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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강사 Aug 17. 2020

물속의 구름

시밀란 리브어보드 - 2

잠자리에서 눈을 뜨면, 첫날이든 아니든 항상 눈을 비비며 밖으로 나와 배가 어디에 머물러 있는지, 오늘의 날씨는 어떤지 본다. 바로 앞에 보이는 섬의 지형이 아주 근사하다. 이 지형은 물속에까지 이어져 있는 것을 다이빙 하면서 볼 수 있었다.


아침의 붉은빛을 받고 있는 바위산의 섬


어떤 다이빙 여행에서든 첫 다이빙은 궁금증과 기대로 설렌다. 다이빙을 시작하기 전에 이 곳에서는 어떤 생물들을 볼 수 있는지, 무엇을 기대할 만 한지 브리핑을 해 준다. 브리핑에서 얘기하는 것은 대체로 기대할 수 있는 최대치이다. 그래서 브리핑은 기대를 높여주기는 하지만, 너무 믿었다가는 실망이 커질 수도 있으니, 담백하게 정보로만 참고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다이빙 브리핑 중이신 블루다이브 센터의 이민정 강사님


시밀란에서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Glassfish. 섬 지형 주위에 안개처럼 뿌옇게 퍼져있는 것이 glassfish의 무리이다. 번잡하게 움직이지는 않는데, 다이버가 다가가거나, 조금 큰 포식자 물고기들이 지나가면 그 주위로 홍해가 갈라지듯이 움직이는 것이 근사하다.


글래스피쉬가 구름을 만들어 에워싼 바위
니모(흰동가리)가 유난히 예쁜 색깔을 뽐내고 있다. 하지만 가까이 가면 꽤 사나운 반응을 보이니 조심.
산뜻한 녹색의 보들보들한 느낌의 수초 밭. 마치 어항 속을 헤엄치는 느낌
조용히 다가가면 글래스피쉬 구름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예쁜 산호 속에 물구나무 서 있는 Ornate ghost pipefish. 


아침에 보았던 거대한 바위들이 물밑에까지 이어져 있는 것이, 마치 고대의 요새가 물에 잠겨 있는 것 같은 풍경을 만들고 있다.


마치 성벽이나 거대한 난파선을 보는 듯한 물속의 바위산
바닥에 숨어있는 넙치. 왼쪽에 똥그란 눈 한쌍도 보인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면 푸더덕하며 도망가는데, 그렇게까지 방해하고 싶진 않아.
쉴 때는 그냥 데크에 앉아서 먹기도 하고 로그북을 쓰거나 그리기도 하고 사진 찍은 거 리뷰도 하고 물고기 책도 보고 그런다.
군것질로 계속 먹던 과자. "이거 뭔데 이렇게 계속 들어가는 거지?" 파인애플잼 과자라는데, 지금은 우리나라에도 들어왔다. 근데 그때 먹었던 그 느낌은 아니야...
일일 투어 나온 배들과 주황색 구명조끼 입은 스노클러들. '안타까운 중생들이여...'
나이트 다이빙에서 만난 물뱀. "우리 물뱀은 안 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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