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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강사 Jul 12. 2017

제주도 다이빙

스쿠버다이빙-23 | 국내에서 첫 다이빙 | 2010년 10월

스쿠버다이빙이라는 근사한 취미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아직은 거리가 있는 활동인가 보다. 이 재미난 얘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어도 그닥 공감하는 반응을 보이지 않으니 얘기하는 재미가 없다. 그래도 누구라도 이 마음 알아주는 이가 있을까 싶어 회사에서도 휴게실에서 잡담을 나눌 때면 지난 여행 얘기를 꺼내곤 했다. 그러던 와중에 누군가가 얘기하기를, 우리와 같이 일하는 A 형님이 무려 스쿠버다이빙 강사라 하신다. 이럴 수가! 코 앞에 다이빙 강사가 있었는데 그것도 몰랐다니.


A 형님은 쿨(?)한 성격과 다재다능함으로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유명한 사람이다. 스쿠버다이빙 강사도 그 많은 재주들 중에 하나일 뿐인 정도? 최근의 나의 폭발하는 다이빙에 대한 열정으로 A 형님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 그러면 언제 한 번 가볍게 제주도나 한 번 다녀오자고 한다. 제주도라? 그러고 보니 난 왜 늘 외국만 생각했던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니 제주도라는 곳이 사뭇 미지의 세계인 것처럼 궁금증과 호기심이 솟아난다. 


국내인만큼 여행에 필요한 시간은 적게 드는 편이다. 본전 생각에 일정을 길게 잡지도 않고 순수하게 다이빙에만 맞춰서 일정을 잡으면 주말이면 충분하다. 그래도 비행기를 타야 하기 때문에 마지막 다이빙 후 비행기를 타기까지는 다이빙이 아닌 제주도 여행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게 무슨 문제겠나, 제주도인데.


스쿠버다이빙을 하고 나면 몸속에 질소 등의 공기가 녹아드는데, 이를 천천히, 안전하게 배출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비행기를 타면 기압이 낮아져 공기의 배출이 필요 이상으로 빨라지는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스쿠버다이빙을 마치면 일정 시간 (12-18시간 정도) 비행기를 타지 못한다.


처음 와 본 국내 다이빙의 풍경은 열대 바다에서 하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먼저, 여행이라는 느낌이 별로 안 들었다. 제주도라 하면 분명 언제라도 아름답고 평온한 여행지일 텐데, 그동안 다녀온 "다이빙 여행"이라는 것의 기대 때문인지, 적당하기만 한 햇살도, 익숙한 듯한 숙소와 주변 풍경도 태국이나 필리핀을 갔을 때만큼 기분을 들뜨게 만들지는 않았다.


다이빙 준비도 그랬다. 외국으로의 여행에서는 들뜬 마음에 이국적인 주위도 둘러보고 웰컴 드링크로 망고를 갈아 만든 주스도 마시며 일단 해방감부터 맛보는 게 먼저인데, 제주도에서는 다이브 샵에 도착하자마자 장비부터 챙겼다. 다이브 샵 사장님과, 함께 간 A 형님이 이거 이거 쓰면 될 거라고 장비를 챙겨 내게 안겨 주는데, 이건 여행보다는 마치 작업장에서 도구를 배급받는 느낌? 분명 익숙하지는 않은 어색한 기분이었지만,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A 형님의 장비 준비를 곁눈질로 보며 나도 준비를 했다. 


동남아와 다른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다이빙하러 가는 길도 다르다. 그곳에서는 눈 앞에 바다가 펼쳐져 있고 보트를 타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한껏 기분을 냈지만, 여기서는 바다가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수트를 입고는 소형버스에 타고 어디론가 이동했다. 태국의 꼬따오에서는 이보다 더 낡은 픽업트럭을 타고 덜컹거리는 비포장 도로를 지나 부두로 가긴 했지만, 오히려 설레는 마음은 그쪽이었을까.


부두에는 우리를 태우기 위한 배가 다른 팀들의 짐을 싣고 있었다. 뱃전에는 공기탱크가 피라미드처럼 차곡차곡 쌓였다. 다이빙을 위해서 탄 배에서는 처음 느끼는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배는 작은 섬 쪽으로 머리를 향했다.


동남아에 비하면 별로 새롭지 않은 풍경. 하지만 맑게 보이는 한라산도 멋지긴 하다.


우리가 가는 섬은 문섬, 거기서도 작게 삐져나온 새끼섬이다. 문섬은 모기가 많아서 모기 문자를 써서 문섬이라는데, 그 얘기도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모양이다. 이미 많은 다이버들이 섬의 평평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우리는 겨우 한 구석에 파도가 들이치지 않을만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자리를 잡자마자 이내 다이빙 준비에 돌입했다. 그동안 즐기며 쉬엄쉬엄 편하게, 다른 이들이 챙겨주는 대로 다이빙을 했던 것과는 달리 여기는 마치 작전 수행이라도 하듯 모든 사람들이 빠르게 움직였고, 이에 익숙지 않은 나는 끊임없이 눈치를 봐 가며 박자를 맞춰야 했다. A 형님이 신경을 안 써 준 건 아니었지만, 무언가 모르는 것을 물어보면 쿨한 성격답게 "괜찮아요.", "상관없어요."라고만 하는 것 같다. 


마치 일부러 닦아 놓은 듯한 평평한 섬의 돌바닥. 하지만 배로부터 짐을 옮기고 정리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입수의 풍경도 처음 보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배에서 바다로 뛰어내렸는데, 여기서는 섬의 바위 끝에서 뛰어든다. 서 있는 곳이 수면으로부터 멀었다면 난 여기 왜 서 있을까 고민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다행히 수면은 가까워서 배에서 입수할 때와 큰 차이가 있지는 않았다. 출렁이는 물이 조금이라도 가까이 왔을 때 가볍게 발을 뻗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이것이 제주도의 물이구나. 두꺼운 수트와 부츠, 장갑 덕에 동남아에서 하던 다이빙에 비해 내가 장비 속에 들어가 있다는 느낌이 좀 더 크게 다가왔다. 물이 차갑다는 느낌이었지만, 뽀글거리는 공기 방울과 호흡기로 쉬는 내 숨소리를 들으니 다이빙은 역시 내게는 편안한 안식처였다.


물살이 좀 있는 편이라 섬 주변으로 줄이 쳐져 있고, 다이버들은 이 줄을 따라다닌다. 물속 풍경 역시 동남아랑은 많이 달랐다. 섬 틈 사이로 다이빙을 시작해서 양 옆으로 벽이 있고, 깊지 않은 바닥에는 물결에 너울거리며 춤추는 해초들이 잔뜩 보였다. 그 해초들 사이로 돌돔 같은 익숙한 물고기들이 잔뜩 보였다. 제주도의 물속은 의외로 다채롭다. 조금 더 가다 보니 벽에는 온통 연산호들이 덮여 있는데, 이 연산호들의 색깔이 마치 뒷동산의 봄처럼 알록달록이다. 울창한 해초의 그늘 속에는 생긴 대로 이름이 붙은 주걱치 무리들이 있다. 가이드가 불빛을 비춰 주는 곳에는 작은 생물들도 많았는데, 바위틈에는 끄덕새우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갯민숭달팽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동남아 바다에서는 흔했지만, 제주도에는 한 군데만 발견된다는 니모는 독차지한 인기에도 불구하고 다이버가 다가가면 부산스레 집을 지키느라 공격을 해댄다. 


물속에는 줄이 쳐져 있어서 따라다니기에 안심이 된다. 흰 색 수트가 유난히 빛나던 우리의 인솔 가이드.


산호가 깔린 풍경이 동남아 못지 않다. 나뭇가지 같은 산호 근처에는 어린 작은 물고기들이 가득.


연산호가 넓게 깔린 바다는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다고 한다. 특히 이 노란 연산호 벽은 제주도의 자랑.


연산호의 색깔이 알록달록해서 멋지다. 그땐 잘 몰랐지만.


제주 앞바다에 한 마리 있다는 니모. 텃세쟁이.


물이 따뜻하지는 않아서 다이빙하는 동안에도 몸이 식었는데, 나와 있으니 바닷바람을 맞아 추위는 더해간다. A형님이 본인이 가져온 후드 재킷을 입혀주니 그나마 푸근해진다.


점심시간이라고 중국집에서 배달시켜 먹잔다. 언젠가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중국집 음식이 배를 타고 배달을 온다. 우리가 타고 왔던 그 배에서 철가방이 섬으로 전달되고 거기서 짜장면, 짬뽕, 군만두, 탕수육이 나왔다. 작은 섬에서 배로 배달되는 중국집 음식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솔직히 맛 이래 봐야 그냥 중국집 음식에, 면은 불고 축축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먹자니 허기만 채우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Dascyllus  가족들. 니모보다 훨씬 얌전한 편.


남쪽 바다에서 많이 보이던 Moorish Idol. 어쩐지 반갑군?


바위틈 속에는 화려한 끄덕새우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사진을 찍느라 불빛을 비추면 긴장했겠지.


검고 노란 줄무늬가 돋보이는 범돔.


주걱을 닮아 이름도 주걱치. 해초 그늘이나 바위틈에 많이 모여 있다.


주걱치 무리를 사진에 담는 외국에서 온 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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