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밀란 리브어보드 - 3
시밀란의 하이라이트는 리셀리우 락(Richelieu Rock)이라고 불리는 포인트이다. 바로 전 다이빙 투어의 이곳에서 고래상어가 나와서 한 시간 동안 놀다 갔다는 페이스북 포스팅을 보고 온 터라, 기대감을 꾹꾹 눌러 담으며 티를 내지 않으려 애썼다.
역시 명성에 걸맞게 많은 배들이 와 있었고, 다이버들을 컨베이어 벨트처럼 바닷속으로 보내고 있었다.
약간의 조류와 뿌연 시야, 가이드는 일찌감치 깊은 수심으로 우리를 데리고 내려가서는, 무언가 작은 것을 찾아다니는 듯했다. 아마도 할리퀸 쉬림프를 찾으려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결국 허탕을 치고 수심을 조금씩 얕은 곳으로 옮겼다.
연산호가 많아 제주도 느낌도 좀 나고, Boxfish, Yellow snapper, Lionfish 등이 많이 보인다. 하지만 고래상어 소식은 듣지 못한 체로 배로 복귀.
유명 포인트는 두 번 이상 다니는 경우가 많다. 다시 들어간 리셀리우 락은 시야가 더 안 좋았다. ㅠㅠ 우리 가이드는 아까부터 신나게 역조류를 타면서 대수심으로 내려간다. 도대체 뭘 찾으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놀러 온 다이버들에게 역조류 전진은 달갑지 않은 선택이었고, 그나마도 아무런 소득을 얻지 못했다. 이번에도 결국 제주도스런 풍경까지만 열심히 보고 나왔다.
리셀리우 락 세 번째 도전! 가이드에 대한 불신이 쌓이던 우리 팀은 자력갱생 모드로 들어갔다. 그래서 발견한 것들이 문어와 갑오징어들. 색깔과 피부 질감을 순식간에 바꾸는 모습을 눈앞에서 직접 보면 이 녀석들은 정말로 외계 생물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진지하게 든다.
Yellow snapper가 잔뜩 모여 있는 곳이 있는데, 여기는 지형도 아담하고 평화로운 것이, 다이버들도 모두 힐링하러 온 듯이 가만히 머무르면서 멍때리곤 한다.
고래상어도 못 보고, 시야도 뿌얘서 좀 아쉬웠지만, 시밀란의 아기자기한 하이라이트를 여유롭게 본 것으로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마지막 다이빙은 항구 근처의 Boonsung wreck. 커다란 Honeycomb moray eel이 이곳을 대표하는 터줏대감인 것 같다.
가이드는 초보 다이버에 맞춰 천천히 움직였지만, 주변에는 소란스런 다른 팀 다이버들이 잔뜩 몰려들어, 답답한 마음에 조금 앞서 가서 돌아다녔다. 황량한 모래 바닥 위에 배 하나 있는 지형인데, 조류도 꽤 있는 데다 시야도 좋지 않아서, 내가 온 길을 돌아보니 동료들이 보이지 않는다. 동료들을 찾다가 수면으로 안전하게 상승하는 건 별 문제가 아닌데, 다이빙 내내 공기가 모자라 내 공기를 나눠줬던 버디가 걱정이 되기도 하는데. 정작 배에 올라오니 가이드가 나 잃어버린 걸로 엄청 걱정했다고 한다. '아, 내가 강사인 거 가이드 친구가 모르고 있었나?'
시밀란에 대한 궁금증이 어느 정도 풀리기는 했지만, 아쉬움이 더 커져버린 다이빙 투어가 끝나버렸다.
배에서 내린 후 푸켓에서 하루를 보낸다. 다이빙 여행 후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는 하루 정도 쉬어줘야 하니까. 그 김에 푸켓 관광지 휴양도 즐길 겸.
다이빙에 집중하는 여행이지만 마무리 계획도 잘 짜서 다녀야 여행의 기쁨이 배가된다.
우리나라 여행객들에게 "푸켓"이라고 하면, 많이 가는 곳은 빠통(Patong) 비치이다. 여기는 대형 쇼핑몰도 있고, 한국 관광객들을 위한 식당, 유흥, 편의 시설들이 많다. 하지만 우리가 선택한 숙소는 까따(Kata) 비치. 이곳은 서양인들이 선호하는 곳인데, 젊은 한국 여행객들에게는 이쪽이 훨씬 취향에 맞는 곳이다.
그렇게 뜨겁고 찬란한 남국의 햇빛을 쬐고 돌아오니 서울 기온이 영하 7도? 3월 날씨 맞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