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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강사 Apr 08. 2018

발리카삭에서 Fun 프리다이빙

프리다이빙-08 | Fun 한데 힘도 드네 | 2014년 10월

이번 프리다이빙 첫 여행에서 나는 어렵지 않게 초급 레벨을 패스했고, Sophy와 C는 비록 뱃심으로 수심 10m를 다녀오긴 했지만 프렌젤이 잘 안 되어서 초급 레벨보다 한 단계 아래인 베이직 레벨을 패스한 것으로 되었다. 두 사람 모두 초급 레벨 패스에 대한 열정보다는 새로운 것을 배우면서 스트레스 안 받고 즐거우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베이직 레벨만으로도 만족하는 것 같아 다행이다.


우리는 분명 놀러 온 것이니 더 즐거운 것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정규 교육을 모두 마친 다음날에는 그냥 놀러를 가기로 했다. 바로 펀 다이빙(Fun diving). 스쿠버다이빙에서는 교육 빼고는 다 펀 다이빙인 셈이지만, 프리다이빙의 펀 다이빙은 어떤 것이 될지 기대가 됐다.


다이브 숍에서 일하는 강사님들과 강사 지망생들도 늘 교육에 트레이닝만 해 왔었다고 우리의 펀 다이빙 계획에 동참했다. 그리고 발리카삭까지 갈 정도의 큰 배가 아직 없었던 다이브 숍에서는 우리를 위해 배를 수소문해 줬다. 다행히 해변에 놀고 있던(?) 배를 저렴한 값에 고용하고 가는 사람들끼리 비용을 나눠 내기로 했다. 다이브 숍에서 도시락을 싸 줬고, 우리는 간식이랑 마실 것들을 준비해서 배 타고 가는 소풍 기분을 냈다.


다이빙을 하러 가는 배는 언제나 설렘을 가져다준다. 비록 거대한 소음이 가는 내내 귀가 아플 정도로 따갑지만, 그쯤이야 광활한 바다와 하늘로 흘려버리고 우리는 예쁜 경치를 눈에 담으며, 뱃머리에 부서진 바다의 비릿하고 짠 내음을 맡으며 숨 막히는 도시에서의 삶을 잠시나마 잊어 본다.


그나마 발리카삭은 그리 먼 곳은 아니라, 배의 엔진 소음이 익숙해질 즈음에 다른 배들이 잔뜩 진을 치고 있는 발리카삭 앞바다에 도착했다. 발리카삭이 보홀이나 필리핀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다이빙 포인트이다 보니 스쿠버다이빙을 위해 온 배들이 즐비하다. 개중에는 몇 번 이용해서 잘 알고 지내던 다이브 숍의 배도 있어서 배에서 손을 흔들며 서로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프리다이빙의 준비는 스쿠버다이빙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아무래도 장비가 비교적 간단하다 보니, 준비하는 시간도 그리 길지 않고, 다른 사람의 도움도 필요가 없다. 입고 있는 수트 그대로, 마스크와 스노클, 웨이트 벨트를 매고 그대로 바다로 뛰어들면 그만이다. 프리다이빙의 입수는 스쿠버다이빙과는 달리 오리발을 신지 않고 물에 뛰어든다. 프리다이빙의 오리발은 길이가 길기도 하고, 고급 오리발에 사용되는 카본 소재는 입수 시의 충격으로 깨지는 위험도 있어, 오리발은 손에 들고 입수한 다음, 물속에서 신는다. 아니면 오리발을 신은 후에 뱃전에 앉아 몸을 돌려 목욕탕 온탕에 들어가듯이 얌전하게 들어가기도 하지만, 소풍 나왔다는 기분이라도 내기에는 역시 호쾌하게 첨벙! 하고 뛰어드는 게 제맛인 것 같다. 


거북이는 언제나 팬들을 몰고 다닌다.


깊은 바다를 배경으로 프리다이빙 하는 꿈이 실현되는구나.


보홀 앞바다에는 거북이를 자주 볼 수 있어서 좋다.


수면에서 만난 Mouth Mackerel. 유난히 입을 벌린 머리가 반짝거린다.



프리다이빙을 배우고 나면 바다를 물개처럼, 돌고래처럼 휘젓고 다닐 수 있을 줄로만 알았었다. 게다가 난 프리다이빙 천재 아니던가!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처음에는 막 신나서 바닥도 찍고 사진도 찍고 거북이를 만나면 쫓아도 가 보고 그랬지만, 이내 숨이 차고 힘이 들었다. '역시 나이는 못 속이는 건가? ㅠㅠ' 나만 그런 건 아닌 게, 나보다 훨씬 어린 강사 후보생들 역시도 설렁설렁 놀더니 힘들다고 보트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오히려 이렇게 노는 게 처음인 우리는 체력은 딸려도 의욕은 충만해서 더 놀고 싶어 안달이 난 상황. 


그래도 어쩔 텐가, 힘이 없는 걸. 보트에 올라와 먹고 쉬고 어슬렁거리며 체력도 보충하고 이 한가로움을 즐겨야지. 우리는 다이브 숍에서 싸 준 도시락도 풀어서 나눠 먹고, 후식으로 새큼달큼한 왕꿈틀이도 뜯어먹고 뭔가 불량스러워 보이는 오렌지맛 음료도 마시며 지금 이 순간 유일한 시간을 즐겼다.



바다에서, 그것도 이 경치 좋은 곳에서, 보트 위에서 도시락을 까먹는 일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이다. 도시락 음식이래 봐야 여느 평범한 식당의 음식보다 나을 것이 없지만, 세상에 또 어느 식당이 이런 풍경과 푸릿한 바닷내, 그리고 이렇게 물결에 실려 줄렁대는 자리를 내어 주겠나.


버블링 만들기 역시 천재. 우후훗




단체 사진 좀 찍어 보겠다고 했지만 난장판이 되어 버렸다.




짧은 순간이나마 부부 프리다이버 사진이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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