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 여행 | 코코스 아일랜드 - 2
대학 졸업 이후로는 처음 떠나는 1주일보다 긴 여행. 짐을 싸면서 준비를 하면서도 불분명한 불안감이 느껴졌고, 떠나는 전날은 수수께끼 같은 이상한 꿈을 꾸며 제대로 자지도 못했다. 집을 나서는 아침의 부산함을 줄이려 모든 짐을 미리 싸 두었음에도, 정작 공항버스 정류장에 와서야 핸드폰을 두고 온 것을 깨달을 정도로 어색한 긴장감이 떠나지 않았다.
공항으로 가는 버스에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이 설렘이라고만 할 수 없는 애매한 기분의 이유가 무엇일지. 휴가 기간이 길어서만은 아닌 것 같다. 아마도 코코스라는, 가늠이 안 되는 곳으로 "모험"을 떠나는 것으로 생각해서 그런 것 같다.
우리 일행은 거의 모두 나보다 한참 나이가 많으신데, 나름 일찍 온다고 왔음에도 다른 분들이 먼저 공항에 도착해 계셨다.
가는 길은 무척 멀다. 첫 비행기를 타는 시간이 14시간. 그리고 7시간 후에 다시 비행기를 탈 예정이다.
경유지인 애틀란타에서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코카콜라 본사와 CNN 본사를 잠시 구경했다. 요기를 하려 들른 식당은 식사 시간이 지나 스낵 정도만 주문이 가능 하대 놓고 내 온 건 한 바가지. 역시 미국은 다 크군. (콜라도 피처 크기의 글라스에 담아준다.)
애틀란타에서 코스타리카의 산호세로 가는 비행기를 탄다. 산호세라면 미국 실리콘밸리만 알았지, 코스타리카의 수도 이름도 산호세인 줄을 언제 왜 알겠는가.
코스타리카의 산호세에 도착하니 깜깜한 저녁이다. 비는 부슬부슬 오고 있고, 도통 어떤 동네인지 모르는 곳이라 감이 안 잡힌다. 픽업을 나온 버스를 타고 오늘 밤의 숙소로 갔다.
드디어 호텔에 도착. 뭔가 문명적인 보호 아래 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아무리 코스타리카가 나에게 미지의 세계였다지만, 나는 아마도 오지 탐험 같은 상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피곤하고 시간도 늦었지만, 이 피로를 보상해 줄 음식을 먹어야겠다는 어르신들의 바람에 호텔 근처에 늦게까지 문을 연 식당을 찾았다.
중미스러운 음식과 부드럽고 시원한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나니 그제야 집을 나설 때부터 떠나지 않았던 불안감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다음날 아침 우리는 아직 남아있는 여정을 떠나야 했다. 전날 저녁 로비에 쌓아두기만 했던 짐들을 버스에 싣고 다시 어디론가 움직였다.
처음 보는 낮의 코스타리카. 숲으로 둘러싸인 길을 달리는 동안, 현지 가이드가 코스타리카에 대해 설명을 해 주었다. 화산과 새, 나비가 가득한 원초의 세계. 다른 한편으론 미래 인류를 위한 기술의 권위자가 공존하는 나라다. (플라즈마 엔진이라는, SF 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기술의 권위자가 코스타리카 출신이라고 한다.)
숲을 지나 바다가 잠시 보이나 싶더니, 소박하고 야트막한 건물들이 줄지어 있는 작은 항구 도시로 접어들었다. 꼭 화물 하적장처럼 보이는 공터로 들어서고 곧 버스가 멈추자,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 여럿이 오더니 우리를 환영했다. 우리가 일주일 남짓 머무를 리브어보드 배의 승무원들이었다.
드디어 도착했다. 집을 나선 시간이 새벽 6시. 배에 도착한 시간이 아침 9시. 시차가 15시간이니, 38시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우리가 원래 타기로 했던 배가 공교롭게도 문제가 생겨 다른 배를 탔는데, 조금 더 작고 오래된 배라 아쉽다.
소박하게나마 웰컴 드링크도 마시고, 방도 찾아 짐도 풀고, 하나씩 하나씩 다이빙 장비들을 정리하고 보니 이제야 미지의 세계가 목전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제, 이 배를 타고, 36시간만 가면 바로 그 코코스 섬이라고 한다. 36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