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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강사 Aug 02. 2017

이런 내 모습, 처음이야

프리다이빙-04 | 내가 숨 쫌 참지 | 2014년 10월

프리다이빙 초급 교육의 첫날은 피곤하기도 하여 조금 여유롭게 시작했다. 오전을 가볍게 쉬고 오후에 이론 교육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피곤한 느낌이었지만, 휴가라는 이유로 마음도 홀가분한데 청명하게 파란 하늘과 앞바다를 보고 있자니 잠자는 것조차 시간이 아깝다. 그냥 해변의 해먹에서 한동안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 있어도 좋기만 하다. 근데 역시 남쪽 나라라 좀 덥다. 방에서 에어컨 틀고 침대에 누워 있는 게 더 편한 건 역시 도시인이라 그런 건지.


평화와 안식을 주는 팡라오의 바다


리조트에서 차려준 점심을 간단히 먹고 오후부터 이론 교육이 시작되었다. 이론 교육의 내용은 주로 프리다이빙의 안전과 프리다이빙을 하는 중의 신체 변화에 대한 내용들이다. 물론 일반적인 프리다이빙의 기술이나 장비, 경기 규칙 등도 다룬다.


이때는 이미 스쿠버다이빙 강사인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초급 프리다이빙 과정의 내용은 처음 듣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다. 뭐야, 이거 그냥 스쿠버 장비에서 공기탱크랑 BCD만 빼면 똑같은 거 아니었어? 하긴, 공기탱크 빼면 스쿠버가 아니구나.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까지 다를 줄이야 몰랐네. 더덕이랑 미더덕이 이름만 비슷했지 실제론 하나도 비슷한 구석이 없는 것이란 걸 알게 됐을 때의 느낌이랄까. (설마 그까진 아니겠지)


  스쿠버다이빙이랑 프리다이빙이 더덕이랑 미더덕만큼이나 다른 거였어?

그래도 프리다이빙 이론을 하나하나 배우고 보니 어찌 이렇게 사람들이 물속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는지 납득이 가기도 한다. 신기하게도 사람은 물에 들어가면 자연스레 물속 환경에 적응해 나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주 어린 아기들은 가르치지 않아도 잠수를 할 줄 안다던가. 모두들 이미 두 발로 땅을 걸으며 수십 년을 살다 보니 그 시절을 잊고, 이제는 두려워하기까지 하는 어른이 되어 버린 것인가. 원래의 고향일지도 모르는 물 속인데.


물속에 들어갔을 때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우리 몸의 변화를 눈으로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얼굴을 물속에 담그면 심장박동이 느려져 숨을 더 오래 참을 수 있다나? 바로 실험에 들어갔다. 손가락에 맥박 측정기를 끼우고 얼굴을 물에 담갔을 때 어떻게 변하는지 보는 거다. 먼저 나부터. 내가 얼마나 물을 좋아하는지 보라지.


근데 이게 뭐라고 긴장이 되는지, 이래서야 심장 박동이 느려지기는커녕 더 빨라지는 거 아냐? 아니나 다를까, 얼굴을 물이 담긴 대야에 들이밀었는데도 내 맥박은 느려지지 않았다. 지금 배우고 있는 이론이 정말입니까? 네? 나이가 많으면 반응이 잘 안 올 수도 있다구요? 흥! 선수 교체, 나보다 훨씬 어린 C에게 측정기와 대야를 넘겼다. 쓸데없이 쑥스러워하던 C가 얼굴을 대야에 담그자, 기다릴 것도 없이 맥박이 쭉쭉 떨어지는 게 아닌가! 졌다(?)는 분함 보다는 이렇게 드라마틱하게 몸이 반응한다는 게 너무 신기했다. C, 당신 전생에 혹시 고래였나?


얼굴을 물에 담그면 우리 몸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는 실험. 오른손에 낀 것이 맥박과 혈액 산소포화도 측정기


우리가 해 본 실험(?)은 하나 더 있다. 숨을 얼마나 참을 수 있는지, 정말로 우리가 더 이상 참으면 죽을 것 같을 정도로 참아 봤는지, 그렇게까지 참으면 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알아볼 참이다. 내가 숨은 좀 오래 참는다. 지난번 수영장에서도 4분이란 기록을 냈고, 목욕탕에서 잠깐 숨 참아 볼까 하고 시체처럼 물에 떠 있었더니 같이 갔던 선배가 이거 계속 기다려야 하나 심각하게 걱정까지 했다지 않은가.


우리 교육생 일행은 강사님의 지도에 따라 숨 참기를 시작했다.


물이 아닌 곳에서 숨 참기를 Dry static이라 한다.


과연 나를 제외한 다른 이들은 금방 푸아! 하고 나가떨어졌고, 나의 숨 참기가 계속되는 동안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이대로 죽은 거 아냐?"라는 말이 나올 때쯤, 나는 배 근육이 심하게 땡김을 느꼈다. 그러자, 강사님이 "오! 아주 잘하고 있어요."라고 격려를 해 준다. 그렇게 배가 꿀렁대기를 몇 번, 마침내 숨 참기를 멈추고 회복호흡을 했다. 시간은 4분 30초. 보통 기록은 아니란다. 내가 이 정도다. (좀 더 젊어서 시작했다면 좋았을 것을...)


숨을 참을 때까지 참아보자고 했더니 배가 나도 모르게 꿀렁꿀렁거린다.

회복호흡이란 프리다이빙의 호흡 방법 중의 하나로, 숨 참기를 마친 직후 안전을 위해 행하는 호흡 방법이다.


숨을 오래 참으면 배나 가슴이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반복적으로 수축하는데, 이게 우리가 심하게 숨을 참을 때 생기는 몸의 반응이라 한다. 그런데 일상생활에서는 절대로 이만큼 숨을 참는 일이 없으니 알 턱이 없다. 프리다이빙에서는 우리가 숨을 참을 수 있는 한계를 알아야 하는데, 이 현상이 바로 그 기준이 된다. 일찍 나가떨어진 나의 믿음직스런 동기들은 사실은 이 한계에 다다르기 전에 평소처럼, 그냥 더 이상 숨 참기가 싫어서, 또는 더 참을 수 있다는 것을 모르고 숨을 뱉어낸 것이었다. 이어서 한 번씩 더 해 본 연습에서는 이 꿀렁거림을 느낀 사람이 더 생기면서 프리다이버로의 길을 한 발짝 더 내디뎠다.


알로나 비치 입구에 새로 생긴 옷가게 겸 식당. 지붕의 악어 조각이 위트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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