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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강사 Mar 25. 2018

프렌젤 프렌젤. 프렌젤이 뭐길래...

프리다이빙-07 | 힘으로 안 되는 게 있더라 | 2014년 10월

자타가 공인하는 프리다이빙 신동!이었던 나에게 초급 레벨의 프리다이빙 교육은 어려울 것이 없었다. 숨참기도 끝없이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물속에서도 오줌만 안 마려우면 배가 고파질 때까지도 있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일반인에 불과하던 우리 집 마님 Sophy와 얼굴에 물만 닿아도 맥박이 느려지던, 전생에 고래였을지도 모르는 C는 뭐가 안된다고 강사님께 계속 지도를 받고 있다. 그리고 워밍업을 하기 위해 내려갈 때도 거꾸로 선 채 머리를 아래로 하고 내려가는 나와는 달리 엉거주춤 엎드린 모습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자세나 이퀄라이징에 대해서 설명해 주는 강사님. 프리다이빙 신동이라도 교육은 잘 받아야지.


첫 바다 교육을 마치고 부이를 끌고 오리발을 차면서 물 밖으로 나왔다. 아무리 따뜻한 필리핀의 바다라지만 한 시간 30분가량을 별 움직임도 없이 물에 떠 있었더니 몸이 살짝 서늘한 느낌이다. 그래도 젖은 수트를 벗어 몸을 닦고 따뜻한 햇살을 받으니 이내 몸이 푸근해지는 것이 정말 마음에 드는 곳이다.

 

에너지도 보충하고 허기를 채우기 위해 간식을 꺼냈다. 아무것도 안 하는 이 평온함이 좋다. 게다가 입에는 달달한 간식과 시원한 물이 절로 들어오니 이보다 더 좋은 순간이 어디 있으랴.


하지만 아까 물에서도 뭔가 마뜩잖던 표정을 보이던 Sophy와 C는 강사님을 귀찮게 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퀄라이징이었다. 이퀄라이징이 잘 안된다는 것이다. 음? Sophy도, C도 스쿠버다이빙하면서 이퀄라이징 아무 문제없지 않았던가? 강사님은 두 사람을 앞에 두고 계속 이렇게 해 보세요, 저렇게 해 보세요 하며 뭔가를 가르쳐 주고 있었고, Sophy와 C는 코를 잡고 "음? 이렇게 하는 건가?", "귀에 무슨 느낌이 나야 돼요?", "혀는 무슨 모양이 되어야 해요?"라며 답 안 나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하, 이것이 이론 교육 시간에 들었던 프렌젤 이퀄라이징이 안 되는 문제구나. 프리다이빙 신동인 내가 도와주마.


"입안 천장에 딱딱한 부분이 경구개고, 목젖으로 넘어가는 말랑말랑한 거기가 연구개라고 하는데, 혀뿌리가 연구개쪽에 닿아야 되고, 마치 침을 삼킬 때처럼 혀를 움직이는데 침을 삼키는 건 아냐. 그러면서 혀뿌리에 힘을 줘서 목에 머무른 공기를 밀어 올려서 귀가 통하는 비강으로 보내는 거야. 그러면 귀가 "뽁" 하면서 이퀄라이징이 되는 것이지. 한 번 해 봐."


Sophy는 표정으로 답을 했다. '뭐래 이 바보가.'


스쿠버다이빙이든, 프리다이빙이든 물속에 들어가 깊은 수심으로 들어가면, 수압 때문에 귀 고막이 눌리는데, 귀 고막 안쪽으로 공기를 밀어 넣어 귀 고막 안쪽과 바깥쪽의 압력을 맞춰주는 것을 이퀄라이징이라고 한다.


이퀄라이징의 방법은 몇 가지가 있지만,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방법은 발살바와 프렌젤 두 가지의 방법이 있다. 발살바 이퀄라이징은 배에 힘을 줘서 공기를 밀어 올리는 방법이고, 프렌젤 이퀄라이징은 목을 움직여서 공기를 밀어주는 방법이다.


스쿠버다이빙에서는 어떤 방법을 사용해도 문제가 없기 때문에 굳이 구분해서 가르쳐 주지는 않으며, 설명의 편의성 때문에 주로 발살바 이퀄라이징의 형태로 교육이 된다.


그런데, 프리다이빙에서는 수심의 변화가 빠르고, 공기가 부족한 상태에서 이퀄라이징을 해야 해서 프렌젤 이퀄라이징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미 발살바 방법으로 스쿠버다이빙을 해 왔던 Sophy와 C 같은 사람들은 이미 익숙해진 방법을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 더군다나 내 것을 보기에도, 남에게 보여주기에도 어려움이 있는 혀와 기도의 근육의 움직임을 설명해 가며 프렌젤을 가르치기란 아무리 관록 있는 강사에게도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프리다이빙에 별다른 미련이 없는 Sophy와 C는 "에잇! 안되잖아!" 하고 금세 포기해 버렸다. 숙소에 돌아와서 만나게 되는 많은 초급자들 역시도 프렌젤 이퀄라이징이 안돼서 강사님들에게 물어보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아니, 가만 보니 틈만 나면 프렌젤 이퀄라이징 방법을 물어보고, 코를 잡고 골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하, 그러고 보니 아침에 봤던 그 멍한 표정의 말없던 사람들이 다 프렌젤 이퀄라이징이 안 되는 사람들이었던 거였군?! 이제야 그 적막했던 아침 식사 시간의 분위기가 이해가 된다.


리조트의 안주인이신 Kimmy 강사님 얘기로는 처음 배우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이 프렌젤 이퀄라이징이 안 돼서 애를 먹고, 심지어 개중에는 아예 포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프렌젤 이퀄라이징이라고 아무리 설명이 있고 시범을 보이고 요령을 알려줘도, 이게 입 속에서, 목구멍에서, 코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보니 도통 전달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 본인이 스스로 깨닫는 것을 기다릴 수밖에 없단다. 며칠 째 프렌젤이 안돼서 스트레스를 받던 교육생은 밤마다 이퀄라이징 연습을 수백 번씩 반복하다가 결국 터득하고는 그 후로 자신감을 얻어 쭉쭉 진도를 빼고 있다고도 한다.


Sophy와 C는 결국 프렌젤 이퀄라이징 따위 포기해 버리고, 발살바 이퀄라이징을 뱃심으로 해서 10m 수심을 다녀왔다. 하지만 그 이상은 아무리 뱃심이 강한 사람이라 해도 발살바 이퀄라이징으로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뭐가 안된다고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편한 맘으로 휴가를 즐기면서 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순간을 온 눈에, 마음에 담는 것이 더 값진 일일지도 모르겠다.


프렌젤이 안 되면 어떠리. 이 순간의 행복이 더 중요한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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