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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강사 Mar 11. 2018

바다 한가운데에서의 생일파티

스쿠버다이빙-28 | 최고의 신선놀음 | 2011년 4월

리브어보드에서의 생활은 먹는 것과 다이빙하는 것의 연속인데, 저녁을 먹고 나면 하루가 끝나는 셈이다. 물론 저녁을 먹고 나서 바로 쉬러 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 자리에 좀 더 앉아서 맥주를 마시기도 하고, 다른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어색하지만 호기심 어린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러시아에서 온 친구 두 명은 역시 불곰국답게 술을 꽤 잘 마시는 편인 것 같았는데, 다른 나라 사람들과는 먼저 친해지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런 사람들에게 Angela 강사님은 먼저 말을 거는 편이었는데, 그러다 보니 술도 같이 먹고 이런저런 (물론 다이빙에 대한 얘기) 얘기도 하게 된다.


아이패드에 자신들이 찍은 수중 사진을 담아서 보여주는데 당시로서는 매우 선진적인 방식이었어서 멋있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었다. 보여주는 사진마다 "오우, 그뤠잇~!" 하고 감탄사를 내뱉은 것이 사진이 멋있어서였는지, 아이패드의 깨끗한 화면 때문이었는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자랑할 대상이 생겨서 그런지 지금까지 본인이 찍었던 모든 사진들을 끊임없이 보여주는 것 같다.


그렇게 애매하게 친해진 러시아 친구들은 저녁이 되면 어김없이 술친구로 우리를 찾았고, 시간이 좀 지나더니 흥이 났는지 Angela 강사님의 손을 잡아끌더니 춤을 추자고 한다. 저녁 시간이 다 같이 흥겨워하는 분위기였고, 이 친구들의 장난(?)도 귀여운 수준이어서 박수 소리와 웃음소리가 넘쳐흐르는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던 것 같은데 핸드폰이 바뀌면서 어디로 사라졌나 보다... ㅠㅠ)


기대하지 않았던 놀라운 즐거움은 또 있었는데, 바로 깜짝 생일 파티였다. 여행 기간 중간에 내 생일이 끼어 있었는데, 나는 그냥 생일에 이렇게 배 타고 여행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주는 큰 선물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나도 그냥 잊고 있었던 나의 생일날 저녁, 식사를 거의 마칠 때쯤, 식당의 불이 갑자기 꺼졌다. '엇? 정전인가?'라고 다들 놀라는 중에, 부엌에서 불빛이 움직이며 나오더니, "Happy birthday to you~" 노래와 함께 촛불 밝힌 케이크가 나오고 있었다. 럴수럴수! 정말 예상하지 못했는데, Angela 강사님이 내 여권에 있는 생일을 보고 몰래 준비한 축하 파티였던 것이다.


이내 모든 사람들이 같이 노래를 불러주며 평생에 잊지 못할 배 위에서의 생일 파티가 되었다. 케이크도 미리 사 온 것이 아닌 (뭍에서 사서 며칠 동안 배에 보관하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닐 듯) 이 배의 주방장이 직접 만들어 준 거란다. 그 케이크의 맛이 어릴 적 먹었던 원초적인 설탕과 크림 맛이었다는 기억은 잊을 수가 없겠지만, 세상 어느 케이크보다도 고맙고 사랑스러웠다


생각지도 못했던 바다 한 가운데서 받은 생일 케잌


케이크를 받고는 예상 가능했던 결과


리브어보드가 계속 배만 타고 다니는 것이긴 하지만, 중간에 볼만한 구경거리가 있으면 배를 내리기도 한다. 아마도 여행 상품으로서 하나의 쉼표 같은 것이 아닐까 한다.


투바타하의 바다는 배가 머물 곳이 거의 없다는데, 그래도 한 군데 있는 곳이 레인저 스테이션이란 곳이다.


투바타하의 바다는 보호구역이라, 나라에서 운영하는 감시자들(Ranger)이 바다를 돌아다니며 불법적인 활동이 없는지 감시를 하는데, 이들이 일하는 동안 머무는 곳이 바로 레인저 스테이션이다.


여기는 육지라고는 부르기 어려운 아주 얕은 모래 둔덕에 마치 오두막처럼 작은 구조물이 서 있는 곳이다. 건물이라 부르기에도 무척 작은 곳이라 내부를 둘러보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기념품도 팔고 있었는데, 별로 내 맘에는 안 들었는지 사 오지는 않았는데, 지금에 와서야 드는 생각은 품질이 맘에 안 들어도 그런 특별한 곳에서는 정말 "기념"용으로 기념품을 사 왔어야 될 것 같다.


망망대해 가운데 떠 있는 오두막 같은 레인저 스테이션


리브어보드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도 이 동네에서 내세우는 관광지가 있었다. 우리가 배를 타고 내리는 곳인 푸에르토 프린세사에 있는 "지하강" (Underground River)이라는 곳이었다. 무려 세계 7대 자연 불가사의 (New 7 Wonders of Nature) 중 하나로 꼽혔다 하니, 은근히 호기심이 생기게 된다.


멀지는 않은 곳이었다지만, 소형 버스에 나눠 타고 바닷가에서 작은 보트를 타고 다시 들어가는 곳이었다. 관광지라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었지만, 그래도 주변 풍광은 꽤 훌륭하다. 물을 건너고 작은 배로 옮겨 타는 길도 재미가 쏠쏠하다. 거대한 도마뱀들이 주위를 어슬렁 거리고 야생 원숭이들도 눈에 띈다.


이 동네에선 유명한 관광지라 관광객들을 실어나르는 배들이 즐비하다.


유명 관광지답게 풍광은 근사하다.


아마도 가장 조심해야 할 녀석들이 아닐까?


지하강을 들어가기 위해서 헬멧을 쓰고 플래시를 들고 작은 배를 탔다. 좋은 자리를 잡겠노라고 굳이 앞쪽으로 앉았다.


이윽고 지하강의 입구. 우리가 탄 작은 배는 동굴 속으로 흘러 들어갔고, 맞은편에서 투어를 마치고 나오는 배와 손이 닿을 정도로 가깝게 스쳐 지나쳤다.


지하강의 내부는... 깜깜한 동굴이고, 간혹 근사한 종유석과 바위들이 보이고, 박쥐들이 날아다니는 그런 곳이었는데... 놀이동산에서 타 보는 "신밧드의 모험" 같은 느낌이라 그러면 세계 7대 자연 불가사의라는 타이틀에 실례일까?


작은 카약을 타고 동굴로 들어간다.


입구부터 웅장한 천장이 기선을 제압!


처음 와 본 리브어보드는 아름다운 바다도 보여주고, 기대하지도 못했던 깜짝 생일 파티도 주었지만, 무엇보다도 다이버이자 여행객으로서 배 위에서의 생활이 얼마나 낭만적이고 천국과 같은 안락함을 주는지 알게 해 주었다. 감히 말하건대, 리브어보드는 그야말로 지상 최고의 신선놀음이다.


밤바다 한 가운데에 떠 있는 Stella Maris


Jackfish (Bigeye Trevally)의 소용돌이. 이 밑에 들어가서 보면 어마어마한 장관이다.


위 사진의 동영상 링크 - https://youtu.be/2_zmEQ5mEZ4

Jackfish 소용돌이의 동영상


난파선 주변에 터를 잡은 Sweetlips 무리들. 입술이 두껍하니 이름에 걸맞다.


Fusiler 무리들. 난파선 주변엔 작은 물고기들이 정말 많다.


근엄하게 자리잡고 있던 거대 가오리. 어쩐지 할아버지뻘일 것 같은 느낌


상어들은 밤에 더 활발히 돌아 다닌다.


산호와 물고기들의 정원


나이트 다이빙에서 뭔가 움직이는 게 보이면 보통 게들이다.


Garden Eel. 손가락 만한 굵기에 가까이만 가면 스물스물 숨어버리는게 웃기는 녀석들


깊은 수심에서 만난 참치! 캔 속에 든 것만 보면 알 수 없지만 실상은 크고 무섭게 생겼다.


Map Pufferfish. 우리말 이름이라면 "지도 복어"?


유유히 떠다니는 모습이 우아하지만 실수로라도 건드리면 낭패인 Lionfish(쏠배감펭)


해삼이 몸을 곧추 세우고 방정을 하고 있다. 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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