리에겐 많이 아쉽구나.


아쉬운 마음으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보니, 어라? 한글로 쓴 간판이 보인다. 작은 가게인데, 한인마트 같은 곳이다. 오오. 이런 곳에도 한국인들이 터를 잡고 있나 보구나. 생각보다 가격도 저렴하네. 라며 우리끼리 얘기를 하고 있으니 가게 주인 양반이 "한국인이세요? 한국인 정말 보기 어려운 곳인데..."라며 놀랜다. 읭? 그런 거였어? 가격은 왜 이리 싼 건지 물어보니, 그렇지 않으면 물건이 팔리지 않는단다.

동네 근처에는 달리 갈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그냥 빈 손으로 돌아왔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날. 비행기를 타기 전이라 다이빙은 하지 않고 하릴없이 리조트를 떠돌고 있자니, 커다란 크루즈선이 들어와 있는 것이 보인다. 거기서 쏟아져 나온 듯한 거대한 덩치의 노인들이 다이브 숍으로 몰려왔다.

이곳에서 볼 수 있는 제일 큰 인공 구조물이 나타났다.
걸어오는 걸 보고 있기도 힘겨운 노인들이 이곳에 온 이유는...


지팡이를 짚은 노인, 보행기를 끌고 다니는 노인 휠체어에 앉은 노인 등. 얘기를 듣자 하니, 미국 서부에서부터 하와이를 거쳐 온 크루즈 선이란다. 그 먼 길을 온 노인들이 여기는 또 어인 일인가 물으니, 다이빙을 하러 온 거라고. 아니, 제대로 걷기도 힘들어 보이는데 다이빙? 그런데 또 물에만 들어가시면 제세상 만난 듯 날아다니신단다. 그게 또 다이빙의 매력이긴 하지.




돌아가는 공항. 이곳의 공항은 규모가 작은 것은 여느 동남아의 작은 동네와 다르지 않은데, 덧붙여 (좋게 말해) 사람 냄새가 물씬 난다. 공항 이름은 번듯하고 깨끗하게 만들어져 있는데, 그 앞에는 마치 일일장터처럼 야채장수 아주머니들이 늘어서 있다. 아마도 FSM (미크로네시아 연방) 사람들이 왕래하는 곳이니, 우리의 시골 시외버스 터미널과 비슷한 개념의 장소인 듯하다.

"International Airport"라는 이름과 앞 풍경은 이질적이다.


공항 출국 심사나 보안 검색도 다른 나라의 경직된 분위기와는 많이 다르다. 보안 검색 직원이 웃으면서 친절한 것도 나쁘지 않았지만, 마치 손님을 대하듯 가방 검사도 엄청 조심스럽게 한다. 이 사람들에게는 우리가 흔치 않은 외지인이라 그런 걸까?


큰 도시의 공항과는 너무 달라 오히려 당혹스러웠던 보안검색대
그냥 시외버스 터미널 분위기의 공항 내부




다이빙 강사라는 큰 목표를 달성하고 나서는 공허함 같은 것이 잠시 느껴졌었는데, 이번 난파선 다이빙 여행은 그런 기분을 말끔히 해소해 줬다.

다른 때도 그랬지만, 난파선 다이빙은 사진과는 다른 현장감이 유난히 컸다. 그도 그럴 것이, 풍경을 보는 것과는 달리 어둡고 좁은 틈 새를 비집고 떠다니는 그 기분을 사진에서는 도저히 뽑아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한동안은, 또는 영원히 이곳에서의 다이빙의 기억은 놀랍고도 유일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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